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56, 왜 둘까?

금요일 늦은 밤이어도 새로 생긴 고깃집은 성황이다.

도가니 탕과 소주를 셋이서 나누나 식사들은 관심이 없고 내가 기원에 자주 오기를 바라는 눈치이다. 택시기사 정은 택시를 그만두고 기원의 보조역할에 열심이다. 건강문제로 그만두었다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자신이 코치를 하여 그 동안 썰렁하던 기원이 요즘은 전보다 세배이상 수익이 난다는 자랑에 열심이다.

 前 원장이던 정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세를 과시하기 위해 이사람 저 사람에게 술과 밥을 많이 사나 보다.

“유 회장이 60을 내고 김회장 과 다른 둘이 40씩 내고 일인당 만 원씩 받아서 200을 만들면 기념품도 최고급으로 누구나 하나 씩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일등은 50만원 이등은 30만원 삼등은 20만원 그리고 4등 10만원 모두 110만원 상금에 30만원 회식비로 쓰면 될 거야”

前 원장은 날짜만 잡으면 된다며 추석 전에 해야겠다고 말한다.

“요즘은 전보다 하루에 세배는 수입이 더 들어와요. 내일도 단체손님 대회가 15명이 와서 자리가 부족할 것 같아요. 이젠 저쪽 기원 손님 10명이 더 와도 자리가 없으니 그만 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니 기원은 야심한 시각에도 성황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사람이 없어 종일 썰렁하던 ㅌ 기원은 이젠 행복한 비명이다.

前 원장이던 땅딸이 정 한 사람이 어느 곳으로 가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고진감래 라고 인내하며 기다렸기에 다시 손님이 드는 것일까?

어부지리 라고 저쪽기원의 문제점이 불거져서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일까?

국제적 금융위기 때마다 CEO 의 역할이 강조되듯이 작은 기원들도 운영자와 관리방식이 중요한가 보다. 평소에 인색하고 융통성이 없는 원장과 작은 돈을 아끼려고 부 적절한 인물에게 관리(기원 심부름)를 맡겨 손님들을 쫓아 낸 것이다.

“새 손님을 한 사람 만들려면 60만원을 들여야 하는 거야.” 前원장의 말이 일리가 있게 들린다.

평생 바둑을 두며 기원을 다녀봤고 내심 잘 안다고 생각했었지만 나는 정말 모르고 있었구나 싶다. 하긴 포커나 화투를 아직 할 줄 모르고 그저 바둑만 두어왔다.

최근 자식의 간을 이식 받고 다시 건강이 나아진 심 사장은 편 바둑을 마치며 일어선다.

담배와 술을 끊었지만 바둑은 못 끊었나 보다.

“이제 가야겠네 여긴 선수 층이 엷어서!”

“한 판 두면 빠지고 한 판 두면 끝나고.”

염불보단 잿밥이라고 바둑 보다는 훌라 판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한다.

“아니 가긴 어딜 가세요” 前 원장

“같이 놀다 가야죠”

“나는 할 줄 모르잖아요”

“세븐오디 는 잘 하시잖아요”

“나는 한 장씩 더 준다면 할까”

억지로 앉혀놓고 새 트럼프를 펼친다.

세븐오디 가 무엇인진 몰라도 저 짓보단 나랑 바둑이나 한 판 두는 것이 나을 텐데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전에 언젠가 새벽 5시쯤 호숫가로 산보를 나가려다 기원에서 밤을 샌 그와 대국을 해 세 판을 연속으로 진 생각이 난다. 밤샌 이에게도 져 속으로 더 화가 났었지. 이제는 건강 때문인지 기력이 많이 쇠한 것 같기는 하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오늘은 나도 새벽부터 종일 근무를 하여 피곤하니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지 싶다.

기원이 바둑을 두는 곳이라기 보다는 노름을 하기 전에 서로 모이기를 기다리느라고 바둑을 두며 눈치도 보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곳이 된 것 같다. 별명이 돼지인 노인은 이부가리 머리는 땜방으로 흉측한데 바둑도 못 두는 이가 종일 기원 한 켠 방 안에서 잠자며 기다리다 밤이 이슥하여 판이 벌어지자 신이 나서 깨어 나왔다.

내 보기엔 전부 돈이 없는 사람들끼리인데 누구의 무슨 돈을 따보겠다고 저러는 것일까 궁금하다.

티브이에 눈길을 돌리곤 아까 진 두 판을 생각한다.

기세에 밀리면 진다는 생각으로 초반부터 난전에 컨트롤을 잃고 前 원장에게 23집을 졌다.

보통이 넘는 기력들인데 최근 바둑을 자주 못 둬 승부호흡을 잃었나 보다.

이겼던 판을 막판에 흔들기에 나선 황 사범에게 부자 몸조심한다며 오히려 13집을 졌다.

막판 뒤집기에 당할 정도로 감각을 잃었나 보다.

하이에나 들과의 바둑은 당분간은 참아야겠군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