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서양의학이나 과학계에서는 동양의 "기" 에 대해 무지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온몸에 핏줄이 있어 영양과 산소를 공급해주고, 신경세포가  뇌의 명령을 전달하듯, 우리에게 "기" 가 분명히 있어 그 기가 흐르지 않으면 피와 신경이 마비됨과 같이 사람이 죽을수 있다는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과학이 좀더 발달하면 분명 "기" 란것을 과학적으로도 증명할날이 올것이라 믿는다.

왜 갑자기 뚱딴지 같은 기 이야기를 하냐 하면  창호군과 악수를 한다음 난 창호의 기를 전수 받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날  흑을 잡고 둔 세판의 바둑을 내가 전부다 압도적으로 이겨버린것이다.  
수가 잘보였다.
판 전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 했고, 큰곳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보였다기보다 눈에 확 튀어 들어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것이다.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수가 잘보였던 것이다.

내친구는  세판을 내리 진후 '분명 두점은 깔아야 할 실력인데 이게 어찌된 영문인가' 하고 얼굴이 벌게져서 뒷통수만 긁적이고 있었다...

하여튼 그날 저녁을 잘 얻어먹고, 이틀뒤엔 호선으로 흑돌과 백돌을 번갈아 쥐면서 세판을 더 두었는데,
믿거나 말거나,  내가 세판을 또다시 연달아 이겨버린것이다.

그래서 이게 도데체 어찌된일인지 궁금해 하는 이친구에게 이실직고를 하였다.
"사실은 내가 몇일전에 창호와 악수를 했거든... 아무래도 창호의 기가  쬐끔 전수된것 같아..."

그런데 진지한 나의 고백을 이친구는 농담조로 받아들이면서 믿으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좀 기분이 상해 속으로 '믿거나 말거나 맘대로 해라'

하여튼 저녁을 또 잘얻어먹었다. 
연달아 두번 얻어먹기는 처음인지라 좀 미안한 감정과 함께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이틀후 다시 두기로 했는데 막상 그날 이친구가 보이질 않았다.
물어보니 사무실에도 나오지 않았다고한다.
그래서 전화를 해보았더니 몸이 좀 않좋아서 쉬고 있단다...

그래서 몇일뒤로 대국날짜를 다시잡고, 드디어 내가 백을 잡고 바둑을 두게 되었던 것이다.

' 아,  그때의 그 째지는 기분이란'

그친구와바둑 둔지 일년만에 처음으로 호선이 아닌 정선으로 백을 잡아본것이다.

어디가 아펐냐고 물었더니, 그냥 뒷통수만 긁적이며  "그냥 바둑책좀 보면서 쉬었어"

가만히 보니 이친구 아팠던것이 아니라  나에게 여섯판을 내리지고는 열받아 몇일동안 회사도 때려치고 바둑책을 보면서 연구를 한것이었다. 
'그럴만도 하지, 나같아도 두점 접을 하수가 백들고 있다면 열을 받지않겠는가...'

하여튼 나도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바둑을 두기 시작했는데, 그날도 두판을 연달아 이겨버린것이다.
두판을 지고 나자, 이친구 아무말없이 일어나더니 마지막 판은 다음에 두자고 하면서 나가버렸다.
캬, 두점으로 밀어내릴수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대국후 몇주 뒤에나 다시 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그날은 백잡고 2:1 로 내가 졌다.
아마도 창호에게 전수받은 기가 몇주 지나면서 누수현상이 일어 난것 같았다 ㅜㅠ

그뒤로 그친구와 헤어질때까지 팽팽하게 호선으로 계속 두었는데, 서로 반 반씩 저녁을 샀던것으로 기억이 된다.

요즘도 오로 4단에서 3단으로 강단 될때마다 이창호 국수의 손이 간절히 그리워진다...

'한번만 악수 해도 5단까장은 걍 쉽게 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