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 사막에 가고 싶다.

                                                                                                                 저 니

싸리눈이 내린 이른 아침.

와이셔츠의 차가운  기운이 더부룩하게 튀어 나온 배에 스며들면서

문뜩,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아라비아 사막으로 가고 싶어졌다.

그저 산 정상에만 오르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배웠던 그 우매한 사고 방식을 훌훌 털어 버리고

내가 가져야 할 삶의 나침반(羅針盤 ) 하나 들고  

푹푹 빠지는 모래밭이 나오더라도 그 자침이 향하는 곳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고 싶다.

길을 걷다 힘들면 힘들다고 도움을 구할 것이고,  또 편안히 쉴 수 있는 오아시스를

만나기라도 하면 충분히 그 시간을 즐길 것이다.

아마 두려울 것이다.

지리산 깊은 계곡에서 잠시 길을 잃었을 때, 마음 속에 채워진 두려움은 산정상보다 높았다.

하지만, 청평 어느  깊은 물 웅덩이에서 허우적 거리는 순간에도 두려움을 넘어서며 

살 수 있었듯 두려움을 벗어 나야 한다.

인생은 산 정상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막을 횡단하는 것과 같다.

에레베스트 정상에 오른 등산가들은 그 정상 정복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전에 내려와야 한다.

미처 제 시간에 내려오지 못해서 명을 달리한 사람이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막을 분단한 국경은 인생에서는  신기루와 같이 내 마음을 막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하루를 살기위에 피워 놓은 캠파이어에서 한 발자국씩 멀어져서

자신 만만한 내마음의 허리띠를 풀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막막한

저 아라비아 사막으로 떠나고 싶다.

곽재우 시인의 낙타 풀 사랑을 읽고

                                                          저니

사람의 순수한 마음을 찾아가는 길.

낙타 풀처럼 척박한 땅에 살고 있는 사막으로 가자.

초유의 마음으로 돌아가 느껴보자

오아시스의 신기루도

낙타를 몰고 가는 대상의 신기루도

어쩌면 이세상에서 내가 꿈꾸었던 신기루의 한 모습.

무엇을 위해 달려 왔는지 모른다.

순수해지기 위해 잠드는 태양.

그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

난 그 열기에 나를 태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