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오후 두 시부터의 이브닝 근무는 밤 10시까지 이다.

가락동 오피스텔에서 전철로 한 시간 정도 소요되니 12시에 나서 한 시에 도착하여 병원에서 점심을 먹고 한시 반 에 병원 사무실에 도착을 하면 되겠군 마음속으로 시간을 헤아린다.

새벽 4시면 어김없이 눈이 뜨여 나이 탓인가 싶고 밤에는 지친 몸에 일찍부터 잠이 드는 습관을 이번 이브닝근무를 계기로 밤에는 티브이도 보고 늦게 자서 아침에도 한 번 푹 자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핸폰의 알람도 꺼 버렸지만 6시에 눈이 뜨인다.

아침 6시부터 정오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생각해본다.

가락동의 오피스텔을 얻은 지 4년 째 이다. 처음 계약을 2년을 했었고 그 후 갱신을 할 때 월세 5만원을 올리며 1년을 연장하였지. 올 3월부터는 4년째에 접어든다. 바로 옆 방은 그 동안 10여 차례 사람이 바뀐 것 같다. 작년에 어려웠을 때 월세와 관리비도 제때 내지 못해 많은 곤욕을 치렀지만 주인댁 여자분이 교회 권사라며 이해를 해주고 건물 관리실에서도 단전을 하겠다며 실제 끊은 적도 두 차례 있었지만 최악의 시기는 넘겼다. 병원에 복직을 하여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 복직을 한다니 믿지 않는 눈치들이다가 막상 다니니 안심들을 하시나 보다.

“성전으로 생각하며 지키려 한다는 말에 감명 깊었다.” 주인여자는 언젠가 밀린 월세를 미안해하며 양해를 구하는 내 말 중 한마디를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나 조차 기억을 못하고 잊어버리고 있던 생각을 불현듯 되새긴다.

그래 이 작은 사무실에서 얼마나 무수히 괴로워하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 자신을 부추기며 혹은 절망에 어떻게 죽으면 가장 편안할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었지. 새벽기도를 가고 추운 겨울날 목사님과 길거리 전도와 초교 앞 전도를 하며 교사들의 험담을 듣기도 했지. 기독교방송 티브이를 틀어놓고 서서 보며 울기도 했지. 처 가 있어 견딜 수 있었고 나무꾼과 선녀 시리즈를 오로 사이트에 써가며 나 자신을 채찍질 해보았지.

그래도 이 사무실에서 5~7기 해외봉사단이 우즈베키스탄과 미얀마 에 다녀왔고 젊은 의사 간호사 학생들이 북적거리며 웃음질때도 있었지.

소파와 간이베드 차 탁자, 강의 용 테이블 등 집기의 배치를 바꿔본다. 컴퓨터를 중심으로 소파와 파일함 탁자 등이 연계 되 있어야 일과 독서 등에 더 편하겠지. 이제는 이곳에서 강의형식으로 젊은이들을 상대할 일은 당분간 없겠지.

어느새 시간이 늦어 부랴부랴 샤워를 하곤 병원으로 향한다. 점심시간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으로.

근무투입 15분전에 조회를 시작한다. 약제 임상병리 이송 등 전달사항을 전한다.

근무지를 장시간 이탈하는 행위를 금한다.

복장에 주의를 요한다.

보안 팀 여직원에게 불필요한 대화를 금한다.

6월 근무 표 게시한 것을 확인하라.

주의를 기울여 듣는 직원도 별 없는 것 같고 대부분은 그저 오늘도 무사히 시간이나 잘 때우면 된다는 생각이겠지.

며칠 전 젊은 직원 하나를 잘랐다. 내가 직접 교육시킨 12명 중 한 명 이어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3개월 째 되도 근태들이 불량하여 시범으로 내 보냈다.

중환자실 소속 요원 하나는 일반 병동으로 방출했다. 나이가 많아서 인지 말이 많아 여러 차례 참고 기회를 주었으나 핵심부서에 필요한 마음자세가 되어있지를 않다.

학교선생이었고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도 했고 미국에서 몇 년 살다 왔다는 그는 힘든일을 면하게 되어 좋아할까 아니면 ICU(중환자실) 와 회복실(수술장)에 근무하는 우리직원들 중 대장 노릇을 못 하게 되 서운할까?

주말이면 집에서 쉬며 처에게 물어본다.

“직원들을 자르거나 전출시켜 남에게 원을 사는 것은 안 좋은 일인데 회사 전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