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79, 구정연휴

구정연휴 3일 중에 유일하게 쉬는 날인 어제는 약국이 불안하여 아침6시에 출근하였다.

직원들은 젊은이들은 3일 연휴를 모두 쉬려들고 나이든 이들은 제사와 차례 성묘 등으로 일을 마다한다. 병원일은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똑같이 흘러가니 누군가는 근무를 해야 하는데.

약제부에 4명이 근무하게 편성하였는데 그 중 2명은 9시 부터여서 7~9시는 두 명 뿐인 것이 끝내 불안하여 나섰다. 11:30부터 점심시간 인 것을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직원들을 먼저 식사를 보내고 가까스레 식은 떡국을 먹는다. 나라도 없었으면 더 야단이었겠다. 역시 나오길 잘했지. 구정 날 쉬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소임을 다 하는 것이 관리자의 의무이겠지.

구정은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큰 듯하다.

추석부터 구정까진 마무리를 지며 일이 잦아드는 시기이고 구정부터 추석까진 약동하는 기대와 희망의 시기이다.

이제 내일부터 여러 가지 큰 일들이 가닥을 잡아 나가게 될 것이다.

병원측과 봉급인상, 감축인원 규모 확정, 직원들의 재배치 인사이동 등.

작년 2월24일 선발대가 와서 이제 만 1년이 된다. 10년 전 S의료원에 몇 달간 자원봉사나 해 본다며 들어온 것이 이제 미관말직 이지만 현장관리 책임자로 C병원에 와 1년이 된 것이다. 지난 1년 어느 하루 노심초사 하지 않고 보낸 날이 없었던 기억이지만 이제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 해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수없이 생각을 하고 또 해 보았었다. 반복되는 하루 일과에 치여 무수한 생각도 항상 그저 그런 챗바퀴 마냥 깊은 생각엔 이르지 못하는 가 보다.

오늘 하루를 쉬어볼 까 하다 역시 회사일이 걱정이 돼 아침에 습관적으로 옷을 주어 입는데 쉰다더니 왜 나가냐며 말리기에 못 이기는 척 주저앉아 근무 표를 꺼내들고 인사배치에 대한 구상을 다시 해본다. 떡국에 반주 한잔 후 몸에 누적된 피로는 낮잠으로 푼다. 유선방송 티브이의 드라마 추노 와 명가를 보곤 민초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한다.

무척이나 많이 생각해 보아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던 부분이 답이 얻어진다. 역시 이래서 휴식이 필요한 것일까?

추노를 보면서 작가와 연출자 연기자에 대한 경외심이 든다.

write는 쓴다는 뜻이고 창작일 테고 describe 는 기술 한다 이니 묘사나 서술 일 텐데 역시 나의 한계는 디스크라이빙 이지 롸이팅 이 아니라는 한계를 절감한다.

명가를 보면서 반상의 구별이 엄존하던 시대에도 사람 모두를 하나하나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대목에서 감명을 받는다. 경주 최부자宅(댁)의 300년 가업은 그렇게 이어왔나 보다.

지난 해 이맘땐 복직을 신청하곤 마음 졸이며 기다렸었지.

지난 해 2/26부터 CMC 현장에서 만 1년을 보낸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선 병원도 현장일 뿐 인 것이겠지.

자 이제 내년 구정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올 한해도 내일 아침부터 열심히 해 보는 것이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