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기원 사람들 (1) 첫 인연

                                                                                                                       저니

금정기원... 금정기원을 알게 된 것은 3 년 전, 다니던 직장에서 밀려나 오갈 곳 없었던 시절.

구직신청을 하고 고용보험을 받으러 경기도 안양의 종합고용안정센터를 매주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우연히 기원간판을 보게 되었다.

직장을 구해야 된다는 압박감에서 조금 벗어나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바둑을 두고 싶어서 점심이 이른 11시즈음 기원을 찾았다.

지은지 얼마 안되어 보이는 건물이지만, 왠지 기원이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허름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기원에 대한 나의 오랜 고정 관념이다.

 대학시절 방학때면 동아리 회원들이 텅빈 학교를 대신해서 모이던 아지트들.

노량진 기원, 대림기원, 영등포 자스민 기원 ....

모두 하나같이 낡고 오랜 건물의 기원이미지만 가득하다.

금정역 주변에 4층짜리 건물 입구. 1층 부터 울리는 바둑돌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기원을 들어서자 두 노인분이 한가한 모습으로 바둑을 두고 있고 

흰머리가 희끗희끗하신 분이 바닥에 떨어진 돌들을 빗자루로 쓸어 담고 있다.

바둑을 두시던 한 노인은 힐끗 쳐다보고 한마디 던진다.

 "원장... 손님 왔어 ! " 그렇게 한마디하고 아무일 없다는 듯 다시 바둑을 두기 시작한다.

원장은 빗자루를 한 곳으로 치우며 "어떻게 오셨습니까?" 하며 머쓱하게 서 있는 나를

커피 한잔과 더불어 자리에 앉힌다. 진한 커피 한모금이 머쓱한 마음을 달래준다.

원래 초면의 첫 인상은 미래의 관계를 감지하게 한다.

원장은 지난 밤 잠을 잘 이루지 못한듯 금테 안경사이로 피곤한 눈빛이지만  후덕한 체구에 인덕이

있어 보이는 양반이다.

" 바둑 한 수 할려고요....." 대답을 하자 

" 좀 이르게 오셨네요. 두어시 넘어야 사람들이 좀 모일텐데  몇 급 두십니까? "

사실 누군가에게 몇급을 두냐고 질문을 받으면,  참 난감할때가 많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우쭐거리고 싶은 마음에 자랑삼아 아마 몇 단입네.

프로도 울고갈 실력이라고 허풍과 너스레를 떨지만, 막상 바둑을 좀 두는 사람들 끼리는

붙기 전에 엄살을 늘여 놓을 만큼 당당한 실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터넷 기력이란 것이 이곳 기원에서는 쓸데없는 잣대이다.

정확이 알고 있는 것은 1급 바둑에 두점이나 석점을 붙였던 옛 기억대로라면 3급 이지만

오랜만에 두는 바둑 망신이나 당하지 말자 하는 마음에 눈딱 감고 한마디 " 5급 즈음 둡니다"

원장의 얼굴이 환해진다 "저 하고 맞두면 되겠네요.  한 수 하실까요? "

원장의 기력이 강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조금 의외였지만, 그렇게 금정기원과 인연은 시작된다.

<2편으로.....>

인연도 열정
                                  저니 

화산이 폭발하듯 응고된 인연은

고독이 온몸 덮고 회의가 쌓여도

열정의 순간들을 끝없이 깨운다.

너에게 끓어 오른 의기의 투합이

내 안의 나를 깨워 가슴을 열었고

하늘에 달을 품고 구름에 떠가리.

<2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