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집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꽃이 핀 나무를 보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저곳에서 바둑 한판 두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또 여행을 다니다가 멋진 풍경속에 들어가게 되면

이런 곳에서 바둑대회 한번 해야되는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연상으로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돌아오는 종착역은 역시 현실입니다.

바둑대회를 한 곳 중에 가장 멋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생각이

어디에서 열면 가장 멋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바뀔때쯤

머리는 이미 대국명소가 있을까하는 의문입니다.

국수전, 명인전, 왕위전 등 오랜 역사의 기전이 있지만

"국수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국 장소가 없습니다.

그만큼 의미 부여가 안된다는 뜻이겠지요.

보통의 대회는 편리상 어디에서 열려도 관계없지만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 몇개쯤은 그 위상에 맞는 전통을 자랑하는

장소에서 열면 안될까?

바위에 이름을 새기듯 한국바둑의 현재를 계속 새길 수 있는 그런

장소 말입니다. 누구나 그곳에 가면 이곳은 "국수전"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런 설명이 가능한 곳 말입니다.

전설과 같은 두 대국자가 이곳에서 어떤 대국을 했고 하면서

꾸준히 기전의 역사가 내려오는 것입니다.

지금 기전의 역사는 너무 무형으로 이어집니다.

기보에 대한 관념이 최근에야 정립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무리도 아니지만, 이제는 그런 유형화의 작업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은 한발 더 나갑니다.

그런 기전의 유형화를 위한 건물은 어떤 것이 좋을까?

정자와 같은 한옥을 생각해보지만, 역시 오래된 느낌은 들지만

현대의 한국바둑을 담기에는 너무 진부합니다.

그럼, 현대한국바둑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어떤 것이 좋을까?

이것저것 생각해보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확립한 이후에,

후세에 남길 대국건물(또는 장소)을 생각했으면합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각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바둑공원이나 바둑박물관 같은 것에도

해당될 것 같습니다.

후세들에게 남길 것을 조잡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혀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