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奉事8, 戰 城 南

상처 깊은, 그리움에 사무치는 영혼들에게 시인은 권한다.

가만히 좋아하라고.

그냥 천천히 조용조용 속절없이 고요히 사랑하라고.

결코 소유하지 않지만 늘 곁에 머무는 바람처럼 그렇게!

“나의 옛 봄날 저녁은 어디로 갔을까?

키 큰 미루나무 아래 강아지풀들은,

낮은 굴뚝과 노곤하던 저녁연기는”

“나의 옛 나는 어디로 갔을까?

고무신 밖으로 발등이 새카맣던 어린 나는

어느 거리를 떠돌다 흩어졌을까”     

<아무도 모른다> 김사인 의 詩集 [가만히 좋아하는]창비2006

시집을 읽은 후엔 아무 것도 하지 마시라 권해드린다.

詩를 옮겨 적지도 말고 친구에게 전화 걸어 좋은 시집 읽었다 수다도 떨지 말고,

가만히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시기를.

살아 있음의 아득한 고마움 느끼시기를.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조용한 일> 김사인 의 詩集 [가만히 좋아하는]창비2006

(카이스트 교수 소설가 김탁환의 책과 램프사이 인용)

아련함과 아득함을 얻는 詩語에 취해보다 온라인의 칼 바람은 살벌하기만 하다.

익명성의 인터넷은 거짓과 誤導로 가득하며 클론 아이디를 동원하여 혼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돈키호테까지 횡행한다.

익명성은 신분제를 핵심 원리로 하던 중세 도시에서 18세기 이후 ‘중세성’ 이 해체되면서   신분제 속에서 생겨난 존비법의 균열을 보이며 도시에서 심각한 혼란을 겪으며 언어의 비속화를 가속시킨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언어와 사고의 몰가치 속에 애매함과 불확실을 가중시킨다.

한 마디 말과 한 줄기 댓 글 조차 위험하고 공격 당하기 십상이다.

이름도 모른 채 넷에서 의견을 나누던 이들은 촛불을 들고 서울광장에 나선다.

한 목소리만 큰 목소리만 횡행하는 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들고도 마음속의 불안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옛 時調 속에서나 위안을 찾아볼 거나.

五陵의 젊은이 금시(金市)의 동쪽으로

은 안장 백마 타고 춘풍을 뚫고 가네.

떨어진 꽃잎 짓밟으며 어디 가서 놀려는가?

胡姬(호희)의 술집으로 웃으며 들어가네.

(이백의 詩 少年行)

어디서 그대와 이별하면 좋을까?

장안의 동문인 청기문(춘명문)이네.

호희는 하얀 손을 내밀어 손짓하여 부르고

손님을 잡아 끌며 금준으로 취하게 하네.

면적 84,000평방미터인 당의 장안성은 한대 장안성의 2.4배이고 명,청대 장안성의 9.7배, 명,청대 도성인 북경성의 1.4배이다. 세계적으로도 447년 건축된 비잔틴 성의 7배, 800년에 건립된 바그다드성의 6.2배 이다.

거대한 장안성은 세상 구석구석에 사는 어떤 사람들도 다 받아들였으며, 능력만 있으면 인종 민족 계급의 벽을 넘어 누구라도 꿈을 이룰 수 있을 듯 보이는 코스모폴리탄적 도시였다.

수많은 외국인이 집단을 이루어 살며 종교도 조로아스터교, 동방기독교, 이슬람교를 비롯한 세계 모든 종교가 포교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반도에서는 최치원 같은 학자, 의상과 같은 승려, 연개소문의 아들 남생과 같은 정치적 망명객, 흑치상지나 고선지 같은 망국의 무장 등 다양한 인물들이 활동. 사산조 페르시아가 651년에 망해 대거 당나라로 건너와 이국적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장안에서 호희는 서역이나 페르시아에서 온 기생을 말함.

679년 안서4진을 되찾아 쇄엽성을 축성, 시인 이백은 701년 이곳에서 출생.

703년 서투르크에 점령당해 이백의 아버지가 식솔을 데리고 중국 내지로 이동.

유년기를 이시클호수(키르키즈스탄)와 천산서쪽에서 자란 시인의 정서는 아래 詩에서 물씬 느낄 수 있다.

이백의 시 전성남 첫 연

지난해에는 상건 벌판에서 전쟁이 있엇고

금년에는 카쉬가르 강에서 전쟁이 일어났네

이식쿨 호 흐르는 물결에 병기를 씻고

천산 눈 덮인 풀밭에 말을 풀어놓았네.

중국의 서역경영을 가능케 한 고선지 장군이나 중국과 세계경영의 패권을 다투던 투르크나 우리 한민족의 원류일 텐데 세계를 가슴에 품어야 할 우리 젊은이들의 손엔 겨우 촛불뿐일까?

심 奉事 시리즈 목록:

1. 시작하며       08/5/11

2. 개안           08/5/13 심청전이야기 外

3. 흑인장님가수   08/5/15 레이챨스, 차민수4연승 外

4. 봉사 단청 구경 08/6/10 행가네, 헬렌켈러 外

5. 구닥다리 교수  08/6/11 심리학교수, 헬렌켈러

6. 쇠고기 국       08/6/19  오이디푸스, 카잔차키스

7. 滿花庭(매니아광장) 08/6/22 평론가 유종호, 사문난적

8. 戰 城 南          08/6/24  소설가 김탁환, 이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