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 문득 어느 시인의 글 하나가 내 머리 속에서 떠오릅니다.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여..>

나는 이 말을 바꿔서 이렇게 말해 봅니다. <목이 짧아 슬픈(?) 인간이여..>

나는 목이 짧습니다. 이따금 아내는 <당신 목은 어쩜 그렇게도 짧냐..>라며 놀리기도 합니다.

나는 내 목이 짧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결혼 이후에 아내가 내 목이 짧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내 목 길이는 정상이고 도리어 목이 긴 사람이 특별한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내 목이 짧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버스 안에서 계속 생각해 봅니다.. 목이 짧아서 나쁜 것은 무엇이고, 좋은 것은 무엇일까?

먼저 나쁜 것은 무엇일까? 그러고 보니 직장 생활에서 정장 차림을 할 때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와이셔츠 깃이 눌려져 있었다는 것이 기억이 납니다. 남들은 와이셔츠 깃이 살아 있는데

나는 깃이 눌려져 모양새가 별로 안 좋게 되는 것이.. 짧은 목이 와이셔츠 깃을 눌렀던 것이죠.

겨울에 목 폴라 쉐타도 입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목 폴라가 겹쳐서 쭈글해 집니다.

아.. 일단 목이 짧은 사람은 패션에 불리하구나.. 하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두번째로 드는 생각은 정상인의 목 길이라면 현재의 키보다는 적어도 5cm는 키가 더 클수도

있지 않았을까? 입니다. 손해를 많이 보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이 듭니다.

그럼 좋은 점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는데.. 생각이 잘 안 떠오르는군요.

그래도 한가지 정도는 찾아야지 하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결국 어거지로 찾아낸 좋은 점 하나는.. 추운 겨울에 목이 긴 사람보다는 추위에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인지도 모르겠고.. 또한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