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마주이.

언젠가부터 나는 넝마주이가 되었다

커다란 대나무 넝마를 등에 지고 거리와 골목을 헤매고 다니며

닥치는 대로 집게로 이것저것 집어다 등 뒤로 집어 던진다.

빈 깡통. 빈병. 쇠붙이에 코푼 휴지까지.

무엇인가를 내갈기다 던져버린 무심한 생각들의 쓰레기더미에서 

어쩌면 새로운 생각의 금붙이라도 찾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긁어모으다

일상으로 돌아와 무심하게 버려두었다가 내 인생의 의식 있는 한 줄의 메모를 남기기 위한

작은 메모지를 사기위해 지금껏 아무렇게 찢어버리고 내던져 버렸던 수많은 휴지와

마시다 버린 음료수 빈병들을 모아서 단 한권의 노트와 펜을 구하려 산더미처럼 버려진

생각의 쓰레기더미를 뒤적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살았느냐고 스스로 물어본다.

나를 희생하며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고는 그 또한 쓰레기 같은 생각이라 고개 숙인다.

무엇을 쓰레기로 만들었고 쓰레기에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지 넝마주이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음이 최선이지만 주변을 정리 한다고 쓰레기를 만들고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만족 한다. 그리고 나돌며 나와 남이 버린 쓰레기들에 인상 찌푸린다.

지금의 의식은 그저 내가 버린 쓰레기를 모으면 작은 노트 한권과 펜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고

지난날 내가 버린 쓰레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다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늦게 찾은 행복은 노트 한권과 펜이 전부지만 넝마주이는 부끄럽지 않다.

지난날 너무나 쉽게 버렸던 생각들과 아무렇게 흘려버렸던 천근만근의 시간들을

이제와 주워 모아 한 근의 소중함을 손에 담으려 넝마를 등에 지고 내가 버렸든 쓰레기를

다시 주워 담고 있다.

마치 흙탕물을 퍼 다가 가라앉기를 바라보듯 넝마 속에서 내가 버린 것도 보고

남이 버린 것도 보고 내가 줍는 쓰레기보다 못한 안방 금 두꺼비도 알게 되고.

그렇게 넝마주이는 쓰레기더미에서 행복하다

넝마주이는 쓰레기를 사랑한다. 나는 넝마주이를 사랑한다.

넝마주이는 쓰레기를 팔아 새 노트와 펜을 살 것이며

그것으로 내 스스로 만족하는 한 줄의 메모를 적어서

감사한 이의 탁자위에 살며시 올려두고 따끈한 차 한 잔도 따라놓고

서산마루 저녁노을이 되어 얼굴 붉혀 감사하고 가려한다

머물면 먼지가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