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운동장

삼 년 째 바둑대회는 열리지 못한다. 올해 주최 기수가 58회 라니 54회와 55회 때 까지는 지속을 하던 것을 벌써 3년째 개최를 못 하는 것이다. 물론 봄 가을의 춘계 추계 정기대회가 있고 마산의거 기념 전국바둑대회, Yes 24 고교 동문 바둑대회 등 여러 행사가 있지만 그래도 가장 큰 행사는 모교에서 개최되는 매년 체육대회에 같이 시행하던 바둑대회인데 아래 기수로 내려갈수록 바둑을 아는 이들이 없어 대회개최 조차 못 하나보다.

잠실 종합체육관 단지 내의 보조경기장 잔디구장 위 에서의 체육대회는 잘 짜여진 준비에 경품시상이 자동차 한 대와 총 2억 이라는지 많은 선후배 동문들이 가족단위로 참석한다.

내빈들을 소개하는 단상에는 민주당의 대표와 전 총리, 이인제 의원, 한나라당 의원 등이 단상에 자리 잡고 기나긴 인사말이다. 10명의 동문이 현역의원이라지만 참석하신 귀빈들은 인사말이 바쁘다.

“2선 국회의원 노릇을 해 보니 인사말이 길면 표가 깎이더라.”말씀 하시며 짧게 “반갑습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인사를 마친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박수갈채를 받는다.

부부동반으로 참가한 동문들도 여럿이다. 군용수통에 자신이 직접 담갔다는 매실주를 나눠주는 동문에게 말한다. “상우는 평생 미남일줄 알았더니 나이 드니 이젠 마찬가지네.” 강화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어느 대학에서 선생질을 한다는 그는 이젠 보기에도 완연한 자유인이다. 4월이면 반년 전에 담근 술이 익는다니 내년 4월엔 매실주를 얻으러 강화로 가야겠다.

“상우 야 근데 너랑 이름이 똑 같은 동창이 또 있나?”

“그래 0상우가 광주 지검장 인지 하다가 지금은 천안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지.”

“그래 부친상 부고를 보고 가려는데 네가 아니라고 하더라고.”

S물산의 전무를 하던 친구도 이젠 그만 두었단다. “저 친구가 나랑같이 H대 섬유과를 다녔는데 8년인지 중역 노릇을 하다 이젠 나왔지.” 라고 상우는 예기한다. 50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인 현실이 귀밑머리 허옇게 세인 것처럼 이제는 다들 은퇴할 나이인가보다.  대검의 부장인지 하던 친구는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이젠 정말 다들 겸손해졌군. 중 고교 시절이 엊그제 같고 젊을 때는 누군 뭐가 되고 누군 어떻게 되고 궁금하고 차이도 많았었지만 이젠 모두 다같이 은퇴를 하고 다 비슷해지는 시기인 것인가?

“너 복직했다며?”

“다시 S병원에 들어갔다며?”

어떻게 알았는지 인사들을 건넨다.

시냇물 속 맑은 물속의 하얀 자갈은 둥글둥글 모난 곳이 없었는데 오랜 세월 물 속에서 구르며 풍상을 겪으며 단련되어 맑은 하얀 색 모난 곳 없는 둥그스런 모양이 되었을까?

이제 허연 머리들의 모나지 않은 모습들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들이 다같이 비슷해진 것일까? 1968년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며 같은 동심이었던 동창들은 이제 2009년 40년 만에   거리낌 없는 벗들로 돌아가는 것일까?

총리였던 분께서는 말씀하신다.

“나폴레옹을 무찌른 웰링턴 장군은 오늘의 승리는 이튼 스쿨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국의 이튼은 모교라 생각하신다고.”

대통령후보였던 그 분께서는 말씀하신다.

“젊을 때는 몰랐는데 모교의 위치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노라고.”

맞아 나도 사실 지난날엔 몰랐었지만 이제 앞으로는 평균수명이 길어져 노령사회가 되어 향후 2~3십 년을 더 산다면 이제부터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더 분발해 보아야겠군 싶다.

그래 어깨를 펴고 처에게 이야기 할 때도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진중하게 이야기 해야겠군 마음속으로 다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