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高城) 가는 길

                                                                                       저니

                        토사곽란(吐瀉癨亂)으로 밤을 짜낸 아침.

                        고성(高城) ! 너를 채울려고 그리 비웠느냐 !

                        떨린 가슴으로 뛰어 오른 진부령(陳富嶺).

                        고성(高城) ! 너를 숨기려고 그리 솟았도다 !

                        그리움으로 산을 펼친 바다.

                        고성(高城) ! 너를 품으려고 그리 푸르구나 !

                        아픔을 털고 벗긴 산해장막(山海帳幕)

                        고성(高城)!  네가 보고파서 내가 왔다 !

마음이 너무 설레였는지 전날 속이 뒤집힌듯 화장실을 들락달락하며 갖고 있던

모든 것을 게워낸 아침이 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성으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그 몸으로 어딜 떠나겠냐고 한사코 말렸지만, 마음은 벌써 고성으로

떠나  있었습니다.

호계동 버스정류장에서 속초가는 버스편을 알아 보느라 몇 일 전 부터 인터넷을

헤맨 끝에 떠나는 시간과 비용을 알아서 인지 그리 낯설지 않게 버스에 몸을

실었지요.

가는 중간 팔공선달님과 선비만석님의 실시간 위치파악 전화통화를 하면서

대구와 산본과 고성은 좁혀지는 느낌이 다가왔습니다.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저를 한눈에도 알아보신 선비만석 님.

강원도의 힘이 느껴지는 풍채와 포근함에 힘껏 안고 싶었지만, 팔이 짧은 신체적

결함으로 묵직한 악수로 고성을 품에 안았습니다.

선비만석님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도리님과 팔공선달님이 도착했습니다.

멀리서 뵈어도 단번에 편안함이 다가오는 소리는 즐겁기까지 합니다.

첫만남에 서먹함이 있을 법도 한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국의 수담, 한수 한수가 만남이기에 우리는 벌써 수백번의 만남을

했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미소와 웃음은 만남을 축복하는 환희의 언어입니다.

어느 연인의 첫 만남이 이렇게 감동적이고 이처럼 화기애애할 수 있겠습니까?

         < 화진포호에서 바라본 철새들의 향연>

고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중에 한가지가 화진포 입니다.

멋진 만남의 장소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지요.

김일성 별장과 이기붕 별장이 있었던 곳이니 이 어찌 사나이들 가슴을

펼칠 만한 곳이 아니겠습니까?

          <김일성 별장 2층 전시실>

사실 이곳에 별장이 있었던 권력자들의 권력보다 더 강력한 권력의 힘을

저는 보았습니다.

선비만석님 이름 석자이면 고성 어디이던 무사 프리 패스이라는 것을....

                                    <화진포 해양박물관>

겉으로 봐도 멋진 산과 바다를 품고 있었지만, 그 속까지 보여 주실 줄은

 또 몰랐습니다.

63빌딩 해양수족관과는 색다른 맛과 토속적인 향취가 가득한 박물관이었습니다.

숨차게 집에 돌아와서 이 글을 쓰면서 그때의 느낌과 감동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나의 가슴은 오르가슴 끝에서 느끼는 희열로 다시 떨리고 있습니다.

                                            <2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