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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병 외통수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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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탱하는 방법
2009-11-24 오후 10:53 조회 4264추천 9   프린트｜스크랩






지탱하는 방법


죽고싶을 때면 베란다에서 번지점프를 생각하다가 물구나무를 선다 한번도 죽으려고 시도는 해보지 않았다 혈압이 오르면 거꾸로 서야 순환이 잘되는 법, 거꾸로 서서 밥도 먹고 T.V 도 거꾸로 보려한다 고독한 창의 경계, 열대야에 지친 나비의 날개가 타들어가고 있다 나는 늑대의 쓸개즙을 마신다 지금 여기는 사막이다 공중에 떠있는 오아시스가 빙긋 웃는다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거꾸로 걸어가 문을 열어주다가 아내의 신발이 낡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거꾸로 서있기를 잘했다 바로 서있으면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는 게 왠지 낯설지만 거꾸로 자세로는 아픔도 그럭저럭 견딜만하기 때문이다 조금 전부터 발바닥이 가려워지더니 푸른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공중에 걸린 내 몸뚱아리가 한 그루 나무로 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려고 전전긍긍했지만 중심이 흔들리다가 쿵,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바로 서있기도 거꾸로 서있기도 힘들다면 앉아서 면벽이나 해볼까.





이 시는 내 예전의 시집을 떠나 그간 1000여편 이상의 습작 중에서 아무리 고르고 골라도 시선집을 낼 때 아마 첫번 째 시가 될 것이다. 내 시 중 뛰어난 시는 아니나 개인적으로 그만큼 애착심이 있는 시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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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風徐來 ｜  2009-11-25 오전 3:13: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거꾸로 걸어가 문을 열어주다가 아내의 신발이 낡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우리의 감각이 존재의 본질을 직접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어느 과학자의 연구가 생각납니다.  
淸風徐來 잔잔한 어조로 알기 힘든 삶의 진실을 보여 주시네요.
당근돼지 ｜  2009-11-25 오전 8:29: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간 1000여편 이상의 습작 중에서 아무리 고르고 골라도 시선집을 낼 때 아마 첫번 째 시가 될 것이다.............하루 빨리 그날이 오시길 기대하면서  
AKARI 저두요^^*
오호수정 ｜  2009-11-25 오전 9:58: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대수의 역이란 노래가 겹쳐 떠오르는군요 황지우의 몇몇시들과 비슷한 정서를 자아나게 하기도 하고 ... 시가 버려진 세상에서 이렇게 일상적으로 세상을 저격하는 시를 만나는 것 .... 씁쓸하면서도 기껍습니다  
팔공선달 ｜  2009-11-26 오전 9:48:4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우리의 마음은 할머니...어머니... 아내...에게로 흐르는것 같아요
시린손은 감싸주고 언 발을 녹여주고 횅한 바람들어오는 갈비대살에 문풍지를 발라주는.
그래서 그대와 나 그리고 모두가 그들 앞에서 응석을 부리나 봅니다  
이끼그늘 ｜  2009-12-01 오후 7:10: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전, 아적 지탱하는법을 모르나봅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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