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다투며 보내고 싶지 않아서였다. 힘들게 일한 오늘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고단한 몸을 마음으로라도 위로 받고 싶어서였다. 다른 남자와 뜨겁게 몸을 섞은 것에 대한 아주 조금의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였다. 집에 가면 딸과 외로운 밤을 보내야 하는 현실이 싫어서였다. 오랜만에 찾아준 그에 대한 미운 마음을 불쑥 드러냈지만 그 또한 그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임을 잘 알아서였다.

그도 그녀가 자신에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자신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으려 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영역을 부정하거나 무너트리려고 시도하지 않는 한 그녀를 안아줄 것이다.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내도 자신의 외도를 조금 눈치 채고 있는 듯 했으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보다 시아버지의 재산에 마음을 두고 자신과 결혼한 것이라는 것쯤은 이미 눈치 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혼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아내가 그럴 일은 절대로 없다.’

이것이 그가 여러 여자들과 어울리는 가장 큰 무기였다.

“자기의 조개는 참 특별해.”

매번 허겁지겁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그가 얼마 전의 어느 날 맥주를 같이 하며 한 말이었다.

“무슨 뜻이야.”

“자기랑 하고 나면 며칠은 다른 생각이 하나도 안 들어.”

“너는 말을 참 애매하게 표현해. 내가 바로 잡아줄까? ‘며칠은 다른 여자랑 할 생각이 안 나’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는 피식 웃었다.

“인정하는 거네. 나쁜 놈!”

“내 딴에는 칭찬이었는데 결론을 왜 그렇게 내리냐. 그만큼 자기 조개가 대단하다는 거야.”

“그럼 나랑 며칠에 한 번씩 하자. 딴 년들이랑 안하게.”

“어허! 편식하면 못써요.”

“너 나한테 죽을래?”

달려드는 그녀를 그는 약 올리듯 요리조리 피하며 히죽거렸었다.

그의 성기가 그녀 안으로 쑥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 순간은 섹스에만 몰입하고 싶었다. 몸에 쾌감이 서서히 퍼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렇지만 그 몸짓마저도 곧 멈춰졌다. 거세게 밀려드는 폭풍을 주체할 수 없었다. 끝없이 나락으로 추락하다가 한없이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느낌으로 인해 그녀는 침대를 꼭 쥐었다. 질 안쪽으로부터 온 몸으로 퍼지는 뜨거운 불길은 그녀의 입으로 뜨거운 바람을 토해내게 했다.

“하아! 하아!”

뜨거움과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가 몸을 뒤틀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섹스는 전희나 테크닉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의 몸이 그녀의 몸에 들어와 있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이미 흥분은 절정으로 올라가고 만다. 그의 성기 강도가 점점 강직해지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힘이 조개의 구석구석을 휘저으며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는 그 느낌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클라이막스로 향했다. 갑자기 그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그녀는 불에 덴 듯 비명을 질렀다.

“크어어.”

그녀의 몸을 잘 아는 그는 이번에는 유두를 살짝 비틀었다.

“그억,,,커억.”

그녀는 이성을 상실했다. 오로지 자신의 몸을 지배한 쾌감에 젖어 울부짖는 암컷이었다.

“마스터님! 여쭤볼 것이 있어요.”

각 조의 조장들이 면담을 요청했다.

“왜 다 모여서 그러는데. 무슨 일이 있어?”

“회장님팀 캐디는 어떻게 정해요.”

그녀는 며칠 전 회장님팀의 캐디를 정애가 맡은 것을 다른 캐디들이 문제 삼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그냥 벌 것 아닌 것으로 치부를 하고 말았는데 오늘 이렇게 조장들이 항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조장들이 그걸 왜 묻는 거지? 그건 캐디들이 나설 문제가 아니잖아. 경기팀장님이 알아서 정하신거야.”

“지금까지는 대부분 조장들이 맡았었고, 특별한 경우에만 일반 캐디가 했었죠. 그런데 지난번에 정애가 했는데 이번에 또 하니까 애들이 수군거리고 우리들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번에도 정애가 했었나? 미처 그 생각까지는 나도 못했었네. 나는 팀장이 준비시키라고 해서 생각 없이 따랐었지. 이건 조장들의 의견이 맞아. 내가 확인하고 답변 전해줄게.”

