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접종

6층의 감염관리팀에 올라가 접종을 받았다.
10년전 S의료원에 취업한 이래 해마다 가을의 독감 접종도 한 번을 안 받았었는데 신종플루의 확산과 위세에 두려움이 들어 처음 접종을 한 것이다. 공연히 찝찝한 기분이고 팔도 뻐근한 느낌이다.
그나마 의사들 위주의 1차에 접종을 하여 수하 직원들은 자신도 해달라고 아우성과 청탁이지만 일반직원들은 2차 접종 대상이고 언제인지도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응급실 근무 직원들과 플루 전담진료소속 직원들만 먼저 접종을 하게 조치 하였다.

그녀석이 아프다는 전화를 받은 것은 벌써 지난 화요일 밤이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느라 잠자리에 든 것은 이른시간이었는데 잠결에 게다가 술까지 한 잔 한 후에 전화를 받은것이다. 응급실 나이트 근무를 나오긴 했는데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는 첫 전화에 이어 들어가게 하고 대신 나이트 근무를 서겠다는 섹션 책임자의 연락이었다.

그 녀석 술을 먹고 출근해서 돌려 보냈단 이야기 인가보군!
맞아 아까 퇴근할 때 응급실 여 보조원들이 구름다리에서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그녀들과 같이 한 잔 했었나보군 지레 짐작했었다. 28살 한창때이니 그럴수도 있겠지 생각하며 야단을 칠 까 말 까 혼자 지레 짐작을 했었지.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해 보니 간밤에 열이 38.7도 여서 링거를 세 병을 맞고 열을 내려 새벽 4시에 집으로 돌아갔단다. 아차 간 밤에 전화를 처음 받았을때 조치를 바르게 지시를 했었어야 했던것을 내가 취해 바른 판단을 못 내린 것이었었군 싶다.

그녀석은 의사의 진료를 받고 채혈을 해 임상병리과에 검사의뢰를 하고 링거를 맞아 열이 내렸지만 정작 최근 가장 중요한 검사인 신종 인플렌자 검사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동네의원에서 3만원을 주고 약식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느라 안 했다지만 입속 이나 코 속의 점액을 채취하여 분자생물부의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확실한 신종플루 검사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인데 아마도 10만원 이상의 검사의뢰가 비싸서 안 한 것일까?

지난 9월6일 이래 신종플루 전담진료소에서 근무를 한 내 경험으론, 술에 취한채 잠들지 않았더라면 그 검사를 무조건 받으라고 지시하거나 의심환자도 타미플루 약을 처방해 주니 무조건 먹으라고 했을텐데 내가 취해 잠들었던 탓에 정확한 지시를 못 한 것이다. 새벽 서너시면 일어나 6시 전엔 병원에 도착하고 밤 8시가 넘어야 퇴근하는 강행군에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에 저녁 반주 한 잔도 그냥 쓰러져 잠들게 된다.

강남 어느 유명 브랜드 유치원의 강사인 미국인 앤디는 엇그제 플루 검사를 받으러 왔었다. 본관에선 별관의 전담진료소로 가라하고 전담진료소에선 예약을 받을 수 없다고 해 그는 다시 본관의 가정의학과로 향했다. 가정의학과에서는 다시 별관의 전담진료소로 가라고 한다. 열이 39도에 달해 벌건 얼굴에 쓰러지려는 그가 안쓰러워 수많은 대기자들을 제치고 우선적으로 진료와 처방을 받도록 조치해 준다. 22살의 그는 28인 내 큰 애보다도 어려서 안타까워 병원 건너편 거점약국까지 같이 걸어가 안내를 해 준다.

유치원 부원장이라는 분이 전화가 온다. 한국어을 못하는 앤디를 대신하여 예약시간에 오지는 않고 그의 검사결과를 묻는다.
"전화로는 결과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유치원 애들 강의를 계속 맡겨도 될 지 판단을 해야되서 부탁드리는 겁니다."
"공식적으론 말씀드릴수 없는 것이지만 알아들으시리라 생각하고 말씀드립니다. 앤디는 병원에 꼭 와야 합니다."

그는 Positive(양성)반응이 나왔었지만 타미플루를 복용하곤 많이 좋아졌다. 오늘 다시 병원에 와 닥터와 진료를 마치곤 돌아간다. 병원내를 운행하는 골프카트(전동차)의 예쁜 여직원(운전사)들은 이구동성 묻는다.
저 외국인과 친하고 싶다고.

내가 첫 조치를 잘못했군 반성하며 이제라도 제대로 해야지 싶어 응급실 직원은 병원에 나오게 해 유전자 검사를 하게 하고 다른 응급실 직원들은 신종플루 접종을 오늘 맞게 조치를 했다. 그는 진료비용을 절감하게 해 주기 위해 감염관리팀으로 연결을 되게 부탁을 해 놓았다. 병가로 근무를 못 하게 되지만 유급처리를 회사에 품신해 긍정적 답변을 얻는다. 결원에 대한 비상 대치 근무 편성을 마친다. 마침 오늘
임상병리과의 직원 한 명이 퇴사를 원해 신규 선발과 교육에 정신이

 없던 터에 첫 실수를 만회하려고 후속조치를 취한 것들이 무난하게 마무리 되어 한시름 놓는다. 수많은 청년들과 근무를 하니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군!

여러 부서의 내 수하 직원들이 연락이 온다. 자신만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접종을 신청해 달라는 청이다. 냉정하게 매몰차게 모두 거절한다. 2차 접종대상이니 기다리라고. 2차가 언제 시작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응급실 젊은녀석은 병원에 도착했다는데 정작 내겐 연락이 없고 보지도 못했다. 이래서 나서지 않고 모른척 하면 되는 것을 나 혼자서만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 일까?

전담진료소의 다른 직원은 내게 말한다.
"반장님이 어려운가 봐요."
"나는 반장님이 안 그런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