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기도

2:40 분에 눈을 뜬다. 일요일 부활절의 이른 아침 오후근무를 나가야 하니 교회에 11시 예배 후 가면 2시 에서 10시까지의 근무시간을 맞출 수 있다. 오늘은 D근무, N 근무 모두 관리자가 없어 가능한 한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10시의 나이트 근무자들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 후 밤12시경 퇴근해야 할 텐데.

Evening 근무자들의 명단을 확인한다. 14명 모두 평소 열심히 하는 직원들이니 큰 문제는 없겠군 안도를 한다. 조회 때마다 강조하는 엘리베이터 속의 불필요한 대화 금지와 병원단지 내에서의 금연 등 전달사항과 그밖에 미리 점검할 사항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본다. 일요일 오후는 입원환자들이 몰려 수술 전 검사들을 받느라 평소 못지않게 바쁘다. 3/23의 신관이전 후 90명의 총 인원이 이제 조금씩 자리가 잡혀가고 있지만 아직도 어설픈 점이 많다. 근무 표를 짜는 것도 보통 큰 일이 아니다. 계산공주라는 별칭의 처에게 조언을 물어가며 큰 도움을 얻는다. 주간 야간 나이트 세 시프트를 5:3:1로 5 섹션에 주말이나 공휴일엔 3:2:1 로 특근일수를 인당 4일씩 추가하면 몇 명 총원이 필요한가의 방정식을 푼다. 수학엔 약해 처의 조언에 아이디어를 얻는다. 어제는 모처럼 쉬는 날 이지만 번 표를 짜는데 몇 시간이 걸렸다.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직원들에게도 최선이 되는 적정수치는 어느 선인가? 회사의 입장만 감안하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긴 할 텐데 직원들의 입장에 대한 배려가 빠져서는 안 되겠지.

어제는 소장과 점심식사를 하는데 얹힐 것 같으시다며 식사를 전혀 못하신다. 총무 팀에서 연락이 왔었다. 우리 직원 한 사람이 교수회관의 휴게실에 들어가 티브이를 보고 있다고 어느 교수가 신고를 했단다. 그럴 리가 있으랴 싶어 소장과 관리자들이 현장에 올라가보니 사실이다. 게다가 구내 전용 핸드폰이 그곳에서 잘 터져서 그곳에 있었다는 변명에 소장은 더 화가 났나 보다. 그 외에도 한가할 때 직원 중 몇이 드나들었다는 후문에 관리자들도 무안하다. 시말서를 제출 받고 퇴사처리는 면했다. 인력이 계속 필요한 시점 이어   주중에도 15~20명을 새로 교육 후 투입 예정 이어 면직을 면했지 S의료원 같으면 바로 현장에서 퇴사조치였다.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경력직원들이 더 꾀를 부리는 경향이다. 한 집안의 가장들이고 요즘 같은 시국에 면직되면 가정살림에도 문제가 될 텐데도 근무 중 태만하려는 경향도 본능이긴 하겠지. 경고를 하고 순찰 적발을 하고 조치를 취해 경각심을 깨우고 강도 높은 업무 수행 속에 작은 실수라도 발생하지 않게 미리 다져놓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일 텐데 원래 목소리도 작고 별로 내 체질에 맞는 일이 아닌가 보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지 지금의 젊은이들은 예전과는 다른 듯 하다. 수술장 앞을 지나치다 한마디 조언을 하자 바로 정색을 하며 “할말이 있으면 혼자 있을 때 개인적으로 해야지 왜 환자와 보호자가 같이 있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느냐”고 오히려 따진다. 그 이론대로 라면 그도 나중에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야 옳은 것 같은데. 투입 전 교육이 충분치 않아 현장 구석구석에서 작은 문제들이 수없이 발생한다. 환자의 안전과 보호자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즉석에서 교정 할 사항을 지적하는 것도 자신을 무시하는 잔소리로만 들리는가 보다. 관리자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겨봐야 저만 손해인 것을 아직 젊어서 미처 생각을 못하나 보다. 젊어서 그러려니 속으로 생각하며 앞으론 오히려 내가 더 조심해야겠군 생각한다.

일요일 오후의 근무와 나이트 근무자들의 시작이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내심 걱정이 많다. 훈련이 잘 된 병사들과 투입된 전장이거나 오래된 전우들이라면 안심이 될 텐데 아직 새로 Set Up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교육도 거의 못 한 채 투입된 직원들이 태반인 현실이다.

이번 주는 계속 오후근무의 책임이다. 금요일 오후부터는 나작 모임 이어 토요일 근무를 바꾸고 금요일 밤과 토요일 오전에라도 다녀올 수 있어야 할 텐데 신경이 곤두서 계신 소장에게 이야기 하기도 쉽지 않다. 주초에 별 일이 없으면 주말께 미리 말씀 드리면 되겠지. 처와 함께 지난해 대구 팔공산과 가을의 공주에 동행한 이래 이번 모임에 모처럼 같이 가기로 예기는 미리 해 놓았는데 은근히 걱정이다. 오늘 부활절 예배에서 기도를 해야겠군. 끝.

2009/4/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