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버지의 사무실을 찾았다.

  오랜만에 찾은 사무실이라 주위가 낮설다.

  사무실 들어가기전 봉선화가 보인다.

  심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잘 자랐다면서 신기해 하신다.

  아마 작년에 화분에 심은 것에서 씨앗이 떨어졌다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지나고 이제 다시 자란 것이다.

  옆에 보니 화분에 심겨진 봉선화는 시들시들하다.

  보도블록의 작은 틈사이로 난 화분의 뿌리가 너무나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래서 뿌리부분만 한 컷 더 잡았다.

  사진을 보면서 "있어야할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것도 제자리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은 법인 것 같다.

  처음에 작은 틈 사이로 자리를 잡은 봉선화가 신기하고 이상했지만

  튼튼하게 자라난 봉선화를 보니 원래 그자리가 본자리인 것 같다.

  담장밑에 흩뿌려지고 척박한땅에 흩뿌려지는 것이 봉선화이지

  봉선화가 화분에 거름을 가득해서 키워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바둑의 자리는 어디일까?

  며칠전 수목원에서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빈 바둑판에 착점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현재 바둑은 국악처럼 박제된 것이 아닐까?

  "바닥에 있어야할 것이 무대 위로 올라가면서 생명력이 줄었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은

  지금의 바둑의 위치가 어울리지 않은 것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