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 노래방

勞使對立이나 노조투쟁, 春闘(춘투)같은 근로자와 회사측의 격렬한 대립은 언론에서 자주 접하여 낯설지 않지만 노사대결이 노래방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

고속버스 터미널10층의 엘리베이터는 9층까지만 운행하고 한 계단은 걸어 올라가야 한다. 옥탑형식의 건물이 10층 가운데 이고 옥상의 넓은 터에 포석정이라는 식당은 손님이 넘쳐 노천 옥상에 상을 가득 펴 놓았다. 1~2백 명은 될까? 식당 안에도 꽉 차 있는데 바깥까지 손님이 넘친다. 옆자리의 20여명 단체손님도 병원 닥터들과 여의사, 직원들이다.

젊은 직원들은 소주를 짝으로 시켜놓은 채 소주와 맥주를 혼합하여 소맥으로 여러 잔씩 원샷 이다. 여직원 한 명이 마침 생일 이어 케이크를 자르곤 관심의 집중이다. 서너 잔쯤 받았을까 부러 적게 마신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선 꼭 사고를 치는 직원들이 있어 술을 꺼렸는데 시작부터 심상치 않아 내심 걱정이다.

S1(멕시코 바이러스)소식으로 돼지고기 음식점은 파리를 날릴 줄 알았는데 이리 성황이니 평소의 단골이나 영업망이 중요하긴 한가보다. 남원에서 직송해 온다는 돼지고기를 숯불에 굽는데 돼지고기가 맛있게 느껴진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맛이 별미이다.

돼지고기 한 접시에 제비추리를 한 웅큼 정도씩 주는데 특별히 많이 주신다. 병원 앞의 메리오트 호텔에 처를 초대하여 뷔페라도 한번 가야지 싶었는데 이곳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고생만 하는 처를 다시 생각해본다. 맛있는 고기만도 배 부른데 김치찌개 속의 껍질째 큼직하게 자른 삶은 돼지고기는 어린 시절의 향수까지 느끼게 한다. 앞자리의 젊은 친구는 혼자 밥을 시키기 뭐한지 내게도 권해 한 공기를 먹으니 포만감이 가득하다.

미얀마 고산지대의 소수민족 마을 초등학교 교정이나 찾아간 마을마다 의료봉사를 마치고 돼지나 소를 잡아 마을사람 모두 잔치를 여러 번 했었다. 그때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어린 태족 처녀들이 돼지 갈비와 내장 등을 추려내며 귀빈들에게는 그 자리에서 간을 우선 튀겨 주던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맛있다기 보다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것뿐이었지.

역시 한민족의 여인들이 맛을 내고 다양한 요리법을 구사하여 슬기롭고 풍요한 식단을 만드나 보다.

다양한 노래와 처음 들어보는 가사들에 빠른 리듬과 흥취에 정신이 없으면서도 젊은이들이 정말 놀아도 재미있게 즐긴다. 서로 먼저 노래를 부르느라 1절만 부르면 끊는다. 하나같이 모두 가수 뺨치는 수준인 것 같다. 2차로 자리를 옮긴 노래방에선 노소동락에 노사동락이다. 환갑이 넘은 박 반장은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려는지 원래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 시종일관 일어서서 젊은이들과 같이 노래하며 몸을 흔든다. 내 보기에는 분위기에 방해만 되는 것 같은데 본인은 분위기를 살리려 하는 몸부림 이겠지. 총 책임자인 젊은 소장은 스마트한 기품에 출중한 미남 이어 간호부에서 인기가 짱 이라더니 노래에도 일가견이다. 어부바 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는데 처음 듣는다.

소싯적부터 고고 장이나 디스코텍 룸 사롱 요정 등 안 가본 곳이 없이 잘 노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지만 병원 젊은 직원들의 신명 내는 모습은 평생처음이라 생각될 정도이다.

본사 소속의 대리는 평소 소장에게 깍듯하고 내게도 예의 바른 스마트한 모습인데 오늘은 분위기를 살리려는지 테이블에 올라가 열창을 한다. 분위기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회사측 관리자들도 놀 때는 한 가닥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가?

직제상 업무상 평소에는 회사측의 명령과 지휘에 따라야 하지만 즐길 때는 모든 것을 잊고 즐기려는 젊은 직원들에게 노는 것에도 법도가 있음을 은연중에 보이는 것일까? 제일 안쪽 화면 밑에 자리잡은 나는 그저 맥주만 찔끔거린다.

7시 출근 자들은 11시까지 출근하도록 소장이 어제 술자리에서 허락을 명했지만 병원의 아침은 여느 때와 변함없이 바쁘게 흘러간다. 3차에서 12시 반도 넘어 자리를 파했다는데도 젊은 직원들은 요소요소에서 제 역할에 충실하다. 평소보다 밝은 낯빛이랄까. 오늘은 개원기념식 이어 국내외의 수많은 인사가 초빙되어 바쁘고 병원장 이하 간부들이 이른 아침부터 총 출동하여 리허설 등에 바쁘다.

우리 소속 직원들도 잘 하겠지.

어제 회식을 시작할 때부터 불안했던 마음이 이제야 안심이 된다.

개원기념식이 있어 외래진료가 오전엔 없어 수술도 적을 줄 알았더니 예상외로 많다. 수술 자들을 이송할 명단을 작성하고 출근을 확인한다.

임상병리과에서 밤새 나이트 근무를 한 우리 직원이 7시 제 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도록 올라가 돕는다. 모든 것이 다행스럽게 Under the Control 이군. 끝.

2009-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