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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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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누운 당신에게.... 스물두살 어린 나이에 모자란 남자에게 코를 꿰어서 30년이 넘도록 내 곁을 지켜준 당신 미안합니다. 나역시 철모르는 나이에 당신을 만나서 그저 남자라는 그 잘난 남자행세 한답시고 당신에게 할짖 못할짖 많이도 하였지요.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남에게는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정작 내옆에서 묵묵히 가정을 지키는 당신을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날 내가 공직을 그만 두었을 때도 당신은 나를 격려해 주었고 돈한푼 벌어주지 않으면서 공부를 한다고 도서관에 처박혀 지내는 나를 믿고 갖은 고생을 다하였지요.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가진것 없는 보잘것 없는 남자에게 시집이라고 와서 온갖 고생을 다겪으면서 잘난체 해대는 남편을 뒷바라지 하느라 좋은옷 하나 입어보지 못한 당신 셋방살이 하면서도 노부모를 모시고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당신 미안합니다. 어제 간호사가 폐경이 언제 였냐고 물었을 때 2년전인가로 대답한 당신 .....난 당신이 폐경기가 지난 사람이란걸 여직 모르고 살았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병상에 누운 당신의 얼굴이 너무도 처참히 부어올라 가슴이 미어집니다. 물끄러미 당신의 손을 보니 험한일에 시달려 갈퀴처럼 되었군요......나는 책상물림이라 내손이 당신 손보다 더 고우니 정말 미안합니다. 우리가 철없이 연애라고 하던시절 당신과 어깨 동무를 하고 다니던 우리동네 들판이 생각납니다. 그 겨울에 당신과 손을 호호 불면서 눈보라 몰아치는 들판을 당신을 업고 가던 기억이 새삼스레 내 눈시울을 붉힙니다. 직업도 없이 노동판을 전전하던 내가 당신을 만나서 공부를 하여 공직에 입문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나는 이제 정년을 일년 하고도 몇달 남기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공직자로서 돈버는 재주가 없어 몇푼 안되는 월급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술마시고 고스톱 치기 좋아하던 나를 남자 기꺽지 않으려고 잔소리 하나 안하던 당신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당신과 함께 냇가에서 고기를 잡던 추억.....리어카를 끌고 산으로 나무하러 갔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나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때 당신에게 모질게 대했던 못난 나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당신 고향으로 내려가 마지막 삶을 고향에서 보내겠다는 내 생각을 그대로 인정해 주던 당신....... 이제 쉰넷이나 나이를 먹은 당신을 보러 한달에 한번도 오지 못했던 집에 이틀을 보내면서 지나간 당신과의 추억들을 되짚어 봅니다. 10대독자인 아들을 낳았을 떄 난 너무도 감격스러워 울었답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들이 우리 나이로 설흔이나 되었습니다. 아직 취직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학교에 다시 다니고 있는 자식과 시집을 보내지 못한 막내를 데리고 생활전선에서 힘들게 고생하는 당신을 버려두고 고향에서 나혼자 호의호식 한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할말이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쓰려니 머리속이 텅텅 비어가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유일한 내 취미인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곁에서 간호를 해 주어야 하는데도 아들에게 맡겨놓고 이러고 있습니다. 오늘밤 당신이 행복한 꿈을 꾸며 잠들기를 바랍니다. 내일 아침 당신을 보러 또 갈것 입니다. 편히 잠들기를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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