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110, 병원 바둑캠프2

새벽4시에 바둑판들을 접고 잠에 들어 7시에 깨니 거실과 각 방마다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다. 회장 이 닥터는 어느새 귀가하셨나보다. 방마다 문을 열어보기도 뭐하여 나도 조용히 나서야지 생각한다.

한솔 오크랜드 같은 콘도에서의 모임은 금요일 저녁 퇴근 후 먼 길을 가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저녁 먹는 시간을 아끼려 취사를 콘도에서 하며 밤새 바둑과 술을 즐겼는데 먼 길을 가는 시간을 아끼려 병원근처의 게스트 하우스를 모임장소로 선택한 것이 결과가 어떻게 다를까 궁금 반 걱정 반이었는데 결과는 실패이다.

역시 모임은 먼 곳에서 개최해야 미지의 설레임을 안고 동참하는 것인가 보다.

오크랜드 콘도에서 아침에 창밖의 경치와 골프장의 그림 같은 전경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호젓함이 없는 것이군. 게스트하우스는 일반 아파트를 지방이나 외국에서 오신 병원관련 인사들이 자도록 준비한 곳이어 퇴근 후 돌아가는 자신의집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어 금요일 저녁부터의 연휴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사용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가보다.

과별 회식을 마친 후 늦게 참가한 젊은 회원처럼 유리한 점도 있고, 멀리 원주의 결혼식에 참여 후 늦게 도착하신 차장 도 계시지만 그보다는 밤에 잠깐 참석한 후 토요일 아침의 골프모임에 가려고 일찍 일어나거나 등산모임에 갈까 말까 망설이던 회원들이 일찍 나선다.

더욱이 병원 인근에 있다 보니 급한 상황의 발생으로 콜을 받고 병원에 급히 되돌아가는 회원도 있다.

다음부터는 꼭 먼 곳 콘도에서 바둑캠프는 개최해야겠군.

침대에 비스듬히 책을 읽고 계시는 이 작가와 해장국집으로 나서니 밖의 공기는 시원하고 마치 답답한 우리에서 벗어난 듯 한 느낌이다. 축제는 항상 북적거리게 들썩이는 이벤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기획을 잘 못 한 것인가 보다. 전에는 연구생 남자위주로 여러 명을 초빙하여 밤새 술과 음식이 부족하고 토요일 12시 체크아웃을 나가야 할 때 까지 끊임없이 바둑을 두었었는데 이번엔 영 너무 조용히 일찍 끝낸 것이다.

바둑만 두고 서로의 간격을 좁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바둑의 의미와 역사를 처음으로 알게 된 회원들이 많으니 기뻐하는 놀라워하는 회원들이 많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번 기획은 성공한 것이겠지. 새삼 이 작가에게 고마움이 든다.

바둑계의 발전과 병원 바둑동호회 회원들의 향후 적극적 참가를 유도하기 위하여 이번 이벤트는 참가는 저조했지만 옳은 방향을 선택한 것이겠지.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항상 보람과 기쁨이 앞선다.

아무도 시도조차 못했던 전인미답의 지경을 파헤쳐 소중한 사료의 발굴과 해석 소개를 하신 저분. 바둑학과 출신들과 바둑학 학자들도 많을 텐데 주류가 아닌 어려움과 오해가 많을 비주류의 입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이루어내신 존경스런 업적.

자화자찬은 커녕 아직도 바둑계의 발전만을 위해 끊임없는 제안과 노력을 경주하시는 모습.

지지부진한 바둑계의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는 저 분.

허명과 허례보다는 의문과 비젼을 제시하시는 모습.

저런 혜안과 열정이 있으시기에 이미 그 많은 저술을 해 낼 수 있으셨던 것이겠지.

바둑학과 출신 학생들에게는 바둑학의 박사가 되기를 권유하며 그 토대가 될 수많은 자료를 이미 발굴하시며 아낌없이 나누어 주려는 그분.

철학과 문학 역사 의 기초소양과 토대 그 방법과 과정까지 제시해주시는 저 분.

수많은 선생 대학교수들이 친구이지만 저리 열정과 실제 업적을 이루며 또한 끊임없이 연구하는 이가 누가 있었던가? 자문해보지만 내 주변엔 없었던 것 같다.

어언 지난 십년 병원에서 바둑동호회 모임을 해왔지만 그저 그런 바둑 잘 두는 한 사람의 사범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닌 바둑의 다양한 모습과 역사까지 강연을 하시는 분을 모셔서 사범으로써 나또한 의미 있는 노력을 항상 아끼지 않는 사람으로 회원들에게 기억되겠지.

작가 이 선생 같은 분을 알게 된 것이 자랑스럽고 기쁘기 짝이 없다.

내가 저 분을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오로의 덕분이지.

오로의 내일을 위하여 바둑의 내일을 위하여

저런 선각자들의 뒷 심부름이라도 할 수 있다면 무슨 노력을 아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