오너들은 골프장에 오면서 계절에 따라 직원식당에 특별 메뉴를 전달해준다. 떡이나 수육이나 과일 등 직원들이 모두 먹을 만큼 베푸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을 마치면 경기팀에 금일봉을 하사한다. 더불어 하루 동안 수발을 든 캐디에게도 은전을 베푼다. VIP의 팀에 캐디로 선정된다는 의미는 캐디들 중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고 수입 또한 뒤따르는 것이기에 캐디들이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마스터는 경기팀장을 찾아갔다.

“어서와.”

조심스럽게 눈을 맞추지만 그들에게서 풍겨오는 달달함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다른 직원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그런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왜 회장님 라운딩에 또 정애를 넣었어요.”

사무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마스터가 편한 자세로 팀장 옆의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본부장이 지시했어. 지난번에도 정애가 했다고 말씀 드렸는데, 회장님이 지정하셨대. 그걸 누가 어기겠어.”

“어머! 진짜로. 웬일이래.”

“나도 당황스럽더라.”

“본부장님이 뭐라고 다른 말 안 해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이 바닥 생리를 회장님이 모르실리도 없고,”

“본부장님도 이유를 물어 볼 수 없었나봐. 그렇지만 이유가 있겠지.”

“엄청 궁금하다. 이상하기도 하고.”

“나중에 혹시 알게 되면 말해줄게. 오늘 저녁 같이 할까?”

“미안해요. 애들 때문에 오늘은 일찍 가 봐야 돼.”

“우리 요즘 뜸했잖아.”

“미안해. 다음에 뜨겁게 해줄게.”

“약속 꼭 지켜야 돼.”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한번 쓱 문지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애가 자리에 앉자 마성은 서류 하나를 쓱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부담스러워하거나 기분나빠하지 않았으면 해. 당신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고,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이해해줘. 당신이 한사코 내 경제적인 도움을 마다하고 있는 거 내가 받아들이는 것은, 당신이 인격체이고 그런 존재에 대한 내 존중의 마음인 거 잘 알고 있겠지만,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이번에는 받아주기 바래.”

몸이 섞이면 마음이 섞이기도 쉽다. 두 사람은 이미 부부인 듯 생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의 경제적인 도움을 한사코 거절하며, 앞으로도 일을 계속할 생각임을 말했다.

‘만약 어느 날 다시 혼자가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어, 그때도 나는 민주를 책임지는 엄마일 수 있어야 해.’

아직 그가 남편이 아니었고, 만약에 그가 재혼을 원한다 해도, 그녀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순전히 윤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가족들이 보일 반응이 너무 뻔했고, 그들에게 함부로 내비쳐지는 자신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봉투를 열어 서류를 꺼내보였다.

“아파트 전세계약서네요.”

“집을 하나 사주고 싶은데 거절할 것을 잘 알아. 그래서 이렇게라도 하려는 거야. 거절하지 마. 좋은 집에서 민주와 살아줘.”

그녀는 그의 얼굴을 말없이 건네 보았다. 선한 얼굴에 잔잔한 미소까지 띈 모습.

“당신같이 순둥이 선비처럼 생긴 사람이 섹스 괴물인 것이 나는 참 이해가 안 돼. 물론 그게 더 섹시하기는 하지만.”

그는 대답대신 서류를 그녀의 손에 쥐어줬다.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게. 그리고 집에 세간들을 모두 장만해두었어. 당신과 민주는 몸만 들어가면 돼.”

“고마워요. 덕분에 앞으로 월세 굳었네. 오늘은 내가 죽여줄게.”

“우리가 섹스머신인가. 오늘은 문화인처럼 보내자. 저녁 먹고 뮤지컬 보려고 하는데.”

“오늘의 모습이 진짜 당신의 본 모습이야?”

“다른 이들에게는 그럴 테지만, 당신에게는 섹시 남으로 있고 싶은데.”

“정말 못 말려요!”

영락없는 금슬 좋은 부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