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 그녀

그에게 말한다.
오늘 나이트 끝 났으니까 오늘 쉬고 내일 나오는 거죠?
토요일 밤에 나왔다가 일요일 아침에 끝나니 일요일 오후 모처럼 한번 시간을 가지죠?
내가 일요일 오후 4시 퇴근이니 그때 만나죠?
녜 그러죠, 근데 무슨 일인지 예기해 주셔야 걱정이 안되죠.
걱정은 무슨, 그냥 막걸리나 한잔 마시자는 예기죠.

 그녀가  여자 보조원 면접에 응시를 했다고 미화 반장이 예기 하던데..
같은 병원에서 그러면 입장이 곤란하다는 예기던데.


나도 몰랐는데 응급실 여보조원이 기회가 있다며 컴퓨터를 키고 응시원서도 만들어주고 면접을 봤다고 하던데 그 여자 이름이 000이래요.
물론 되면 좋겠지만 미화반장은  안 그래도 자기가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일이 있으면 곤란하다고 하던데요. 그곳에서 나가면 할 일이 없을 수도 있는 마지막일인데 자신이 편의를 봐주고 있는데 자신의 입장이 곤란하다는 예기는 무시할 수는 없다.

그녀는 면접에서 될리가 없어요. 나도 몰랐는데 응급실 여직원 000이 해 줬다고 하던데요.
응급실 그 여자 이름이 000이에요. 그녀는 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나는 정말 몰랐어요.

하루 일과가 끝나면 정말 피곤하다.
특히 금요일 오후 일주일간의 업무가 끝나면 파김치가 된 기분이다.
오늘은 병원 개원 기념일이라고 외래 검사실은 모두 오전 진료로 12시에 마친다. 직원들은 2시에 들어가라고 알리고 핑계김에 같이 일찍 퇴근한다.

한 잠 자고 일어나 기원으로 향한다. 계속 더 쉬어야 하는데 차라리 기원에서 바둑 구경이라도 하는 것이 낫지 싶어 핑계김에 잠도 안자고 기원으로 향하지만 이런 작은 결정에도 큰 댓가가 따를 것 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경험적으로 알고있다.

나도 정말 힘들어.
당신이 항상 아프다고 하니까 예기는 못했지만 나도 사실 너무 아퍼.
일주일 간의 긴장이 풀리면 쓰러질 듯 싶고 가슴도 아프고 한 잠 자야 정신을 차릴것 같아.
갖은 핑계를 댄 후 도달한 기원에서 연속 세 판을 참담한 패배를 당한 후 거진 8만원을 잃고 나서야 정신이 든다. 컨디션도 안 좋은데 핑계를 대며 기원에 온 내가 잘못이지. 그 벌을 받는거지.

그녀는 정말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할 거에요.
그 말을 들으며 나도 그 를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기억이 난다.
그는 내가 자신을 세 번 살려줬다고 자주 예기한다.
그리 잘 한 일은 없겠지만 그가 이곳에서 나가면 다시는 직장생활은 할 수 없을 것 같아 격려하며 그만 두지 않고 일을 하게끔 했었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그가 돌 보아야 견딜 수 있는 한계상황이었다지만 그녀는 알고 있을까?

처음 바둑을 둔 그이는 50년째 둔단다.
약한것 같으면서도 요처를 놓치지 않는다.
유리한 바둑을 계가가 남는 바둑을 승부를 걸었다가 져 버린다.
중요한 순간에 뻑을 하면 그날은 일이 안된다. 계속 세 판을 지고 거의 8만원을 잃었다.

내일모레 그에게 만나자 약속을 하고 술이라도 한 잔 사야 하는데, 그 와 그녀의 지금도 중요하고 나와 그의 지금도 중요한 시점에 그에게 한 잔 살 돈마저 잃었으니 이를 어찌하나?

유리한 바둑을 그냥 승부를 굳혔으면 됐을것을 멋지게 대마를 잡으며 이기려다 외레 지고 말았던 것처럼 순간의 기회를 놓쳐버린 바보같은 내 모습이 현실이듯이 그 와 그녀에게 나는 도움이 되려 나서는 것이 오히려 그와 그녀를 어렵게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안다는 것이 도움이고 즐거움이 되게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나는 나를 아는 사람들을 다치게만 만들어 온 것이 아닐까?

그 와 그녀, 일요일에 진지하게 예기해 보아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