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또는 세상이 좁다.. 라는 옛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들이 몇 번 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제 경우는 굳이 원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악연이 있는 사람과 예상치 않은 곳에서 만남으로

인해 악연이 더 심한 악연으로.. 또는 반대로 악연이 해소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악연으로 인해 더 고통 받았던 저의 추억 한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직장 생활할 때의 일이었죠.. 저는 입사 이후로 약 8년간은 주로 신규 사업부서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신규 사업의 특성 상 초기 얼마동안은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다 보니.. 

사내에서 부서 Power랄까.. 모든 것이 약하죠. 시쳇말로 애물단지 취급 받는 경우도 있죠.

어떤 사람과의 악연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제가 어떤 신규 사업부서의 기획팀 대리로

근무 시절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약 20년 전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당시에 부장과 대리의 차이는 엄청나서.. 부장은 하늘같은 존재였습니다.

부장 앞에서 제대로 말하는 것도 어려운 시절에.. 악연의 상대방은 부서장 중에서도 끗발이 쎈

경영기획실장이었죠.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글이 길어지니 생략하고.. 무시 당하는 일을

받은 것에 화가 나서.. 경영기획실 직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장에게 욕을 하게 되었죠.

엄청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별거 아닌 힘없는 부서의 일개 대리가 감히 하늘같은 부장

게다가 끗발 쎈 부장에게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일방적으로 욕을 하고 나갔으니..

그 사람에게는 체면이 구겨지는 망신을 당하고 만 셈이 되었죠..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까. 

그 일이 있은 지 한 시간이 지나서 제 자리로 그 분이 전화를 하셨더군요.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저를 달래더군요.. 그리고는 그 일은 다행히 아무 뒷 일 없다는 듯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제가 부서 이동을 하여 과장으로 근무 하던 어느 날.. 인사 발령을 보니

그 분이 제 부서의 부장으로 발령이 난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그 순간의 느낌은..

<이제 난 죽었구나,,> 였습니다. 아~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어찌 이런 일이..

아니나 다를까 그 분이 제 직속 상관으로 온 이후부터.. 저에게는 악몽이 시작되었습니다.

교묘히 저를 갈구기 시작합니다. 그 분의 질문에 답하는 내 말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인정을

하지 않습니다. 매사 무시를 합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대답조차 하기 싫습니다.

그러나 대답 안하면 안한다고.. 과장이 뭐하고 있는거냐는 식으로 야단 맞고..

일일이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직장 생활 그 자체가 나에게는 고통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나를 불러.. 적성 운운하며 뒤를 봐 줄테니 공장 근무가 어떻겠느냐고..

근무지 이동을 제의하기도 하는 등.. 한마디로 부서내에서 내 보내려고 하였습니다.

아마 정상적인 상황이었으면.. 결국 제 스스로 부서를 떠나야 하는 지경이 되었을겁니다.

그런 상황이 일년쯤 되었을 때.. 그 분이 타 부서로 이동하는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이제 난 살았구나..> 안도의 한숨이 나오더군요.

끝으로 어느 동료가 제게 해 주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 김과장은 의지의 한국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