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운동을 약수터에 다녀와서 잠시 숨을 돌리는데 손전화통이 숨가쁘게 울어댄다.  이 아침에 전화 할 사람이 없을 것인데 전화를 누가 하였는지......얼른 전화기를 들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출가한 큰 딸애의 황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속에서 내 귀를 울려댄다.

   "아버지. 엄마가 아침에 교통사고가 났어요.  아무래도 아버지가 오셔야 할것 같습니다. "

   딸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갑자기 온 몸의 기력이 일시에 빠져나갔다.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말문을 열었다.  가슴이 메어지고 심장의 박동수가 빠르게 울리는 것을 느끼면서......

   "얼마나 다쳤는데...크게 다쳤냐?  위중하냐?......"

   그러면서 나는 빌었다. [제발 죽지는 마라. 내가 당신에게 해 주어야 할것이 아직 많은데.....]

   "지금 성심병원 응급실이니까요.....아무래도 아버지가 오셔서 경찰서랑 보험회사 일을 보셔야 겠어요"

   "알았다. 내 금방 가마........"

   전화를 끊고 나자 눈앞이 노오래진다.  아무것도 잘 해준 것이 없는 아내 .......가면 안된다. 제발 죽지는 마라 제발.......살아만 있어라.......운동후에 흘린 땀에 젖은 속을을 벗고 샤위를 하면서도 나는 마음이 너무 급해 대충대충 씻고는 서둘러 옷 몇가지를 여행용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춘천까지 170km의 거리를 단숨에 달렸다. 기름값이 아까워서 집에도 자주 오지 않았던 내가 자꾸만 미워진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아들과 두 딸애가 반긴다.  응급실에 응급조치를 받은 아내의 상태를 보는 순간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아내는 아침일찍 자전거를 타고 배드민턴을 치러 나가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얼굴은 퉁퉁부었고....왼손이 골절 되었고 두개골이 약간 골절이 되었는데 뇌출혈이 조금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의식이 있는것이 다행이다. 숨이 붙어있는 것이 기적이다.

  평소에 산악자전거를 즐겨타던 아내는 자전거 타러 나가면 헬멧이나 안전장비를 꼭 착용하고 나가기에 더큰 화를 당하지 않은것 같다.  하루종일 아내 곁에 있다가 좀 전에 막내 딸과 교대를 하여 집으로 들어왔다.

  정말 십년감수 하였다. 오늘 까딱하였으면 홀아비 신세가 될뻔하였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아직은 아내를 살려 주신거 제가 아내에게 봉사하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보험회사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치고 다행히 보험회사 직원이 자세한 안내를 해주어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정말 십년 감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