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76년도 11월 하순에 입대를 하고 79년 봄에 제대를 하였습니다.

안동에 있는 36 예비사단에 입소하여 약 6주간 기초 교육을 받고 춘천 보충대에서

강원도 양구에 있는 2사단으로 명령을 받고.. 사단 교육대에서 다시 교육을 받은 뒤..

사단 직할 부대인 통신직할대로 부대 배속을 받았죠..

주특기는 교환병이었지만 학벌과 글씨를 좀 잘 쓴다는 이유로 본부 소대 서무계 조수로

자대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무계가 하는 일이 사단 본부내의 부관부가 하는 일과 대부분 비슷한 일들 입니다.

보초 명단 작성과 외출,외박증..그리고 휴가증 발급도 업무중의 하나였으니..

조금 끗발이 있는 보직인 반면.. 일거리도 많이 있어서 야간 작업도 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침 일조 점호와 저녁 일석 점호도 열외.. 각종 훈련도 열외였습니다.

당시에는 컴퓨터 같은 것은 없는 시절이라.. 차트 작성도 전지에 매직 펜으로 직접 쓰고..

롤러에 잉크를 묻혀 밀면서 인쇄물도 만들었죠.. 또 부대 간판도 만들기도 하고..

잡다한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아, 참 잘못한 부대원들 영창 서류도 제가 작성하였습니다.

제가 학생 때 100m 달리기는 좀 하는 편이었는데.. 중장거리 달리기는 완전 젬병입니다.

한 400m 까지는 남들하고 보조를 맞추어 달리다가도 그 이상 뛰게 되면.. 숨쉬기가 힘들면서

심장이 터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옵니다.. 아마 제가 호흡기관이나 심장이 약한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평발에 가깝고 발 두께도 두터운 형태인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아마 잘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달리기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구? 에이~

졸병 시절 처음 완전 군장으로 연병장 100바퀴를 달리는 단체 기합을.. 주말 당직 장교로부터

본부 소대 전체가 받게 되었습니다. 완전 군장을 하고 고참들과 함께 연병장을 도는데..

한 3바퀴까지는 대오를 맞춰 뛰다가.. 점점 뒤로 처지기 시작하면서 끝내는 대열에서 이탈.. 

결국은 거의 낙오 상태에 이르게 되자.. 교육담당하던 하사가 내게 내무반에서 가서 대기하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말하는 하사의 얼굴이 화가난 표정과 어이없다는 표정이 뒤섞여 보였습니다.

기합이 끝나고 들어온 본부 고참들이 군장 정리하고 씻고 난 이후에.. 그 하사로 부터

직살나게 얻어 맞았죠.. 군기빠진 놈이라고.. 또 일병 고참과 상병들한테도 얻어 맞았습니다.

제 마음도 심장이 터질듯한 고통스러운 구보보다는.. 아예 얻어 맞는게 더 편하였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3번째까지는 같은 식으로 중간에서 탈락하고.. 그 뒤엔 얻어 터집니다.

결국 고참들도 제가 꾀병을 부리는게 아니라..진짜로 못 뛰는 놈이구나.하고 인정을 하더군요.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구보 고문관>이었습니다. 어느 누가 제게 농담을 하더군요.

이등병에게 관자가 붙으니 얼마나 좋겠냐구요.. 관자는 병들한테는 안 붙인다구 하면서..

그 뒤로 구보에서 저는 열외를 받게 되었습니다.. 엄청나게 얻어 맞고 받은 보상이 됐지요.

이따금 TV에서 마라톤 중계에서 일반인들이 42.195Km를 완주하는 모습을 보면은..

엄청나게 부럽답니다.. 이제껏 살아 오면서 바보소리는 거의 듣지 않고 살아 왔는데..

군대에서 처음으로 <고문관>소리를 들었죠.. <구보 고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