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39, 노숙자

모처럼 마음을 다잡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제 다시 글을 써 보아야지.

내가 쓰던 바둑일기 시리즈와 병원일기 시리즈, 간증일기 시리즈 중 어느 것을 먼저 써 보아야 할까?

해외봉사 비하인드 시리즈도 있고 그 동안 참 많은 글을 썼다.

글을 쓰게 되었던 동기는 오로 바둑사이트에 자주 접속을 하다 우연히 끄적거린 것이 선배들의 격려 속에 편한 마음으로 자주 써 보다 보니 그 동안 수 백 편의 글을 쓰게 되었다.

병원일기39,

새벽4시에 일어나 5시에 떠나 직장엔 6시경에 도착한다.

버스 속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다. 지하철은 편리하지만 첫 차가 다섯 시 반 경에 출발하여 그전에 움직이는 이들은 버스를 이용하나 보다. 분당에서 내려오는 차는 벌써 5시 송파에서 속이 꽉 차 있다.

버스 속 사람들은 모두 피곤한 표정이지만 그들은 갈 곳이 있다. 비록 막일에 청소나 경비 등을 할 지라도 직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강남 역에서 버스를 갈아타며 새벽의 맑은 조금은 차가운 공기였는데 버스 속은 타자마자 냄새로 이상하다. 자리에 앉으니 더욱 냄새가 난다, 뒤를 둘러보니 바로 뒤에 노숙자 한 명이 잠들어 있는데 그이에게서 나는 냄새이다. 4시에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타면 거리의 한기가 아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투자를 한 것일까?  자리를 옮겨 저 뒷자리로 옮긴다.

버스 운전기사는 차를 세우고 뒤쪽으로 와선 승객들에게 이야기 한다. 이 사람은 숙자고 성은 노 씨 이라고. 딴에는 위트 있는 이야기를 한 것 같겠지만 운전대를 지켜 안전이나 보장해 줬으면 싶다. 운전수는 뒤의 젊은 처녀에게 향수가 있냐고 묻는다. 처자가 준 향수를 들고 가 앞쪽의 잠들어 있는 노숙자의 야구 모자에 향수를 붇는다.  옆 좌석의 여인들은 코를 잡고 향수를 부으면 더 냄새가 날 텐데 라고 이야기 한다.

새벽을 가르며 일을 나서는 바닥의 이들에게도 더 못한 사람이 있다는 위안이라도 될까? 버스 바닥으로 몇 줄기 물이 흐른다. 노숙자는 앉아 자는 채로 오줌까지 싸고는 그것도 모른 채 자고 있나 보다. 오줌줄기를 건너 걸음을 옮기며 냄새와 물 줄기를 피한 다행에 버스에서 내린다. 이 새벽에 출근길이 형극이 아닌 희망의 길 임을 보여주시는 것일까?

피곤했던 하루를 잠자리에 들기 전 전화가 온다.

오늘 낮 마무리 지었던 예기다.

교육을 시켜 현장에 투입하게 된 신입 직원이 출근시간은 7시인데 새벽예배에 다녀오게 30분 늦게 7시 반에 출근 하고 싶다는 것을 거절 했었다. 아침업무량이 그 시간에 과다하니 7시까지 나오라고 했는데 30분 늦게 출근을 다시 허락을 청하는 전화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형교회에서 선교사역을 했었다는 그에게는 새 직장이 주님께서 허락하신 넓은 풀밭으로만 보일 뿐일까? 사람을 치유하는 병원은 쾌적한 분위기에 무언지 남을 도우며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한 장소로만 보이는 것일까?

쉽게 허락하고 나니 처는 업무가 우선인데 어떻게 그러시냐고 이야기 한다. 나도 매일 가던 새벽예배를 못 가는데 남이 가려 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다는 내 이야기에 처는 별로 공감은 안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나는 세상을 모르는 것일까?

s의료원에 7년간 근무하던 중 병원일기 제하에 38편을 써 놓았다. 큰 사건 중요한 일만 쓰려다 보니 많이 못 써 두었던 것이 퇴직을 하고 나니 무척이나 아쉬웠었다. 이제 다시 시작한 병원일 복직에 이번엔 천 편이라도 써 보고 싶은 욕심이다. 큰 사건 중요한 일이 아니어도 매일 일기 식으로 내가 지낸 일을 남겨놓고 싶다.

이른 아침 병원으로 출근하는 버스 속부터 그려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