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만석

  얼래 벌써 일주일이 지나갔나?  놀면 시간이 안 간다더니, 노는데도 왜 시간이 이리 빨리 가버리는 거여, 거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휴가라고 맡았으니 일찌기 로또라도 맞았으면 이참에 외국여행이라도 다녀 올 텐데 거머 방콕에서 빈둥대며 놀았으니 에라이 이 한심한 인생아........

  그래도 기분은 다 내었다. 바다를 세 번 다녀왔고 (코앞이 바다이니.......ㅎㅎ), 비 오는 날씨 탓에 방콕에서 감자를 갈아서 감자전을 해먹었고, 옥수수 삶아 먹었고, 오징어 사서 회를 먹었고, 참고로 요즘은 오징어 한 두름에  육 만원 이란다. 피서 철이라 부르는 것이 값이다. 그래도 오징어 배가 들어오는 새벽이면, 피서객들이 오징어를 사려고 부두로 몰려온다.  산 오징어를 회로 먹는 맛이야 어디 다른 맛에 비하리...............

  그럭저럭 하다보니 어느새 9일이 훌쩍 지나갔다. 내일 아침부터 또 그놈의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한다.  30년이 넘도록 다닌 직장인데, 말년이라고 조금 나태해진 것 같다. 나라의 녹을 먹는 공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남들은 철 밥통 직장이지만 그 나름대로 애환은 있는 법이다.

  1977년 청운의 꿈을 안고 공직에 입문하여 어느새 31년 이제 겨우 1년 조금 넘게 남은 직장생활은 앞으로 몇 달 후면 공로연수라는 것으로 막을 내리겠지만.......거참 세월 한번 빠르다. 나는 아직 청춘인 것 같은데 사회는 나를 쓸모없다고 나가란다. 이제 마지막 휴가도 끝나고 어쩌면 매일을 휴가처럼 보내야 할 입장이 되고 보니 내 자신이 우습다.

  공직생활동안 남들은 돈도 잘 벌더구먼........나는 겨우 아파트 하나 은행융자를 받아서 장만하였으니 잘 한건지 잘못한 건지 알 수없다. 능력 없는 애비 탓에 아직도 취직 못한 두 녀석이 맘에 걸린다.

  휴가동안 살이나 빼자고 하였는데....그마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서 90kg을 만들어야 할 텐데 내 뱃속은 거지가 들어앉았는지 때만 되면 머든지 먹으라고 아우성이다. 남들은 휴가기간에 골프여행이다 외국여행이다. 하다못해 제주도라도 다녀오는 사람이 많은데 올해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어제 아들놈이 등록금 얘기를 하느라 전화를 하였는데, 그마저 올해까지 대출을 받으면 내년은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휴가기간 동안 애들을 내려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막내 딸아이는 8월에 있는 수험준비에 정신이 없고 아들놈은 자격증 시험공부를 한다고 하고 마눌은 돈 못 버는 남편 때문에 직장에 나가야 하니 아무도 나랑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다. 결국 동네친구가 최고네............

  휴가라고 뭔가 특별히 할 것이 있는 것 같더니만, 바닷물에 세 번 더러운 몸 씻어서 바닷물 오염 시키고 소주 몇 잔 마시고, 감자 갈아서 감자전 부쳐 먹고 그런 것으로 휴가를 보냈으나 기분은 좋다. 이제 직장에 휴가라고 낼 일이 없어져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맨날 휴가를 받아서 살 테니 그때는 제 눈에 뜨이는 분들은 어쩌시겠우 수담이나 한판 하고 도망가셔야지......오로에서 제가 들어오면 도망가지 마이소..........

  아참 휴가 기간동안 오로에 접속하였다가 연리지나무님이 삼성화재배 취재차 한국기원에서 인터넷 접속하신걸 알고 1:1채팅을 하였다는 걸 만천하에 고하노라 선다르야 메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