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문학1, 가락 나이니나인

네 가지 에피소드

산성추어탕 트럭은 작은 건물 옆에 차를 대고 간판을 내린다. 내리는 간판은 추어탕 집 간판 산성 추어탕이다. 아니 이집은 친구와 간적도 있고 간판을 내리고 있는 지금도 안에는 손님이 있고 잘 되는 줄 알았는데. 3층높이에 올라간 이는 도구로 간판의 나사를 풀고 있나보다. 유심히 보니 추어탕 집 위의 3, 4 층은 이미 비어있고 창문도 모두 없다. 경매라도 넘어간 것일까? 작은 건물을 부숴 새로 지려는 것일까? 바로 앞의 큰 오피스텔타운은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공원으로 향한다. 가끔 산책을 가던 공원은 경찰병원 뒤 공원이었지만 오늘은 인근 동네 한 복판의 공원이다. 가락시장 노천예배를 20년을 이끌던 정 목사가 교통사고로 소천하신 후 모셔진 곳이 경찰병원이어 그곳에서 장례예배를 치룬 것이 그 후엔 그 근처에 가는 것이 찜찜하다.

평소와 달리 빈한한 주택가 속 작은 공원은 분주한 느낌이다. 20여명의 어린 녀석들이 모여 있고 그중엔 경찰복의 순경도 넷 이나 된다. 촛불시위도 막지 못한다던 경찰이 어린 떼거리들을 어떻게 감당할까 궁금하기도 하여 근처로 다가가 본다.

“이 오토바이 주인인 누군지?”

“헬멧이 없으면 오토바이를 몰수 없으니 와서 찾아가라고 하세요”

“우리는 8:15퇴근이니 그 후에 오면 찾아 갈 수 없어요.”

하면서 경찰 넷 중의 하나가 오토바이를 끌고 간다.

공원 옆에 세워둔 순찰차 두 대에 나눠 타는 순경들은 그 중 젊은 순경이 나서 제가 끌고 가겠습니다. 하나 나이 든 순경은 아냐 내가 갈게 하며 끌고 간다. 큰 사건을 원만하게 마무리 지은 만족감일까? 어린아이들을 빨리 해산하여 집에 가서 공부나 하라고 한마디 하기는 커녕 조용히 자신에게 승복한 것이 고맙고 전리품으로 오토바이 한 대를 끌고 간 것을 보고서에 쓰게 된 것이 기쁠까? 무리중의 다른 젊은이는 여자를 뒤에 태우고 다른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진다.

벤치 옆 자리에는 여학생과 모친인지 언니인지 둘 이 앉아있다. 무슨 예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저 안타까운 이 세상의 이야기이다. 어린 여학생은 자신은 돈을 벌어 식구들도 챙기고 싶다는. 아버지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아버지를 원망하는 이야기일까?

우측 그네 쪽에는 어린 여학생들이 다섯이 있다. 그네에 앉아있는 둘 은 팬티만 입은 것처럼 하반신이 다 보인다. 앞 모래톱에 앉은 셋은 열심히 담배만 피우고 있는 것인지. 무슨 고민과 걱정들이 저리 많은 것일까? 책 한권 글 한줄 이라도 저 나이에 더 읽으면 평생에 도움이 될 텐데.

내가 이곳 이 작은 공원에 오듯이 저 청소년들도 이곳이 편하여 온 것이겠지. 으슥하고 가난한 동네의 가난해 보이는 아지트여서. 이 공원에는 나의 작은 추억이 많이 깃들어 있지.

저쪽의 작은 마트, 내가 가격표를 보면서 물건을 사던곳이지.

이쪽의 횟집, 돈 없는 택시기사 정이 자신의 후배가 하는 집이라며 가끔 가서 같이 먹었어도 항상 마음속은 편치 않았지.

이 옆의 치킨 집, 6천 원짜리 싸구려 치킨도 있기에 가끔 애용했지만 이제는 비싸졌고 언젠가 그 집닭을 먹곤 설사가 심했지.

그 옆의 양평 해장국집, 양이 많아 좋아도 두 번 다시 가게 되지는 않았던 집.

오래전 LA 오토바이 경찰에게 드렁큰 드라이브로 걸려 폴리스 디파트먼트의 흑인순경이 훈방 전 묻던 집 주소에 대답하던 기억이 난다.

일레븐 서리에잇 매그노리아 사우스, 발음이 정확하면 술이 깨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훈방이었지.

가락 나이니나인, 이곳 사무실이 내게는 내 마음의 주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