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97, 고성 行(행)?

생각할 것이 결정할 것이 걱정할 것이 너무 많아 일분일초가 초조한데 모든 것은 뒤로 미룬 채 걱정거리는 뒤로 한 채 자판을 두드려본다.

지난 반년 여 고심하던 결론을 지난 8일에 사 이번 15일까지 일주일 더 기다려보며 생각한 후 15일부터 결심과 결행을 하기로 다짐하였다.

15일은 미국캐나다에 3개월 가계시던 처가 댁 어른들이 귀국하시니 공항에 나가야 하고 14일은 처의 생일, 이번 주는 애기들과 그 곁을 같이하는 청년들과 식사약속, 너무나 절실한 시기인데 우연히 수많은 행사가 겹쳐있다.

7/11~7/13의 고성 바둑모임도 내게는 빠지고 싶지 않은 행사이지만 공교롭게도 가장 중요한 시기의 한 복판이다.

7/26출발의 8기 해외봉사단의 연기 결정 등,

지난 주말 우연히 언급된 복직문제도 이번 주 초에 노심초사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주말 전엔 다시 병원사람들을 만나봐야 하는데.

여느 때 같으면 어디든 동행할 처가 자신도 애들과의 식사약속, 친정 청소와 준비, 토요일의 교육이 있지만 그 전에 이미 말한다. 당신 혼자라도 다녀 오시라고. 지금의 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그이답게 이런 때 무슨 한가하게 바둑 두러 놀러 다니냐고 타박이 아닌 이해만 하려는 나 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그녀.

인생의 항로를 바꾸게 될 지도 모를 중차대한 시점에,

어떤 결정을 내리건 그 사전 후속 준비를 서둘러 집행해야 할 시점에,

내 마음은 이미 동해바닷가에 가있다.

강남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속초에서 고성으로 가려면 6시간 정도 걸릴까?

금요일 새벽 출발을 해서 조금 일찍 현지에 가 바닷가라고 혼자 거닐어 볼까?

강릉대 교수 친구들과 목사와 회원들을 만나보고 고성엘 천천히 갈까?

같이 청해서 가 볼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으면서도 자고 있는 처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저리 마음고생 몸 고생 하는데 내가 곁에서 위안과 희망이 되야 하는데 저 혼자 놀러 갈 구상만 하는 것이 아닌가? 애기들과 사위자리 들에게 처는 이미 말했다. 나는 주말에 강원도 출장이 있다고. 내가 혼자라도 가야 하는 것일까? 옳은 일일까?

평생을 바둑을 벗하며 일본 미국의 기원, 한국의 여러 바둑행사, 병원에 프로기사들을 초빙한 다면기의 개최, 1박2일 연구생들과의 바둑모임, 鳥嶺(조령)의 글벗 모임 등 많은 곳을 다녀보았지만 이번 고성 바둑모임은 왠지 내게 바둑사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기억에 영원히 남을 추억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 이라는 느낌으로 참석하고 싶은 곳이다.

이틀만 쉬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바쁘던 몇 해 전 모든 것을 잊고 떨친 후 휴가를 내 혼자 2박3일 동해안을 둘러보았다. 이른 아침 속초 대포 항 포장마차에서 비바람과 몰아치는 파도를 벗하며 소주잔을 혼자 기울이곤 설악산에 올라 메밀꽃술을 마신 후 낮부터 잠을 잔 것이 전부였지만 항상 마음속에 남는다.

불과 지난 가을 뉴질랜드에서 오신 외국손님들이 휴전선 통일전망대를 보고 싶다기 에 처와 같이 명성콘도로 돌아 다녀왔는데 같은 길을 혼자 가는 것이 왜 이리 마음이 향할까?

하루 밤 불나방처럼 내일은 모른 채 불사르려 뛰어드는가?

중2때 잡아본 바둑알을 놓아야 할 때가 되어감을 느끼는 것일까?

40년 째 끊지 못하는 과욕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