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기력향상과 관계없는 바둑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둑에 대한 글을 적게 된 본격적인 계기입니다.

바둑에서 "한 분야"라는 것이 의외로 넓지도 깊지도 않았습니다.

한권씩 사서 읽게 된 것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전부인 50-60권 정도가 되었고,

그정도로 우리나라 바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중에는 수필, 소설, 논문 등 다양한 부분이 있었고

한국바둑의 전부를 정리해 놓은 책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그동안 한국바둑을 설명한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어느 정도

관점은 생기게 해주었습니다.

바둑판위에도 아무것도 없었지만, 요즘은 바둑판 밖에도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문 듭니다.

며칠전 시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습니다.

누런 박스에 음악 테이프를 팔고 있더군요.

오래된 레코드가게였는데 문을 닫나 봅니다.

개당 500원에 팔고 있더군요.

몇번 지나가면서도 저집에 장사가 되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점포 정리를 시작한 것이지요.

봄날 초등학교 문 앞에서 파는 노란 병아리를 보듯이

테이프가 담긴 누런 박스앞에 쭈그리고 앉아

손에 먼지를 묻히면서 구경합니다.

가요 테이프도 있고 팝송 테이프도 있고

클래식테이프도 있습니다.

가요 테이프에는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가수들의

젊은 사진이 박혀있었고 팝송테이프에는 전설과 같은 그룹들의

이름이 가득했습니다. 핑크플로이드, 잉잉맘스틴 등...

클래식 테이프를 보니 하나도 모르겠더군요.

물론 차이코프스키, 헨델 등 이름이야 들어봤지만

그런 음악을 들어야할 청소년 시기에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마음 놓고 테이프를 사서 들을 시대는 아니었지요.

테이프에는 크롬, 돌비 이런 단어들이 그당시 상당히

고급스러운 제품이었음을 보여줍니다.

클래식 테이프를 10개정도 고릅니다.

지금 들어서 제가 무슨 감흥을 느끼기에는 상당히 막힌 귀이겠지만

그 정도는 사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잔뜩"이라는 단어를 만족 시킬려면 10개는 사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비닐에 담아 장날 신기한 것을 산냥  앞뒤로 팔을

휘저으며 왔습니다.

비록 레코드 가게는 문을 닫고, 테이프는 더이상 생산하지 않더라도

음악은 계속 흐르듯이, 바둑도 기원이 문을 닫고 집안의 바둑판이

창고로 들어가더라도 대국을 계속 되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