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응급실 앞에 도착한 택시에 요금을 주고 인사불성이 된 동료를 휠체어에 태워 탈의실로 보내 잠들게 한다.
집은 인천인데 혜화동에서 가도에 인사불성이 된것을 경관이 물으니 S의료원 직원이라고만 이야기 해 파출소에서 전화가 온 것을 택시에 태워 보내줄 것을 부탁드렸다. 몇년 전 일인데 남자들이니 술때문에 빚어지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수술 리스트 받았나요?"
"하00님 잠깐만요."
출근하여 A타임 근무조 조회를 마치며 즐거운 주말이니 근무에 잘 임해달라는 인사말로 마치고 돌아서는데 소장이 D타임(7시 출근) 하00에게 해고통지예정이니 올라가 인솔하여 내려오란다.

간밤 나이트 근무자들에게 상황을 파악하니 ㅎ 는 어제 일과시간엔 아무일 없이 근무를 잘 마치고 퇴근을 하였는데 밤 10시경 다시 병원에 돌아와 병원에서 자고 아침에 근무시간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ㅎ 이 학수고대하던 중요한 모임이 어제여서 일찍 근무를 마칠 수 있게 조치해 주었는데 예정대로 신부님 수녀님과 바깥모임에서 저녁을 잘 마치고 2차로 노래방까지 갔다가 기분이 좋아 나이트 근무자들의 먹거리를 몇만원어치 사들고 와 다음날 아침 이른 출근에 늦을까 병원에서 자려던 좋은 취지였는데 결과는 해고통지이다.

수술장앞 의자에 잠시 앉아 ㅎ의 기색을 살피니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이다.
"어제 별일 없으셨어요?"
"예 모임을 잘 마치고 아침근무에 늦을까봐 병원에서 잤습니다."

평소에는 성실하고 인정많아 따르는 동료들도 많은데 술을 시작하며 끝장을 보는 성미인가보다. 불과 지난 한달 사이에만 두 차례 실수가 있어 내가 대신 읍소를 하며 구명을 했었는데 이번엔 어려울 듯 하다.

"나이트근무하는데 술을 사 가지고 와 방해가 되 친한직원에게 잘 설득해 돌려 보냈는데 다시 돌아와 병원내에서 노래를 해 보안요원에게 적발이 되고 업무담당 대리가  연락받고 왔는데 욕을하고 했다면서요?"
"업무 담당 대리가 왔었대요?"
"제가 욕을 했다고요?" 본인은 기억도 못하고 있다. 별일 안닌 것으로 생각하기에 해고예정이라고 인솔해 내려오란다고 상황을 설명한다.

업무상 발생한 과실이나 사고가 아니니 어떻게 해명을 할 지 잘 생각해 방향을 결정해 읍소를 하라고 귀뜸하곤 같이 내려간다. 타 직원들도 병원에서 자는 사례는 많고 보안에서 문제 삼으면 원내 신부님께 부탁드리고 업무 대리 에게 욕을 했다면 잘못했다 술 탓으로 돌리는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 대화하며 사무실에 가니 젊은 소장은 여러번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이번엔 보안까지 개입 되 회사 입장도 난처하다며 바로 해고통지서를 건넨다.

잠시 기다리라며 자신의 책상에 가 컴퓨터로 해고통지서를 만드는 소장의 곁으로 다가가 "잠시 시간을 두고 결정하면 안 될까요?"라고 내가 예기하자
바로 얼마전에도 추후론 이런 일이 없겠다고 ㅎ 본인이 다짐했던 것 아니냐며 "도대체 무슨 관곈대 그러세요?"라며 내게 되묻는다. 단호한 입장에 놀라 할수없이 돌아선다.

나이트 근무자 중 한 두명이 ㅎ 에게 평소 악감정을 가지고 있던 직원이 있어 업무 대리 에게 전화를 해 문제가 커진 것이지 내게 전화를 했더라면 아무 일 없었을 터인데 싶어 내심 안타깝다. 평소 문제가 아닌 일도 부풀려 음해하는 헛소문을 내거나 침소봉대 일수인 각진 인물들에게 함정에 제 스스로 빠진 셈이다. 원칙과 형평 순환 을 평소 그리 강조해도 듣지않던 소장은 심야수당의 특혜가 돌아가는 나이트 근무를 몇몇에게만 맡겨 그 중 일부가 제 동료를 생계의 끈을 끊는 것이다.

혼자 마천동 셋방에 산다는 ㅎ은 방안에 온통 자식들의 사진을 붙여놓아 혼자 집에 있으면 대낮부터 외로움에 미칠것 같아 술을 먹게 된다며 일부러 병원에서 평일이건 주일이건 오버타임을 자청하며 성실하게 근무를 했었다. 험상궂은 인상에 얼굴엔 커다란 점들이 있고 덩치가 커 일 할때 거친 인상을 주기는 한다. 회사에서도 술로인한 지각등이 많아 안 좋게 보는 듯 해 일부러 내 관할 부서인 중환자실로 옮겨 근무를 하게했었다. 첫 인상은 가깝게 느껴지지 않아도 나름 순수함과 사람보는 안목이 있고 일 자체는 몸을 아끼지 않고 힘차게 해내니 힘든 부서인 ICU(중환자실)에는 제 격이다.

벌써 새 병원으로 온지가 6개월이 지났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직원들을 그때그때 일침을 가하거나 작은일에도 전후를 분명하게 가려놓지 못 한것이 구조적인 문제로 이런 결과로 유탄을 맞는 사람이 생기게 된것 아닌가 싶어 자책이다. 내 관할부서들은 챙겨 놓았지만 박반장의 관할 소속들까지는 내가 나서기가 뭐해 상관되는 일에 양보를 했더니만 그 뒤에 숨어있는 못된 염소들이 순한 양들을 못살게 만드는가?

40이 넘으면 불혹 이라던데 동료애 도 갖추어야 할 필요덕목이 아닐까?
주변에 총을 난사했다는 미성숙한 청소년들의 학교테러와 무엇이 다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