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80, 제 무덤

병원생활은 한시도 바람 잘 날이없다.
새벽 3:30 핸폰 알람에 일어나 병원에 도착하니 5:45이다. 탈의실에서 유니폼을 갈아입는데 이번 주 엑스레이 담당 조출인 박 반장이 들어선다.

어제 최영0씨 전화하니 대신 받는것 같데.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그 양반 전화를  왜받아?
아닌가? 목소리가 비슷하던데.

구정연휴에 고향 포항에 다녀 온 직원이 과메기를 가져왔다며 일과 후 막걸리 파티를 하는데 초대받고 오지 않았던 박이 괜스런 어깃장 탐색전인가보다.

별관 호스피스 병동과 정신병동에 주사제를 전달하고 마약, 향정(향정신성의약품)약 등 반납을 받아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신종플루 전담진료소에 들른다. 2월 말 부턴 그곳에 배치됐던 직원을 다른곳으로 전속 시키려고 탐색차 들려 이야기를 나눈다.

학생들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 주춤하던 신종플루가 다시 확산될 지도 모르고 내일 부터 고령자들에 대한 보건소 접종도 시작되니 3월엔 폐쇄가 어렵지 않겠나며 계속 있었으면 하는 눈치다.
학생들은 예방접종이 이미 다 끝났잖아요? 무슨 엉뚱한 소리냐 우회적으로 눈치를 준다.
집에서 노래방을 하는데 부업으로 취직하여 용돈이나 벌려한다는 이어 주간 고정근무 자리를 놓치기가 아쉬운가보다. 저런 사고방식이니 본관에서 지목당하여 유배를 당하고 있는 현실도 잊고있나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새로운 자리가 보낼곳이 마땅치 않아 예기나 들어보려고 온것이 역시 싶다.
저런이는 과감히 내 보내고 일자리가 없어 애태우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줘야하는 것일텐데.
이력서를 받아놓은 청년들과 알바에서 정직되기를 기다리는 이들도 많은데.

타이핑을 하다 전화를 한다. 년말에 유학을 갈 예정으로 알바로 약제부에서 일하는 청년에게 주경야독이니 가기전 만이라도 정직으로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총기있고 일도 열심히 잘 하는 청년은 예의도 발라 감사하다며 이번 주 중에 답을 드리겠단다.

점심 후 사무실에 들르니 어제부터 바뀐 엘리베이터 탑승요령과 층별 서는 구간 등의 안내를 사전에 충분히 교육 주지시키라는 총무팀의 공지를 모른채 하필이면 총무팀장이 E/L앞에 서 있는데 우리 직원중 한명이 뭐가 바뀌었냐며 물어 보안팀 소장에게 제지를 받았단다. 40 후반의 우리 직원이었다며 교육이 안 되어있는 이유를 문책을 당했나보다. 보안팀 에선 CCTV를 확인해 누군지 밝혀냈단다. 보안의 과잉충성일까? 우리의 교육부족일까? 평소 직원들의 소양부족일까? 좌우지간 일도 많고 탈도 많다.

수술장에 들려보니 간호부의 고위간부가 수술과 회복후 VIP병동으로 이실 중인데 곁을 지키는 고위간부들이 여럿이다. 엘리베이터를 한 번 타려면 너무 힘들고 오래 기다려 밑으로 내려가는 E/L을 세워 담당 직원은 양해를 구하며 위로 꺽어 올라가려 하자 안에 타고있던 직원은 큰소리로 화를 내며 E/L에서 내린다. 무안한 간부들은 회사측에 전하라 예기 했단다. 환자나 보호자 고객들의 작은 불만이나 Claim, Complaint 이 접수되어도 공문으로 경위서와 처리결과등을 통보 회답하여야 하는데 호랑이 코털을 건드린 것일까?
사전에 보고하는 것이 최선이니 소장에게 이야기를 짧게 한다. 위계와 기율은 조직의 근본이니 어찌어찌 해야 한다는 장황한 이야기는 그동안 끝도없이 소장에게 했던 터이니 내게 할 말은 없겠지.

젊은 직원만 요구하는 응급실의 과장과 내달에 충원할 직원에대해 허락을 얻어낸다.

어제 예기치 못한 문제가 있었던 약제부에 들려 전원을 한 달씩 수술장으로 순회교육을 보내려는 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회사들의 해병대 입소교육도 3~4일 인데 한달은 너무 길잖아요 하는 직원들은 볼멘표정이다. 세상일은 원칙이나 예정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인의 운도 작용하는 것 같다. 별관 담당을 내 관할로 바꾸자는 품신에 소장은 동의하는가 보다. 내일 별관담당이 년차휴가니 플루 담당을 대신 보내도 되겠냐고 묻는다. 오늘 본관병동에 지원을 플루담당에게 물으니 핑계를 대고 안왔단다. 1석2조 라더니 일 안하려는 영감 둘을 동시에 파직하려는 것일까? 젊고 영민한 소장은 나보다 계산서에 능하다. 10% 감축을 앞두고 핑계거리를 찾는 터에 제무덤을 파는 이들도 적지않다.

3월3일 재계약을 앞두고 회사에서 직접 퇴사를 명한 직원에 대해 내게 다시 묻는다.
그분은 어때요?
사실 제 동기인데 소장님 입장을 감안해서 구명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일은 너무 잘하죠.
천상 내 관할로 중환자실에 보직을 해야겠다.

이제 퇴근이군.
시간은 잘 가서 좋지만 내가 지금 시간을 아깝게 소모만 하고있는 것은 아닐까?
자주 자문해보던 의문이 다시 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