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비 모의훈련

훈련일정의 사전안내나 연기 등이 문자메시지로 여러 번 오더니만 드디어 25일로 확정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지진이나 해일 테러 등 대형 참사가 빈번했던 사례에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환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를 가상한 훈련이다.

관련부서들과 행사 참가자는 오후 1시반 까지 얼마 전 폐쇄된 별관의 신종플루센터에 집결하라는 메시지다. 보안팀 소장과 중간간부들은 무전기를 나눠주며 제일 바쁘다. 주차팀은 앰블런스 차량 5대를 대기시킨 채 대기 중이다. 이송팀은 행정담당 대리가 휠체어, 스트레칭 카트 등을 오전에 행사장 천막밑에 대기시켜놓았다. 비가 내리는 것이 오늘 행사에 고생을 좀 하겠군 싶다.

비오는 날은 세꼬시가 최고야.

세꼬시는 이런 날은 안 잡숫는거에요.

촌놈들은 서울오면 꼭 영등포에서만 모이자고 해.

종로나 이런 좋은데도 많은데.

자그마한 키에 대머리인 미화 소장은 65세 쯤 되었을까?

내외빈석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 대신에 미화 감독들과 같이 앉아 실없는 농담만 주고받는다. 같은 해군 후배들이 감독이라고 풍문으로 전해 들었지. 비정규직 용역업체들도 대표는 스타 출신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 분들은 계급이 뭐였을까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가상환자는 40~50명으로 간호대 학생들이다. 시나리오에 따라 Command Center에서 총무팀은 진행을 시작한다. 수십 명의 의사 간호사 의료진은 Code Black 발령에 따라 줄지어 달려온다. 가상환자들은 실감나게 붕대를 감고 피를 흘리는 상태도 연출되었다. 비명을 지르며 아픈 부위를 호소하는 환자를 분류하여 3 Section 으로 구분하여 보낸다.

비 응급환자, 응급환자, 사망 및 지연환자. 완벽한 시나리오와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서인지 진행은 원활하다.

평가단과 병원 관계자 내외빈등 수많은 분들은 약 두 시간의 진행을 보신 후 평가와 소감을 각자 말씀하신다.

그중 응급센터장의 말씀이 가장 인상적이다.

다른 병원의 재난대비훈련도 여러 차례 참관하여 보았지만 처음 실시한 오늘 기대이상으로 잘 해주신 관계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때 수많은 환자들이 갑자기 병원에 닥쳤을 때 그때 사전에 이런 준비가 되어 있었으면 더 좋았었겠다! 는 회상과 그때 그 환자들이 들이 닥쳤던 응급실이 바로 지금 이 자리였었는데 여기서 재난대비 모의훈련을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는 말씀이다.

훈련은 끝나고 뒷마무리에 응급실 간호사들은 분주하다. 수많은 의료장비들을 다시 본관으로 이송하느라 수십 명이 분주히 움직인다.

차지 급 고참 간호사에게 눈인사를 하며 수고하셨어요! 하자 간호사들은 짐을 싸던 일을 하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미소를 보낸다. 그래 젊은 저들이 미래의 주역들이겠지.

이송팀은 소장과 6명이 참가했었는데 내 생각으론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경험이 없는 젊은 소장과 또 다른 문제는 한 집안에 어른이 둘이면 되는 일이 없다 는 속담처럼 반장이 둘이어 여러 문제가 노정된다.

비가 적지 않게 내리는데 가상환자들을 구급차에서 내리는 것을 돕다보니 비를 많이 맞아 머리가 아픈 것 같다. 수하직원들은 모른척하고 실내에만 머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