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저니

바둑판에 놓이는 돌은 흰 돌과 검은 돌 뿐이지만, 그 치열한 부딛힘으로 떨어진 돌들은 아메바처럼

번식해서 각각의 삶을 살아 갑니다. 마치 인간사처럼...

글을 써보겠다고 사이버오로 신청을 해서 답신 받은 메일에 낯이 익은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엔 동명이인 이겠거니 그러다 궁금증에 전화를 했지요.

처음 목소리부터 귀에 설지 않더군요.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지만 이번에 악명(?) 높은 선배님이 잡혔습니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대학 4학년때 써클실에 구색을 갖추어줄 마음으로 바둑연감 몇 권 얻으러

한국기원으로 선배님을 찾아 갔다가 된통 혼이 나고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4학년씩이나 되어서 살 궁리 않하고 바둑에 매달려 있는 후배에게 정신 차리라고

한마디 하신 것이겠지요. 후배들에게 좋은 일 하자고 갔다가 눈물이 쏘옥 나왔습니다.

추억의 폭포는 저를 떠밀어 더욱 과거로 달려가게 합니다.

대학 2학년때 전국여대생바둑대회를 유치하고 뛰어다시던 선배와  관철동에서 정수현 사범님을

뵌 기억이 납니다. 아이스크림을 천진하게 드시던 모습 한 컷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사실 그때 오천원 한장 없어서 내가 먹은 것은 내야할 텐데 하고  안절부절 커피를 마셨지요.  

아마도 정사범님의 도움으로 당시 초대 여성기우회장이셨던 조영숙 사범님을

행사 당일 모시게 되었고 길치인 제가 덜덜덜 떨면서 길 안내를 했습니다.

정신이 있었더라면 친필 싸인이라도 받아 두었을텐데...

사실 바둑을 잘 두시는 분들은 재주가 너무 많아 갖고 계신 재주를 제대로 발휘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지만,  언변과 필력을 더한 일의 추진력과 기획력에 있어서는 탁월한 선배였습니다.

월간바둑의 기자가 되셨던 것은 즐겁게 살아가는 길의 선택이 아니셨을까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 글장이들은 머리가 쉬 희끗희끗해지거나 벗겨지던데 ....)

지금 순간에 조훈현 국수님의 행마와 같은  언변에 맥 못추던 대마들이 떠오릅니다.

맥을 못춘 것은 대마뿐이 아니였지요. 형수님도 그리 잡으셨을 겁니다.

지금은 아마도 형세가 역전되어 잡혀 사시리라 확신하지만...

세상 참 좁습니다. 어쩔 때는 19로 바둑판 보다도 좁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

곧 을지로에서 소주 한잔 마실 수 있겠지요.  어쩌면 대학 때 제가 제일 싫어하던 구두주와 양말주를

마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술을 권했다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던 나이 많은 후배

 한 사람도  더불어 생각이 납니다. 안그렇습니까?  과거와 현재의 편집장님 !!

환영의 메아리

                                                                      저니

여기 오신 당신.

어찌 그리 반갑다 요.

망망 대해에서

육지 내음을 맡은 듯

그대 향기로서

우리 생명 푸릇하오.

젊은 우리 순수.

민낯처럼 미쁘다오.

여기 오신 당신

새록 달콤 찾아와요.

우리 맺은 만남.

달여 우러 덜퍽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