서울.........한 때는  서울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시골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32년전 나이 26세의 청년이 되어서(1977년) 처음 서울에 발을 디딘후 한번 문이 열린 서울을 제집 드나들듯 자주 들낙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우연히 서울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서초동 법조타운에 있는 법원행정처에 업무상 가야할 일이 있어 서울나들이 길에 나선 사람은 청년이 아니라 이제 회갑을 눈앞에 둔 장년의 배불뚝이 촌놈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거나 내 고향 거진에서 아침 08시 15분 버스를 타고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 하니 열두시도 채 안된 시간...

  열두시가 되면 내 위속에는 자연히 소화액이 뿌려진다. 이 신비한 인체의 욕구를 충족하지 않으면 허기에 기운이 빠지는 것을 어찌하랴....어찌 되었거나 내가 서울 상경을 한다니 친구들이 종로3가역 15번 출구에서 저녁7시에 모인다고 공지를 하였으니(번개) 나도 약속장소 사전 탐지를 해야 했다.

  종로3가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도착을 하고보니 따악 열두시다. 배꼽시계는 정확히 울리고 내 위란 놈은 빨리 밥좀 보내라고 아우성이다.  이런 걸신들린 위랑 같이 동거하는 나는 똥배 나온 것을 모두 이 위란 놈에게 뒤집어 씨운다.  지하철 출구로 나와서 음식점을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는 내 눈앞에 헉 이것이 무어냐?  먹음직 스런 내 얼굴만한 찐빵이 찐방집에서 나를 유혹한다.

  어라.....내 발길이 자동적으로 찐빵집으로 향하고 있는걸.......내참..............영판님은 절대로 밀가루 음식을 먹지 말라구 하셨는디....왜? 태음인에게는 안좋은 독이라나.....헉.....그래도 욕구가 앞서는 것이 인간인 것을..

  결국 돈 이천원을 투자하여 따끈한 찐방 두개를 비닐봉다리에 담아서 들고서야 내 눈은 다시 음식점을 찾는다. 두리번 두리번 황소눈알 같은 내 둔동자는 다음 목표를 정확히 발견한다.  돈까스 5,000원 요것이 내 점심메뉴로 선택되는 영광을 누렸다.

  영판님이 돼지고기 먹지 말라고 하였는데 50년이 넘도록 먹어댄 돼지고기의 유혹앞에 내 자아는 무지하게 박살난다. 인내심이 없으니 살빼기는 자꾸 멀어진다.

  돈까스 1인분에  찐빵 두개를 순신각에 삼켜버린 내 동거인 위의 위대함에.....쯔쯔........배가 부르니 시간은 많고 결국 종로3가 탐색을 나섰다. 문득 종로통을 무대로 일제시대에 일본놈들 코를 납작하게 해준 장군의아들 김 두한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서울도시의 대로변은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있다.  하지만 종로의 뒷골목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의 유발로 뒷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엥? 이기 뭐람............

   제길 완전히 .........시골 촌보다 못하네

 먹음직 스러운 생선구이집도 있다.

연탄불에 생선을 굽는 아주머니

점심 먹었는데...군침이 꿀꺽...

  종로 뒷 골목은 머 시골이나 진배 없군.... 우리 사회의 앞과 뒤과 다른 모습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

  그리고 이리 저리 구경하다 눈에 확 들어온 간판 하나

   기원 간판..........

    (기원내부......바둑두는 사람이 제법 많다.)

  기원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한데 종로 3가에 이 기원 말고도 여러곳에 기원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4층에 있는 기원문을 열고 들어서자 제법 손님이 있다.  카운터에 있는 안주인에게 물어본다.

  "요즘 기원이 잘 되나요?"

  "여기는 그런대로 잘되는 편입니다."

  곱상하게 생긴 중년의 안주인 때문에 잘되는 것은 아니겠지?

  "기료는 얼마예요? "

  "삼천원입니다."

  "기료가 예전보다 떨어졌네요. 예전에는 오천원인가 했는데...."

  몇해전 바둑을 두러 기원에 갔을 때 기료를 오천원을 준 기억 때문에 그렇게 물었다.

  " 요즘은 기료가 너무 비싸면 손님이 안와요........"

  안 주인의 대답이 아니더라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기원에 오는 사람들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도 많을테니 아마도 불경기의 여파가 기원에도 영향을 준 탓이겠지.......

  기원에서 3급을 둔다는 분과 바둑을 한 수 하였다. 기원 3급들은 너무도 강하기에 호선으로 대국을 하였다.허긴 나도 예전에 기원에서 3급으로 두엇으니 뭐 그 실력이 발전한 것도 아닌데.....

  결과는 나의 패국이다. 인터넷에서 바둑을 두다보니 바둑판앞에서는 왜 그리 낯설어 보이는지....환경이란 참 무섭다.

  저녁 친구들과 만날 시간이 아직도 한참이라 기원을 나와서 또 종로거리를 어슬렁 거리다가 찻집에 앉아서 쥬스를 한잔 시켜 마셔본다. 이따 친구들 만나면 술을 마실텐데........(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