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기원 사람들 (7)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위지

                                                                                                                       저니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위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 제목은

S형이 술자리에서 자주 올리는 말로 제비가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의 한 대목을

지저기는 소리이다.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하고,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함이, 시위지야(是爲知也)이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한글로 풀어서 보면 쉬운 글이지만 S형이 술한잔 들어가서 말로 풀어내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새롭다. 

S형은 공처가 이다.

형수님에게 전화가 오기라도 하면 거의 부동의 자세로 거짓말 한점 붙이지 못하고

조금만 더 있다 들어가겠다고 사정하는 폼이 애처가 수준을 넘어 진정한 공처가(?)의 세계를

보여준다.

마치 아우구슈비츠 수용소에서 나치 독일병사 몰래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자유를

만끽했었다는 어느 유태인 처럼 S형이 읍조리는 문자는 그 만이 즐기는 철학의 세계이다.

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니라.

바둑에 빗대어 풀어보면 바둑을 아는 것으로는 바둑을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바둑을 좋아하는 것은 바둑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

금정기원 사람들도 바둑을 둘때 지나친 승부욕으로 언성이 커지기도 하고

서로 불화가 있기도 하다.

오히려 그런 불화가 지극히 인간적이기 까지 하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번은 훈수의 대가 원장님을 대신해서 술 한잔 얼큰하게 드신 어르신 한 분이

그의 절친한 친구의 바둑을 보며 이놈 저놈 하면서 훈수를 시작하자 소리가 커졌다.

그래서 속으로 애구 애구..그렇게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몇일 뒤에 다정하게 바둑을

두는 두 분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부부 싸움만 칼로 물배기가 아닌가 보다.

사실, 원장님의 훈수는 모두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들 포기반 이해반 그렇게 얽히고 설히며

받아 들였을 뿐이다. 진주가 달리 생겼겠는가 인고와 아픔으로 빛이 나지 않던가?

바둑을 아끼고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바둑만이 소중한 것은 아니다. 함께 어울어지는 사람들을

밀어내고는 바둑은 존재 하지 않는 것임을 안다.

기껏해야 천원짜리 몇개 왔다 갔다하는 판내기 바둑에서 사생결단을 내고 바둑을 두다가도

저녁무렵, 이만원짜리 족발에 소주는 모아 모아 어울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승부에 쿨하고 사람에 따뜻하다.

그런 따뜻함과 여유가 열탕의 뜨거운 물처럼 현실에 지친 나의 차가운 가슴을 녹이곤 한다.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하고,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함이, 시위지야(是爲知也)이라'

나의 자존심은 부끄러움의  회의를 구하고 내  삶의 애증 또한 잠시 시름을 잊는다.

정다운 사람들

                                 저니

몇 년 뒤 내 모습.

그처럼 여유로울 수 있을까?

지나온 시간들.

그렇게 변해 왔던가?

똑같이 흘러도

구름은 제 각각 이듯

만날 때 품은 비.

쏟고선 제 갈길 가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