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경사.

나에겐 너무나 먼 곳에 그리고 높은 곳에 있었다.

해발 1500고지에서 그렇게 몇 번을 되돌아가기를 권했고 어느새 믿지 못할 정도로 허약해진 몸을 원망하면서도 용정이 무엇일까. 왜. 그 높은 곳에 어떤 모습으로 나를 불렀을까. 천제단과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 수많은 설렘을 계단으로 지팡이로 디디며 오른다. 높지만 거칠지 않았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들이 5부 능선까지 말동무가 되어 주었다. 지나는 사람들과 억지 미소로 화답을 하고 묵례를 한다. 아마도 그들은 나의 지친 모습에 안타까웠을 것이다. 오르는 나의 발걸음이 천근만근 이였으니...

다리가 풀리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아래에 남은 사람들과 이미 정상에 다다른 이가 부러움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고 더욱 몸을 무겁게 하였다

그래. 인생사 마찬가지겠지 아예 포기를 하든지 아니면 치열하게 부딪치든지 해야겠지 하지만 몇 발짝 가지도 못하고 또 정상을 바라본다. 가도 가도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괜한 객기를 부리는가 생각하니  오기가 끓어오른다. 이제는 외길이다 수상전을 자초하고 이제 와서 타협은 없다. 마음을 할퀴는 후회는 유연하게 사는 것이 옳았는데 어쩌자고 매번 일을 어렵게 벌이고 사서 매를 버는가 하는 자책뿐이다.

▲ 이나무를보고 나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을...^^;

오르면서 간간히 보여주는 가을 옷자락과 기암괴석 그리고 바위 폭포도 찍으며 사뭇 여유를 찾아보지만 천제단과의 거리는 여전히 묘연하고 태백의 품안에서 응석쟁이 일 뿐이었다. 그렇게 다다른 망경사는 나의 다리를 아예 꼬아 버렸다

허름한 시골 촌락의 모습 그대로였으니. 일주문 대신에 입구에 화장실이 있었고 좁은 길을 들어서니 조립식 건물이 길게 두 어동 있으며 그 옆에 작은 법당이 대웅전이고 형식을 갖춘 듯한  종각이 있었고 별다른 요사채도 없었다. 그리고 용정이 있었는데 이 또한 천연의 이끼를 떠올렸다 최근에 세워진 희멀건 대리석 용무늬를 보고 선달이는 아예 쓰러져 버렸다. 오르내리는 동안 스님은 기침소리도 못 들었고...

 ** 풍진객의 법고소리**

 1) 望鏡寺와 龍井

     용(龍)이 하늘에 있을 때는

     하늘 우물을 통하여 우리들 세상을 살핀다

     그것이 용의 우물(龍井)이다.

     용이 땅으로 내려오면

     역시 우물에 머문다

     그것 또한 용의 우물이다.

     하늘과 맞 닿은 절 망경사

     시인 정호승의 표현으로

     " 새들이 걸어간 하늘가에

       새똥처럼 버려진 절 " 에

     용의 우물이 있다.

     아마 어린 용인가 보다

     하늘을 떠나기 싫었나 보다.

     연변에도 용정이 있다

     西湖에도 龍井이 있다.

     곳곳에 있는 용의 우물은

     우리들 세상을 아끼는 하늘의 마음이다.

     우리는 하늘에 기원한다.

     옛 건축물 천장에는 사각 프레임(井口)이 있는데

     그 안에 蓮華등 수생식물과 龍을 그려 넣었다.

     六書正義에 " 밝은 빛을 내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사각 우물이 거꾸로 걸린 것 같은 형상이다.

     꽃을 그려 넣었는데 뿌리가 위, 잎이 아래로

     거꾸로 심어져 있고, 구멍에 등을 켜면

     굴 밖으로 구슬이 비쳐 나온 것 같으니

     이를 천창이라 한다 "

     (通窺爲烱 狀如方井倒垂 繪以花卉 根上葉下

     反植倒披  穴中綴燈 如珠줄 而出 謂之天窓)

     이는 원형의 못과 사각형의 우물,

     연꽃이 거꾸로 꽂힌 형식의 유래다.

     (환淵方井 反植荷거)

     荷逕, 荷거, 蓮華등은 모두 수생식물(藻)이다.

     이러한 도안들은 불을 눌러 화재를

     방지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송광사 羽化閣 아치형 돌다리 아래에도

     용 머리가 새겨져 있다. 거꾸로 머리를 내밀고

     지상을 살핀다 천년 세월을 그렇게

     바둑판 아래에도 사각 우물이 있다

     역시 용이 우리 세상을 살피고 있다.

     위의 격자무늬는 하늘을 표현한 것이겠지.

     곳곳에 거꾸로 걸린 용의 우물(龍井)은

     하늘에 기원하는 우리들 마음이다.

객주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독경소리도 없고 스님도 보이지 않고 진한 향냄새도 태백의 골바람 탓인지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저 분산하게 오가는 등산객들의 산만함에 잠깐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나도 그렇게 올라왔고 지친 탓으로 법당보다는 산 아래 펼쳐진 전경에 다리 뻗고 앉았으니 만사가 뜬구름이요 입을 떼면 사족이라 무엇을 보았다고 무슨 소리를 들었다고 그리고 무엇을 느꼈다고 호들갑 떨며 경망을 떨겠는가. 그저 조용히 기대는 것이 모두를 말하는 것인데. 사랑은 기대는 것이다 서로가 절실하게 기대는 것이다 준 것도 받은 것도 없으며 꼭 필요한 만큼 서로 기대는 것이다.

망경사는 그렇게 조촐했다. 태백의  천제단 갓끈 매듭처럼 비탈진 곳에서...

지친 나그네에게 오르느라 수고했다고 내려가는 길 허기지지 말라고 시원한 용정 수에

감자 서너 개를 내밀고 있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법당으로 달려가 엎드린다.

그리고 대가리를 쳐 박고 또 쳐 박았다. 아직도 안 보입니다 못 듣습니다. 

그리고 올바로 느끼지 못 합니다 하고.

사진 몇 장을 소개하려 찍고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천제단을 향했다

허스름함의 자유를 뒤로하고.

중간에 단종 비를 참배하고 목적지로 오르며 나는 또 한 번의 허물을 벗는 가벼움을

스스로에게 대견해도 되는지 물어 보았다.

아무소리도 안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