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리허설

토요일 과 일요일 근무를 자원하여 여느 때와 같이 이른 아침 집을 나선다.
처가 모처럼 친구들과 동해안으로 나들이를 가는데 내게 미안해하지 않게 근무를 해야 한다 하였다.
5시37분의 전철 첫차를 타려면 30분쯤 내려가도 되지만 25분에 집을 나서 편의점에 들려 담배를 사선 문 앞에 서서 피운다. 잠실 역엔 6분이 소요되고 갈아타 서초 역엔 6시5분에 도착한다. 3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인데 버스를 타면 낮에는 한 시간 반이 걸리기도 한다. S 역의 셔틀버스는 C 병원 신관 앞에 금새 도착한다.
인천에서 전철로 오는 동료도 벌써 도착을 하였다. 거리의 원근보다 부지런함이 세상을 이겨내는 처세인가보다.

S의료원 경험자 10명에 신입 60명을 합하여 70명이 이곳으로 지원을 나왔다.
만30세의 젊은이부터 정년퇴직 후 재입사한 동기까지 여러 계층의 나이여서 아직 서로 얼굴을 익히려 유니폼을 갈아입은 후 사무실에서 이야기들을 나눈다.

응급실(ER)의 A에서 F까지 구역들과 중증응급실, 중증도 분류실, 심폐소생술 룸, X-Ray, C/T, 초음파실 등을 모두 라운딩 한다. 약 50개의 Bed중 20여 개만 환자들이 있다.
오후와 한밤중 새벽에 밀물처럼 밀려들었다가 이른 아침에는 썰물처럼 빠져 가장 조용한 시간이다. 토요일 이어 환자가 좀 적은 것인가? 주말에는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난주 구 병동에서 신관으로 이전을 하기 전 여러 번 리허설을 했었는데 무사히 신관이전을 마친 지금도 또 무슨 리허설이 오늘 예정되어있단다. 외부 타 병원에서 이송 오는 환자들을 신속하게 해당병동 특히 BMT(골수이식)병동으로 옮기는 리허설이다. 수녀님과 보안 팀, 행정 팀, 이송 팀, 운송 팀 요원과 팀장들은 도열해있다.
그 와중에도 앰블런스 들은 계속 들어와 환자들을 토해낸다.

뭔가 싸늘한 분위기는 같은 보안요원이면서도 병원전체를 Cover하는 회사와 응급실을 담당하는 보안회사가 달라서이다. S사 계열의 보안회사는 단가가 비싸 병원전체를 맡지는 못했지만 사고나 위험도가 높은 응급실은 대응력을 인정받아 맡았단다. 8개의 계열병원을 가지고 있는 가톨릭재단에 다가서려는 심모원려 이겠지. 이미 수원의 빈센트 병원은 S사 에서 보안전체를 맡았다 한다.

여자 간호보조원도 공급하는 사업다각화를 이룬 S사는 1800병상의 병원에 여 보조원도 향후 500은 공급하고 싶은 꿈이겠지. 가톨릭병원의 온유함과 노조로 인해 기존 여 보조원들은 20~30년이 되도 퇴직을 안 해 연봉이 5천이상에 달한다. 연봉 2천이면 충분한 잡을 5천을 주니 수익성은 난망 할 것이다. 귀족노조라는 단어가 자동차업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바로 주변에도 있는 줄 몰랐었다. 노동자의 권익과 근속기간도 보장되어야겠지만 무언가 잘못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간호사는 간호업무에만 최대한 성력화 하고 환자침대의 시트를 바꾸는 일이나 의료기기의 세척, 감염관리, 자재 불출 및 수령, 정돈 등은 여 보조원의 역할인데 월급을 더 많이 받고 오래 묵은 그들은 숙련도나 책임감이 부족하기 그지없다.
경영진에선 그런 것들을 알고 있기에 S사의 남 보조원들을 우선 70명을 도급으로 채용하여 시작해보는 것일까?
의료분야는 신 성장산업 수종의 요체로 몇 천 억대의 비즈니스인데 경영의 차이와 성과는 간과할 수 없는 요체이겠지.

횡성에 도착했다는 처 는 친구들과 수다보다 차 속에서 잠을 자느라 내가 보낸 문자를 못 보았단다. 동해안까지 무사히 도착하길 기원하며 내가 열심히 일 하는 것이 처의 원행을 순조롭게 하겠지 하는 마음이다.

중증관찰구역의 의식이 없는 30세 여환은 MRI검사 후 외과 중환자실로 이동 예정이다.
젊은 닥터는 앰브 배깅을 하며 “병신 같은 것들.” 혼자 소리를 한다. 간호사들의 준비와 처리가 미숙해 늦게 출발하여 시간을 낭비하는 불쾌함이겠지. 포터블 모니터는 이미 전원고갈로 작동을 안 한다. 곁에 따라오는 보호자들도 말은 못해도 불안할 듯 하다.

아침결에 어느새 밀어닥치는 환자들은 응급실에 가득 차기 시작한다.
응급실(ER)의 환자들은 병실이 비어 빨리 올라갈 수 있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1200병상의 신관이 벌써 꽉 차서 빈 자리가 없는 것인가?
며칠째 기다리던 노부부가 드디어 병실로 올라가며 “우리도 교수님을 따라 이리 왔어요.” 하신다. 아 그래서 리허설을 하며 타 병원 환자들을 받는 연습까지 했던 것이군 이제야 이해가 된다.

“대포 항 도착” 처에게서 문자가 온다.
지난 몇 개월 심신이 피폐해진 처가 모처럼의 원행 길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우리의 미래도 용기와 희망으로 재 설계하며 자신감을 가졌으면 싶다.
동해안은 항상 마음과 기억 속에 새롭다.
“미인이세요.” 이 말을 잊지 못할 사람은 여럿이지.
 끝.
2009/3/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