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관계다.        (關係 relationship)                          6/10/07

오청원 선생은 “바둑은 조화(調和) 다” 라고  했는데 요즘 흔히쓰는 말로하면 밸런스 (balance)  란 말이 아닐까 싶다.  바둑은 조화라… 곱씹어볼수록 그럴듯하고 멋있다는 생각이든다.

나에게 바둑을 한마디로 정의 하라고 한다면 난 “바둑은 관계다” 라고 말하고 싶다.  백돌과 흑돌이 하나씩 하나씩 놓일때마다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관계를 맺어가기 때문이다.

오로에서 고수들의 바둑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느끼는것은 고수들의 돌은 하나 하나 놓일때마다 살아서 생동하며, 힘을 뿜어내고, 빛을 발하며 아군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간다.  

 하수들의 돌은 오로지 바로 앞의 먹이에만 관심이 있다.  눈앞의 흰돌을 단수쳐 잡아먹고 싶은마음에 다른곳의 돌들은 보이지 않는다.  당장 눈앞의 이익과 먹이를 찾기에 급급할 뿐이다. 

그러나 고수는 한귀퉁이에서  전투를 해도  판전체를 보면서 다른곳에 끼칠 영향까지도 생각한다..  내가족, 내고향, 내조국 뿐아니라 전세계를 내다 보며 더나가 온우주를 바라본다…

오래전 조치훈의 전성기때  기보를 자세히 설명한 ‘명국세해’ 라는 조그만 책자에서 읽은것이 아직도 인상에 깊이 남아있다.  잘 알다시피 조치훈의 바둑은 실리를 좀 심할정도로 잔뜩 챙긴후  적군이 성을 쌓아놓으면 적진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살면 이기고 장렬히 죽으면 그판은 지고… 주로 뭐 이런 바둑이었던것 같다.

이판도 역시 도저히 살수없을것 같은 철통같이 쌓아논 적지에 들어가 기적같이살아 이긴 판이었다.  그때 해설자가 말하기를 침투하기100 여수 전쯤 놓아둔 좀 엉뚱해 보이는듯 했던 한점때문에 공수부대 요원들이 모두 살수있었다고 했다.

지금 당장의 이해타산 관계를 넘어 먼 장래와 다른돌들과의 관계까지도 생각을 할수있어야 비로소 고수가 되는가보다…

내가 아는분중에 좀 특이한 분이 있다.  그분은 동네에서 좌판 벌이고 사과를 파는 아주머니를 지날칠 때마다 사과를 몇개씩 사곤 했는데 주로 사과가 좀 썩고 작은 것들을 골라서 봉지에 넣었다.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이 아주머니가 하루종일 사과 팔아야 만원도 못버는 날이 많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도와 주려는 그마음,  별것아닌것같은 작은일이었지만 내게는 퍽 감동적이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지금당장은 손해인듯하고 나와 아무 관계가 없는듯하지만 바둑판전체로 놓고보면 좌하에서 벌어진 조그마한 사건이 저멀리 우상의 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것이다. 10년 뒤 내가 죽기살기로 버둥거릴때 구원의 한수가 되어주기도 할것이고 만일 내세대가 아니라면 내 다음세대에라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것이다.

이렇듯 나의 말한마디, 나의 작은 행동하나 하나가 내주변뿐만아니라 우주천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것은 좀 지나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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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이면 고3에 올라가는 아들녀석이  대학 진학시험(S.A.T.) 공부를 하다가 무슨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나에게 툭하고 한마디 물었다.

 “Daddy,  what’s the most important thing in life?”

인생에 무엇이 가장중요한가 라고 묻는 아들에게 나는 “인생에 가장중요한 것은 바로 이거다”  라고 시원하게  대답해줄수가 없었다. 

“음 …아빠가 생각좀 해보고 다음에 가르켜줄께…”  일단은 얼버무리고 지나갔다.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마음속  “관계”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인생이 무엇인가, 인생을 다 살고나서 남는것이 무엇인가 생각보니 남는것은 “관계” 뿐 인것 같다는.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와 신(God) 과의 관계,  나와 타인 의 관계, 나와 자연 의 관계… 그리고 얼마후 한가지 관계가 더있는것을 알았는데 바로 나와 나 사이의 관계…..   인생은 따지고 보면 이런 관계들이 모여져 만들어진 작품인것이다..  이런 관계들을 빼고 나면 인생에 남는것은 아무것도 없는것 같다.

나와 신과의 관계 그리고 나와 내자신과의 관계가 먼저 잘 정리가 되어야 비로소 이웃들과 그리고자연과도  옳바른 관계를 맺을수 있게 되는것 같다. 

 나는 오랜세월동안 자신을 학대하고 경멸해 왔다.  완전주의를 추구하다가 조금이라도 못미치면 반대로 나자신을 파괴속으로 몰아넣으면서 자학 했던것이다.  한동안은 이렇게 하는것이 나 자신을 낮추는 겸손인줄로 착각 하며 살았다.  자신에 대한 낮은 자존감이 (Low self esteem) 얼마나 나의인생을  파괴적으로 몰고갔는지 모르겠다.  이제서야 나자신을 존중히 여기는 만큼 남들도 존귀하게 대할수 있다는것을 배우고있다.. 

신과 나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원수같았던 나와 나 사이의 관계가 어느정도 회복이 되고 나자 비로소  타인과의 관계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도 대화가 통하기시작했고 아내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뭐 제 스스로 하는 말이라 잘 믿기지 않으실수도 있겠지만 제아내는 결혼해서 요즘이 가장행복하다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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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터넷상에서 서로 만난적도 없고 얼굴을 본적도 없지만 이렇게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수 있다는것은 참으로 귀한 관계라고 생각된다.  생각을 주고받고, 마음이 통하는관계야 말로 진정 아름다운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매일 한상에서 밥먹고, 같은직장에서 일하며,  얼굴을 맞대고 살아도 서로의 속마음과 생각은 전혀 모른채 살아가는 시대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