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쟁선(棄子爭先,棋者爭善)16, 사범님 vs 아저씨

사범님 vs 아저씨

"사범님 저도 배워주세요~"

간호부 남자 간호사 박 선생은 이미 4명이 다면기중인데 옆에 앉으며 세점을 반상에 늘어놓는다.

임상병리사 김선생, 원무과의 대리, 시설과 과장님, 기획과장님 4명에 이제 5명과 다면기이다.

어젯밤 9시경 콘도에 도착하여 모처럼의 바둑동호회 1박2일 모임을 바둑만 원 없이 두어보자며 식당에 가는 시간도 아끼며 마트에서 음식물들을 사와선 직접 해 만들며 대국을 시작했다.

콘도의 거실이 46평형인데도 바둑판을 6개를 일렬로 놓으니 비좁다. 큰방 한곳엔 바둑판 둘 을 놓고 다면기 방을 차린다.

쉬는 사람은 삼겹살을 굽고 라면과 커피를 부지런히 끓인다.

대국자들을 한손엔 캔 맥주를 들고 담배들을 연신 피워댄다. 거실 문을 열어 환기를 하느라 추운데도 아랑곳없이 바둑판에만 다들 열중이다.

일찍 판이 끝나면 식탁에 차려놓은 삼겹살과 소주를 한잔씩 한 후 다시 열띤 대국으로 돌입한다.

거실 옆의 큰 방으로 들어가 자제분 둘을 모두 바둑교실에 보냈었다는 재활의학과 성교수와 원무과의 덩치 이 대리와 둘을 상대로 다면기를 한다.

"사범님 3급으로 만들어 주신다더니~"

성 교수는 웃으며 얼마 전 내 딸의 진료를 봐 주실 때 내가 했던 약속을 뼈 있게 되새긴다.

명퇴가 유행하던 IMF 이후 이젠 나도 은퇴한 기분으로 자원봉사 차 들어간 s병원 국제진료소. 동기 놈과 후배들은 교수로 있어도 젊은 간호사들의 아저씨 소리에도 기분 좋게

"저 훌륭한 젊은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도와줘야지 기분 좋게~"

아저씨 소리에 익숙하지만

바둑동호회 만큼은 사범님이다^^

꿈의 구장:

"전 사범하고 두 분이 두세요"

8명이 편 바둑에 열중인 강 원장은 늦으막히 도착한 나를 반기며 시합에서 나와 만날까봐 농담반 진담반 으로 웃으며 예기한다.

장고로 유명한 전 사범은 끼워주지를 않자 저편으로가 방내기를 시작한다.

억지로 신참하나를 밀어내고 편 내기에 낀다.

타이젬 4단 이라는 젊은(꿈의 구장서열상 젊다는^^)문 사장을 두 점 반 치수에 편 바둑을 시작한다.

상대는 초반포석부터 신중하게 너무 장고를 한다.

"아 빨리빨리 둬야지~

장고 한다고 나는 껴주지도 않으려고 하는데

이 손님은 더 장고하네!

내가 또 오해받아 빨리 둬요~"

우리 편 세 명이 모두 졌다 나까지 지면 편 더블인데.

상대의 장고로 판이 길어 졌는데 이제는 내가 장고를 하여 한집이라도 이겨야만 우리 편 전체가 더블을 면한다.

모두 주시하는 중에 마지막끝내기에 신중하다보니 결국 또 내가 장고로 각인되나보다^^

간신히 5집을 이겼다. 두 점 반 치수여서 고미 다섯 알을 준 것이 있으니 열 집을 이긴 것인가?

정말 어려운 승부였다. 꿈의구장엔 쉬운 하수가 하나도 없지!

한솔 오크랜드:

다면기에선 속기로 급히 두다보면 전투가 되는 경우가 많다.

5점을 접힌 성 교수 는 집이 모자라자 대마를 잡으러온다.

쉽게 이어만 가면 남는 바둑이기에 연결을 한다는 것이 맥주 탓인지 다면기여서인지 착각 속에 끊겨서 진다.

거실로 나가 자랑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다섯 점에 불계승 이야~"

전에 여류프로들 초청 다면기 서도 성교수가 가끔 이기는 것을 보곤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었는데.

저만큼 바둑사랑과 애착 집착 이 있어서였군!

"소싯적에 부친에게 바둑을 배웠어요.

집에 있는 정석사전을 지금도 많이 보지요" 라시던 말씀이 이제야 다면기 이지만서도 대국에 임하던 나의 자세가 부족했음을 실감한다.

인사부장과 한판, s병원 4500명 직원들의 인사부장이니 권위를 내세우실 듯 하신데 항상 겸손하시다. 5점 바둑의 중앙마가 잡혀 불계 후 복기에서

"이곳은 죽을 것을 생각도 못했는데요.

상상도 못한 수를 두시네요!"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아침7시,

5명 다면기는 4:1로 끝난다.

시설과장에게만 3점에 열 세집 패 이고.

서로 지쳐서 단수도 못보고 대마를 서로 죽이고 살리고 하면서도 웃으며 흥미롭게 모든 판이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모두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워낙 술에 약하고 잠에 약해서 외레 중반실수를 내가 한 것인지. 더욱이

앉아서 하는 다면기는 쪼그린 자세로 옮겨 다니느라 피로가 더했다. 다음에는 테이블을 준비 해야겠군.

꿈의 구장:

바둑과 평생 벗해왔어도 막상 바둑 두며 밤새보기는 처음 이었다. 그것도 맥주와 소주를 먹으며^^

친구 상가 에서도 밤샘은 못하여 슬며시 나와 차에서라도 잠깐씩 눈을 붙이고야 들어가곤 했었는데.

명색이 사범이니 출발 전 준비 프로기사 초빙 진행 에 신경 쓰며 밤을 새곤 운전까지 대신하고 왔으니.

빨리 집에 가서 한잠 잘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방앗간에 잠시 들려야지 발길을 돌린다.

의무였던 바둑과 나의바둑의 차이일까?

사범으로서의 바둑보다는

8시간 근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듯이

나만의 내가 추구하는 바둑을 두고 싶은 보상심리일까?

꿈의 구장에서

바둑다운 바둑 세 판을 두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피곤의 극치를 느낀다.

24Hour 에서 오직 except 4Hour 이군.

바둑을 안둔시간은.

s병원:

안개 길을 천천히 운전하여 도착한 병원에서 해산을 하며 정겹게 인사들을 나눈다.

토요근무 5일제 가 정착전이라 오늘도 근무인 이들도 많다.

바둑을 애호하는 이 들! 병원의 바둑동호회 식구들!

다들 직장인답게 컴퓨터에 능숙하고 넷바둑 에서 대국을 많이 하지만 이구동성 입을 모은다.

원 없이 바둑 두었네요.

빨리 내년에 또 가요~

사범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