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기원 사람들 (4) 훈수

                                                                                                                                저니

서양에 Back seat driver 라고 표현이 있는데 운전자 뒷자리에서 이래라 저래라 궁시렁 궁시렁

하는 소위 말 많은 잔소리꾼을 말한다. 그 잔소리꾼은 외톨이가 되기 쉽상이다.

바둑에도 그런 잔소리꾼이 있으니  그건 바로 대국 구경하다 한마디 하는  훈수꾼.

훈수꾼의 언어는 참 다양하다.

"어어어????. 어 !!.... 어..."

 마치 무언가 잘못 두는 것 같은 느낌의 이 말 한마디가 대국자의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린다.

"거기 안될텐데..."

"그 수로 잡을 수가 있을까? "

"에이!  그런 수가 어딧노 ! "

"지금이라도 잘놔봐라..잡는 수 있다."

나만의 수 읽기가 잘 되어 있거나 훈수하는 사람들이 내 칫수 아랫사람이라면 여유있게

웃어넘길 수는 있겠지만, 역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런데 훈수를 하는 사람을 보려고 기원을 간다고 하면 정말 아이러니가 아니겠지만 

그맛이 나는 사람이 있다.

금정기원 원장....

그의 넉넉한 얼굴에 숨겨진 필살기가 있었으니 그건 "얼토당토 않은 훈수" 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원장님의 훈수를 듣는다면 십중 팔구 망하는 지름길이 된다.

일부러 할려고 해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푼수끼(?) 가득한 훈수는 이 금정 기원만이 갖는

독특한 재미이다.

얼마 전에도 그런 훈수가 등장했다.

" 어어...이거 패가 났군 패가 나서는 끝이네 글쎄 ..이런..이런...흑승 !! "

아래 그림처럼 좌변에서 패를 백이 해소하자 좌하귀 흑의 사활이 걸렸다.

 백이 이 흑을 잡으면 무조건 백이 이기고 패가나면 팻감이 적은 백이 지는 바둑이었다.

그러자 백을 쥔  S형 이 정색을 하고 " 원장님 제가 잡으면 어떻게 하실래요?

그러자 원장이 "잡으면 내가 족발산다 사..! "

S형의 안경 넘어 미소가 떠오른다. 

찌르고 치중하니 절명이다.

사실 원장이 생각한 수는

백이 가에 붙여 오면 밑으로 젓혀서 패가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흑이 막아도 백이 한집을 파호하면 끊을 수가 없어 절명이다.

결국 이 날도 원장님이 족발을 쐈다. 바둑을 이겨서 족발을 먹고 져도 족발 값을 안내도 되고...

기원에 온 사람들도 족발을 먹고...금정기원 사람들은 원장님 훈수에 산다.

원장님의 한 말씀..."미쳤지...내가 그런데 참견을 다하다니..."

하지만,  이날 이후에도 원장님의 손가락은 반상 위 갈 곳을 모르고 방황하고 있으리니...

<5편으로 계속>

찔러 넣는 말...산본의 족발집의 유명세는 3쿠션 형님도 잘 아시는가보다

                   3쿠션 형님과 걸쭉한 막걸리에 족발을 뜯으며 세상을 씹어볼까한다.

                   미친X 볼기짝만한 그 족발집 한 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