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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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바둑일기 182, 사람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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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일기 182, 사람냄새 토요일 오후 1시, 평일과 다름이 없는 약제부 업무를 주말엔 더 어렵게 가야한다. 평소 손발이 맞는 팀웍이 아닌 주말 당직으로 이 곳 저 곳에서 온 약사들은 아무래도 일이 더디다. 제 시간에 약이 조제 검수 되지 않으면 모든일이 지연된다. 토요일은 7명 편제 인데 오전근무 4명은 모두 퇴근했다. 두 명은 항암제를 전 병동에 돌리는 중이고 혼자서 에어슈터 앞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돌아서다 왼 팔을 부딪혀 아파 캐리어(기송관)의 뚜껑을 열 수 없을 정도다. 11:30 점심시간이 한 시면 끝나는데 식당에 밥이 남아 있을지 걱정이다. 오피스텔에 들려 빨래감을 가지고 용인으로 가야 하는데 잠시 기원에 들려보려면 일찍 퇴근을 해야할까? 궁리를 한다. 아침 일찍부터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서서 바삐 일하다 보니 힘들기도 하다. 3시 퇴근이 정시이지만 2시에 나선다. 소장에겐 내일도 나이트 근무를 해야 해 먼저 들어갑니다 얘기한다. 여럿이 어울리는 곳이 기원이지만 사람들은 정말 여러가지이다. 넷이서 편 바둑을 두던 패에 은행 박차장과 내가 들어간다. 내게 6점 하수인 양 은 혼자 중얼거린다. 저 사람은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를 가리키는 소리인 줄 알고 기분이 나쁘지만 못 들은 척 한다. 패를 가르니 하필이면 양과 두게된다. 기분이 나빠 빨리빨리 둔다. 거의 모르는 수는 없고 오히려 기상천외한 사활까지 꿰뚫고 있으면서도 칫수로 먹고 살려는 불쌍한 영감이니 내가 참아야지 싶다. 빨리라도 두다보면 성미가 급해 실수를 가끔 해 질때는 많이 씩 지기도 하는 그의 약점을 공략해 보려 하지만 오히려 장고에 익숙해 빨리 두는 것이 쉽지 않아 잠깐씩 중요 장면에서 숨을 고른다. 양 은 벌써 이겼다 계가를 끝냈는지 곁의 다른사람들 판으로 얼굴을 향한 채 연신 주절거린다. 세 점 정도면 될 것 같은데 6점 칫수로 둘려니 억지춘향에 어렵기 그지없다. 하수를 잘 잡는 땅딸이 정원장도 어제 양에게 57집인가 지고 시장 김사장도 쌈 바둑인데도 하수 양은 기피한다. 칫수가 양의 생활 버팀목이겠지. 12집을 지고 고미 7개 준 것까지 19집을 졌다. "19집 이겼습니다." 양은 일어서서 큰 목소리로 제 편에게 힘내라고 알린다. 저런 인물들하고 바둑을 두어야 하니 참 한심하다 싶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은행 박차장은 대마가 몰살되어 던졌다. 전투를 즐겨 억지 싸움을 마다않는 그는 질때는 엄청나게 진다. 어제 내게도 40집을 졌지. 아쉬워 두 번째 판을 시작한다. 세 점 하수에게 12집을 이겼다. 우리 편 셋 중 한 이는 벌써 많이 졌고 박 차장이 12집 이상 이기면 1등으로 벌금 만 원을 받는데 욕심이 끝이 없는 그는 무리수를 연발하며 화를 자초해 한 집 지고만다. 덕분에 내가 벌금 만원을 받아 벌충한다. 두 판을 졋으니 앞으로 세 판 정도 더 두면 복구가 될텐데 시간이 없다. 알고 온 것이지만 조금 아쉽다. 돈을 잃는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고 무언가 딱 짚어 얘기하기 그렇지만 아쉬운 것이 있다. 저 쪽엔 황사범이 들어와 앉아 티브이를 본다. 피차 소 닭 보듯이 아는채를 안한다. 편바둑 두는 이들 뒤에서 훈수를 하다 욕 먹기가 일수인 황은 어느 교회에서 자신에게 몇 십억을 주기로 했다며 기원에서 숙식을 한다. 누가 그를 사범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진 몰라도 하긴 사범소리도 너무 흔해 내게 두 점 인 은행 박도 박사범이라 농으로 불리곤 한다. 한 수 에 혼신의 정열을 쏟는 것이 바둑의 멋일텐데 상대도 같은 격의 그릇이 아닐때엔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니 기원에선 돈이 척도가 되는 것이다. 쎈 척하고 고수인 양 하다 돈으로 터지기 보다는 제 실력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현명하겠지. 제 실력을 스스로 낮춘 칫수로 먹으려는 이들은 자신의 자존심과 가치를 스스로 팽개친 인물들이니 그들에게 몇 푼 동냥하는 것은 아까울 것은 없겠지. 아쉬운 것은 기원에도 점점 좋은 분들 보다 마귀들만 가득 차는 것 같다. 올림픽때 모 기원에 가면 원장은 한달에 2천 씩 번다며 젊은 여직원을 둘이나 두고 손님이 하도 많아 낮에는 대회를 치르하고 마귀들은 자리를 비워드린 채 경마장 에 가 있는 것이 센스였을 정도였다. 외환은행 지점장들의 모임 S 상대 올드들의 모임 등 개인 손님도 건설사 사장, 여행사 사장, 언론사 간부, 무역억체 간부등, 점잖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 당연하고 저녁엔 식사니 노래방도 같이 즐기는 여유가 있었었는데 이제는 서로보며 아는 척도 안하는 이들이 상대의 주머니 속만 겨냥하고 있는 것일까? 아쉬운 것은 사람냄새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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