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하얀 가운

 수술장이나 중환자실, 내시경실 등 항시 수술복을 입고있는 부서에선 의사건 간호사, 보조원, 미화원이건 모두 외출이나 식사시엔 위에 하얀가운만 걸쳐입는다. 임상병리과, 영상의학과, 약제부 모두 하얀가운들을 입고 근무하다 점심시간등의 로비에선 가운 일색이다.

 1년간의 수련기간을 맞는 인턴 의사들은 외과, 내과, 영상의학과등 수 많은 과들을 한 달 씩 돌아가며 수련을 하다보니 누가 의사이고 누가 간호사인지 다른 과 의사인지, 여 의사인지 알 수가 없어 누구에게나 방아깨비 마냥 마주치면 인사에 바쁘다. 보조원이나 미화원에게 인사하기도 쉽지만 서로 인사해 나쁠것은 없겠지.

 인턴의 하얀가운은 피범벅이 되기도 쉽상이다.
CPR이라도 발생하여 죽 줄섰다 교대로 환자를 올라타고 심폐소생술을 하다보면 새로 지급받은 하얀가운은 피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열댓시간의 흉부외과 수술후 환자의 용태를 관찰하려 수술복위에 가운을 걸친 채 환자의 병상 옆 발치에 앉아 밤을 새우던 닥터는 자신도 모른새 환자의 발치에 머리를 박고 잠들어 있다. 수술장부터 신고 있던 슬리퍼에는 피가 고였다가 말라붙어 있고 후질근한 모습이지만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이다.

 하얀 가운에 대한 경외심이나 존경심은 저런 모습에서 비롯됫겠지.

 원내에서 하얀가운에 항시 작은 가방을 들고다니는 중년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언가 차이가 나는 모습은 가운이 조금 짤막한 모습이다. 가방은 왕진가방은 아니고 무엇을 넣었는지 궁금하다. 어쩐지 지성미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듯 싶었는데 구내 이발관의 이발사가 환자들의 요청이 있을때 왕진을 가 이발을 해 주는 것이다.

 사람값에 차이 없고 격이 다를 수는 없겠지만 의대생들이나 인턴 레지던트들이 몰려 잡담하며 웃음질때는 무언지 자부심과 슬기로워 보이는 얼굴들이지만 지하3층 미화팀의 탈의실 앞에서 각 담당부서로 청소를 하러 출발하는 분들중 수술장이나 중환자실에 근무해 가운을 입고 나서는 여인들의 모습은 무언가 다른 지쳐보이는 모습이다. 선입견이겠지. 저 분들도 모두 어머니이고 아내이고 가정을 위해 굳은 일을 자청하며 애쓰는 것이지.

 의료기관 국제규격인증을 추진하면서 많은 부분들이 달라지고 새로워진다. 그 중 의료진의 복장도 관련이 되는 것인지 최근 의사들은 가운대신 하얀양복 상의를 입기 시작했다. 여의사들도 조금은 패션이 다르지만 같은 원형의 모습인 양복상의를 입는다. 물론 아직은 교수급만 우선인지 각 과별로 회진을 돌 때 보면 주로 한 분만 입고계신다. 노교수들이 하얀양복 상의를 입은 모숩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보기좋은 모습인건 사실이기도 하다. 응급실의 닥터들은 그냥 가운을 입고계신다. 전투복의 개념인 것일까?

 본관에서 조금 떨어진 행정동 건물에 위치한 구내식당으로 가려면 2층 구름다리를 거친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이다. 앞편에 걸어가는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여인은 의사일지 간호사일지 검사실 직원일지 구분이 안 된다.

 뒷모습은 젊은 여인이고 특이한 것은 가운이 몸에 딱 맞고 길이가 짧아 몸매를 드러내며 걸을때마다 궁둥이가 씰룩거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아 아마 의사인가 보군. 간호사들 같으면 감히 못 저럴테고, 간호부의 간부들이 가만히 간과하지 않겠지. 검사실의 여 직원들도 층층시하에서 감히 저러지는 못 할 것 같고.
여의사들인것이 틀림없을 것 같다.

 의사라는 단어 자체가 하얀가운의 기대 자체가 그들의 권위에 편의에 부족한 점이 하나도 없을 듯 한데 이제 여의사들은 가운에서도 패션과 여성미를 의식하게 되는 것일까? 아직 젊거나 어려서일까?

 인기 외화 의학 드라마인 하우스 나 그레이 아나토미의 여의사들도 저러지는 않던데.
의사이기 보다는 여자인 것을 느끼는 것일까? 헛 공부를 한 것일까?
궁둥이가 씰룩거리는 섹시한 모습의 여의사보다는 나의 고통과 아픔, 생명을 지켜 줄 수 있는 사람 일 것이라는 신뢰를 쌓기 위해 잠 못잔 얼굴로 화장을 안 했어도 세수를 못 했어도 환자 곁을 지켜주는 그런 의사들을 바라지 않을까?

 이발사가 굳이 하얀 가운을 입고 다니지 않아도 병원 이발사 인 것을 사람들이 알겠듯이
어린 여의사들이 굳이 꼭 끼는 짧은 가운을 입지 않아도 그녀도 여자인것을 환자들은 알겠지.
병원에 온 이유는 의사를 보러 온 것이지 여자를 보러 온 것은 아닐텐데.
동료나 선배의 시선을 의식해서 일까?

 수하직원들의 변화도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적지는 않다.
젊어서들 저러겠지 싶으면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들도 있을 듯 싶다.

 각자의 위치에서 격을 지키고 도를 넘지 않으면 되는 것이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