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3, 태평역

2008/9/12

“안녕하세요! 누구 계세요?”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성남시 높고 낮은 구릉의 언덕길들을 한참 걸어 태평역에서 퍽이나 떨어진 경원대 역 부근의 연립주택 밀집동네의 반 지하 방으로 들어선다.

93세의 조갑례 노인은 아침시간인데도 자리에 누워계신다. 손님이 들어도 꿍꿍 앓는 소리만 내시며 누운 채다. 벗겨진 머리의 남루해 보이는 노인은 아들인데 67세 이다.

“저리 아프시니 요즘은 잘 돌아다니시지도 못 하겠네요?”

“더 잘 돌아다녀요.”

이전도사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시작한다.

크리스천들이 정말 말씀은 잘 하시는 것 같다.

“환경을 보지 말고 주님만을 보게 해 주소서” 이 宅은 가톨릭을 믿으시지만 다 같은 하느님을 이야기 하는 것이니 나쁜 일이 아니겠지. 전신갑주로 무장하고 악마와 싸울 때 전신갑주는 악령에게 보호되는 방어용 장구이지만 공격용무기는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그 답은 말씀과 기도였다. 검 과 같이 유일하게 상대를 공격 할 수 있는 무기인 기도.

일어나지도 않는 채 엎드려 계신 할머니와 그 분의 67세 된 아드님 노인과 같이 기도를 한다. 주님을 영접하고 행복 하라는 말씀이시겠지.

인근의 다른 할머니 댁에 들렸을 때 그 분은 출타중인지 방에 불도 꺼져 있었고 문은 잠겨 있었다. “그 할머니는 잘 계세요?” 67세 하루 종일 어머니만 지키고 있는 아들에게 묻는다.

얼마 전에 이사 갔어요. 자식이 병원에 있다 죽었는데 그 후론 나도 잘 몰라요.

어려운 이들 끼리의 삶은 근처 동네사람들의 소식도 무심한 것일까?

김기성 氏는 부친을 닮아 대머리이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대머리이고 다행히 직장은 있지만 홀아버지와 치매이신 할머니와 사는 지하방에 시집올 여인은 없긴 하겠지.

“열심히 저축을 해서 사글세방을 면하고 전세라도 얻어 세월이 지나면 장가를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노력을 해야죠.”

성남 같은동네 인근의 세 집은 어찌 이리 하나같이 어려움뿐일까?

10년 전 필리핀에서 시집와 아이 둘을 낳았지만 남편은 신병을 비관하여 자살한 아멜리아와 한인 시모. 혼혈 아이들은 학교가기를 싫어한다.

자식을 먼저 여의고 지하방에서조차 어디론가 또 이사를 가야했던 할머니.

93세 치매 모친과 장가 못 간 아들과 같이 사는 67세의 노인.

그나마 정부의 복지대책은 적은 돈이라도 그들에게 방값이라도 보태고 있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는 도움은 못 되어도 사정은 파악하고 있다.

작은 손길이라도 보태려는 수많은 선량한 이들에게 이들을 알리고 있다.

태평역 인근의 어려운 사람들. 부지기수의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인 이야기 일 뿐일지 몰라도 그들을 찾아 나서서 작지만 손을 벌려 그들을 잡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이 곳 이겠지.

“어머니가 치매여도 요즘은 아프시니까 바깥엔 잘 안 나가시겠네요?“

“아니에요. 더 잘 나가세요. 어제도 잠깐사이 나가시더니 서울 문정동에서 연락이 와서 가서 찾아왔어요.”

“어제 아침엔 없어져서 서울 수서에 가서 모시고 왔고요.”

하루엔 두 번을 집을 나서 먼 곳까지 가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딘가를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는 것 일까?
아쉬운것 바라는 것 채우지 못한 것이 계셔서 일까?

할머니를 찾아서 이렇게 오시는 분들도 계신것을 할머니 만 모르시는 것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