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결혼 20주년 기념선물로 여행을 같이 하자고 약속한지도 벌써 몇해가 흘러버리고 말았다.

얘들 넷 키우면서 먹고살기위해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리고 말았다.
더이상 기다리다가는 영영 약속을 못지킬것같아 무조건 다 덮어두고 둘이서 열흘정도의 포르투칼과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다.  시간이 되면 여행이야기도 좀 하겠지만 칠백년에 가까운 이슬람문화와 캐토릭 문화가 어우러진 포르트칼과 스페인 남부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불교에 대해 좀더 배우고 나면 이슬람에 대해서도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중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할수있었는데 특히  달라이 라마 가 쓴 "용서" 란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  용서와 자비 그리고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사는그분을 보면서 기독교인으로서 참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도 "공" 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공에대한 생각도 좀더 할수있었다.  그분은 공 에 대해 설명할때 상호관계, 서로 의존적인 관계 를 연결해 설명했다.  모든것이 그물처럼 다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원융무애 (圓融無碍)란 뜻도 아직 확실히 모르지만 공 과 서로 연결되는 사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어렴풋이들었다.   이제 공에 대해 약간은 이해가 된다.  적어도 "공" 이 무(nothing) 를 가르키는 말은 아닌것 같다.   공이 보이지는(색) 않지만 보이는것 보다 더 확실한 한단계 높은 세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공의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한것이 아닌지...

또다시 공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쓴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글을 쓰면서 희미했던 내 생각이 더 뚜렸해지고 스스로 더 이해가 된다는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안개처럼 뿌옇던 여러가지 생각들이 글을 쓰면서 크리스탈화 되고 선명해진다.  
그래서 글쓰는 첫번째 이유는 희미한 생각을 구체화해 주기에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대화를 즐기기 위해 글을 쓰는것 같다.
타국에 살면서 여기서는 깊은 대화를 나눌기회가 별로없기에 샤프한 마인드를 가진분들과의 대화는 큰 즐거움이 아닐수없다.
어쩌면 난 글 자체보다도 댓글로 나누는 대화를 더 즐기고 거기서 배우는것이 더 많은것 같다.

글을 쓰면서 나자신을 더 알아가고 또 각각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진리와 사상을 토론하며 배울수 있다는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

여러분들과 마음을 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수있다는것에 감사한 생각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