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69, 주차요원

이른 아침 도착한 병원은 항상 느끼는 느낌 이지만 이곳이 내 자리가 맞나 싶다.

버스에서 내려 병원 통근버스가 앞에 서 있는 것을 타고 병원 본관 앞에 내려 식당으로 향한다.

병원 속 횡단보도를 건너 가는데도 주차요원들은 곳곳에 서서 차량안내를 한다.

한 손을 왼쪽으로 펼치고 다른 손도 같은 방향으로 향한 채 허리를 숙이며 고개를 90도로 절 하는 저이는 교통정리를 하는 것일까 읍소를 하는 것일까?

싱싱한 야채 샐러드에 토스트 네 조각, 복숭아 티 한 잔과 오징어 튀김 5조각, 크림 수프에 조반을 맛있게 마친다. 나이트 근무 야근을 마치고 나오는 우리 직원들은 식당에 들어서며 내가 있는 것을 보았을 텐데 내 곁엔 안 오고 저 쪽에서 자기들 끼리 식사를 한다. 밤샌 것도 힘 들 텐데 인사를 바랄 필요도 없겠지 싶다.

너무 일찍 출근 할 필요도 없지.

시간은 출근 한 시간 전인데 식사도 마쳤으니 어디 조용한 곳에서 담배나 피고 병원일기 글 쓸 주제나 생각해 볼까?

월요일 아침 이어 가장 바쁜 날인데 무사히 잘 넘어갈까?

거대한 병원 이런 대형 조직은 항상 그저 그렇게 무난히 무사하게 흘러가긴 하겠지.

내가 신경 쓸 일도 없겠지.

식사를 마친 포만감 속에 본관을 향해 길을 건너다 주차요원들이 수십 명 이곳 저곳 에서 나와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본다.

병원 남문 입구 옆에 앉아 駐車員 들의 도열 모습을 지켜 본다.

수많은 주차 원들은 차 길을 따라 일렬로 도열한다. 늘씬한 여직원들은 모자도 예쁘고 시원시원 해 보인다. 젊은 총각으로 보이는 주차 원들은 모자를 쓰고 그 곁에 도열해 있다. 그 옆으론 수납담당 여직원들이 도열, 마지막으로 중년의 남자들은 모자 없이 서 있다.

“둘 셋 안녕하십니까?”

구령 선창에 따라 모든 주차 원들은 쉼 없이 복창을 한다.

E mart 나 대형 mart 에서 주차장에 들어가려면 요란스레 손을 흔들어 수신호를 하며 깊숙이 인사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았지만 병원 안 쪽 에서 까지 저럴 필요가 있을까?

대형 사거리에 교통 순경이 서 있다면 그는 교통정리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소임을 다 하는 것이겠지 그가 인사는 안 하겠지? 그 자리에 그 순간에 필요한 역할이 있는 것 일 텐데 항상 인사를 잘 하라고 시키는 것은 기업의 마인드 일까?  얄팍한 상혼일까?  29년 되었다는 병원의 경비들은 인사도 안하고 정 직원 이라던데 저들은 도급업체 직원들이어서 일까? VIP병동의 미화원들은 하녀 복장을 하고 있듯이 비싼 돈 내는 이들에게(환자들에게) 보상심리를 만족 시켜주기 위해서 일까?

길을 건너가던 환자 보호자 병원관계자 수녀 모든 이 들은 주차요원들의 도열한 모습을 고개를 돌이키며 본다.

택시 한 대가 서며 마스크를 한 빡빡머리 어린 아이 하나와 엄마가 내린다. 마스크는 알록달록하게 거부감을 없애게 예쁘게 만들었다. 그 곁으론 저 멀리 통근버스가 서 있다.

 어제 엑스레이 촬영실 앞에서 혈액종양내과의 어린이 환자 둘이 서 있던 기억이 난다. 힘겨워 보이는데도 서 있기만 하던 어린이에게 어미는 말한다.

머리에는 일회용 수술모자, 손에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낀 어린 자식에게 곁의 의자를 가리키며 “분무기(멸균세정용 분사기)를 안 가져왔어 잠깐 서 있어.” 라고.

택시에서 내리던 어린 환아는 생각해볼까?

저 많은 사람(주차요원)들이 나를 위해서 저기서 저렇게 인사를 하는 것일까 라고?

“

주차요원들은 어느새 해산을 하며 흩어지기 시작한다. 몇 분이나 인사를 했다고. 10분이나 했을까?

7:50경 영상의학과 앞에선 직원들 수십 명이 도열하여 조회를 하며 인사 연습을 한다.

깊숙이 허리를 구부리며 부서 책임자의 선창에 따라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를 연발한다.

응급환자나 수술을 마친 환자가 와도 모른 척 하던 방사선과 기사들이 인사연습을 하는 모습은 격세지감이다.

그러고 보면 대기업의 인사부터 시키는 교육이 이유가 있는 것이었나 보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