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나이든 수녀님은 “안녕하세요!” 하며 먼저 인사를 하신다.

응급실에 자주 오시다 보니 나를 기억하시나 보다.

“자주 오시네요.”

“우리 가족들이니.”

평범한 시골 아주머니의 인상에 퉁퉁한 몸집과 큰 코는 인자한 모습이시다. 수녀복만 아니면 여지없는 시골아낙의 모습이다. 낡고 바랜 회색 수녀복은 마치 불가의 법복을 연상시킨다.

자세히는 몰라도 수녀회도 여러 곳이고 각기 복장이 달라서인지 다양한 스타일의 칼라의 수녀복과 머리모자, 외국 수녀님 등을 가톨릭병원에 있다 보니 보게 되는데 보편적으로 깔끔하고 뭔가 예리함과 성스러움을 연상시킨다. 저 분의 것은 탁발승의 기워 입은 법복마냥 바랜 회색의 낡아보여도 오히려 편안한 느낌을 준다.

지방의 어디 꽃마을 소속이시라던데 무연고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호스피스 시설인가보다. 하나같이 병환이 심각한 노인들만 항상 모시고 온다. 젊은 수녀님보다 나이 드신 수녀님들이 자원을 하시는 것일까?

그분의 가족은 나이든 남환 이다. 산소 호흡기를 연결하고 바이탈을 체크하는 여러 선들은 모니터에 연결되어있다. 중환들을 집중 관찰하는 B구역 1번이다. 기저귀가 넘쳤는지 종이기저귀를 버리려 일어서는 수녀님의 손에 들린 기저귀는 냄새가 진동한다. 주머니에 상시 넣고 다니는 마스크를 꺼내 쓰곤 B2 번 자리를 관찰한다.

마지막 심폐소생을 시도했던 듯 바닥의 피와 널려진 의료기구, 포장 비닐 등 오물들이 바닥에 널려있는 채 카트(침대)는 없다. 모니터는 켜진 채 연결 된 선들만 주인 없이 늘어져 있다. 중환자실로 옮겨졌거나 Expire(사망)이군. 사망자를 잠시 안치하는 D구역 5번방으로 향하는데 닫힌 방 앞에 젊은 여인 둘이 울며 서있다. Expire 이군. 문을 조금 빠끔히 열어본다. 급히 넣느라 벽 쪽 옆으로 돌려놓지도 못했는지 문 앞에 바로 카트 위 사체의 얼굴이 보인다. 젊은 편인 남자는 콧수염과 턱수염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사체는 마치 고무 인형처럼 하얀 얼굴과 검은 수염은 묘한 대비를 이루며 섬뜩하여 문을 닫는다.

저 편 메인 스테이션에 장례식장 소속의 운구요원이 이미 도착하여 차지(선임 간호사)에게 묻는다. “어디에요? 빨리 가야죠.”

“잠깐만요. 가족들이 떠나기 전 찬송가를 한 번 부르시겠데요.” 차지(간호사)

“가서 부르라고 하죠.” 운구요원.

빨리 보내려고 해야 할 이가 담당 간호사인데 이곳은 종교재단 병원이어 확실히 다른가 보다. 언젠가 S의료원 ICU(중환자실)에서 비슷한 시간에 네 분이 Expire하여 각기 다른 장례식장의 운구요원들이 각기 카트 하나씩을 끌고 다녀 큰 사거리의 교통순경 마냥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던 기억이 난다. 사체를 운구하는 엘리베이터는 ICU뒤쪽에 한 곳 뿐이어서 이었다. 사체를 이동 할 때는 환자들이 심적 부담을 가질까 봐 미리 커튼을 친 후 이동하기 위해서 이다.

수술장 으로 가기위해 카트에 누워있는 환자의 마지막 점검을 마친 어린 간호사는 환자의 손을 잡곤 “기도해 드릴게요.” 하더니 고개를 숙이곤 잠시 기도를 한다. 병원 생활을 오래 했어도 처음 보는 모습이다. 종교재단의 병원이라 다른 점이 많군.

수술장 입구의 처치실 에서 잠시 대기하는 환자의 카트 옆에서 수술복과 모자를 갖춘 중년여인이 기도를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일까? O/R(수술실)소속 간호사가 노트북이 달린 간호카트를 밀고 와 점검을 하며 환자정보를 입력하자 여인은 간호스테이션의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아 수녀님이군. 수술장 내 그녀의 자리 옆에는 성모상이 놓여있다. 수녀복위에 수술복을 입고 수녀모 대신 수술모를 써서 몰랐었군.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환자를 실은 카트 는 덩그러니 큰데 그 위의 두세 살 정도의 어린이는 작기만 하다. 젊은 여인이 수술복을 벗으며 따라 나오는데 모친이다. 아이는 몸집은 작은데 머리는 작은 항아리만큼 크다. 신경계 중환자실의 격리 방에 이송한다. 우즈벡 아동병원에 갔을 때 같은 병의 아이들이 나무침대에 붉은 천으로 기저귀만 한 채 방치되어 있던 기억이 난다.

젊은 어미는 연신 아이에게 말을 걸며 희망을 주나보다. 아이는 아무 반응이 없다. 면회시간이 제한 되어있는 ICU에 들어갈 때 “이따 봐요 우리 누구.”밝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할 때 한 한 번 침상의 손을 조금 들었다가 내린다. 알아듣고 있다는 듯이.

NSICU(신경계중환자실)소속의 간호사 여럿이 동시에 격리방 환아에게 다가오며 모두 각자 반갑게 환아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이한다. 이래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된 것일까?

종교재단의 병원이어 분위기 다른 것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