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 날 추억

선비만석

  어제가 中伏이었다.  우리 절기에는 三伏(初伏, 中伏, 末伏)이 있다. 이러한 伏이라는 글자를 왜 사람人 변에 개犬 자를 넣었을까? 이런 것은 한학에 조예가 깊은 이청선생에게 숙제로 주기로 하고, 나 같은 무식쟁이 떵배(태평역 형님외 여러분 표현)는, 내가 젤루 좋아하는 먹는 이야기나 늘어놓을까 한다.

  우리 풍습에 복날이면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먹는다. 지금이야 식당마다 에어컨을 틀어대고, 더운 복중에 먹는 음식을 먹으니 그리 땀낼 이유도 없지만, 예전엔 복 날이면 어디 커다란 다리 밑에서 똥개 한 마리 끌고 가서, 살생을 하는 수고를 하고, 가마솥에 오래 묵은 된장을 퍼 넣고, 각종 양념을 넣은 다음, 푹 고아진 개고기 먹는 맛이야 어디에 비하랴.

  개고기를 종교적인 이유로 못 드시는 분들이나, 또는 여자들에게는 삼계탕 한 그릇씩 먹이던, 그 시절이 그립다. 내가 시골 면사무소에 근무하던 시절 이였다. 여름철 복날이 다가오면 직원들은 내 얼굴만 쳐다본다. 왜냐고?  내가 나서야 먹을 것이 생기니 말이다.

  “형님, 직원들이 출출해 하는데요.”

  지금은 춘천시에서 농정산림국에 근무하는 후배 녀석은, 은근히 내가 나서주길 부추긴다. 다른 사람은 면장이나 부면장에게서 돈을 뺏어내기가 쉽지 않다. 나야 총무업무를 맡아 보니 높으신 분들과 이야기 하기가 쉬운 탓이리라.

  “알았어.......”

   나는 싫은 척 하지만 나도 은근히 그런 걸 좋아하니, 이층 면장실로 들어가 한마디 던진다. 평소 신임이 두터운 덕을 보는 것이다.

   “면장님, 직원들이 출출해 하니 이번 초복에, 한 마리 엎죠.......”

   “좋지.....그래 얼마면 되나? ”

   “한 이십 만원이면 될 겁니다. 면장님은 오만원만 내시죠.”

   “알았어.”

   장교출신인 면장은 화끈하다. 지갑에서 오 만원을 꺼내서 내게 준다. 그러면 부면장에게 또 가서는, 면장이 직원들 개나 잡아 먹이자고 오 만원 주셨는데, 부면장님은 삼 만원만 주십시오. 그런다. 이래서 5개 계장들 까지 거출을 하면, 이십 삼 만원이 모인다. 이십 만원을 요즈음은 환경미화원이라 부르는 청소부들에게 건네주고, 한 마리 하라고 부탁하면 그들은 면사무소 뒷마당에 솥을 걸고, 아예 손질 까지 다해가지고 양념까지 준비해 가지고 온다. 윤 모 후배 녀석이 준비된 솥에 불을 땐다. 여직원들은 밥을 하고 식사준비를 하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복날 직원들의 즐거운 복 놀이가 시작된다.

  벌써 이십 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지금이야 복날 어디 식당에 주르르 앉아서 삼계탕 한 그릇 얻어먹기 힘들다. 너무나 맑아서 또 너무나 어렵다 보니, 돈 거출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하고, 먹으면 월급에서 공제하니 자주 하기도 어렵고................  세상이 너무 야박해 진거 같다.

  어제는 중복인데, 저녁 무렵 갑자기 그놈의 보신탕 생각이 나서, 입안에 군침이 돌기에 어쩌랴, 가장 중요한 식욕을 해결해야 할 테니, 보신탕집에 갔더니 웬 사람이 그리도 많은가, 아직도 풍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가 보다. 삼계탕은 예약하지 않은 사람은 먹을 수도 없고 해서, 보신탕 한 그릇 시켜서 우물거리며 먹노라니, 참 세상사 지나간 일이 왜 그리 그리운지..........그래서 추억은 아름다운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