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새벽에 눈을 뜨니 2시이다. 아냐 더 자야지 억지로 잠을 청하지만 3시가 못 되 다시 눈이 떠진다.
컴퓨터를 열고 간밤에 술김에 잘못 너무 멀리 강하게 나간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내가 써 놓은 것을 읽어본다.
오타에 정연하지도 못하고 과격한 것은 물론이고 하지만 저녁과 반주 이전에는 무엇을 쓸까 떠 오르지 않던것이 반주 한 잔을 하고나면 저절로 타이핑이 된다.

 토요일이니 일찍 나갔다가 일찍 퇴근해야지 싶어 서두르던 것인데 다시 꾀가 난다. 4:45 다시 잠자리에 엎드렷다가 5:15에 깨어난다. 내 평생 출근준비 중에 다시 잠자리에 들었던 기억은 없었었는데. 이제 여유가 생기는 것일까? 아직도 세상물정을 모르고 게으른 것이지.

 평소엔 감독만 하다가 일손이 부족하여 부지런히 기송관(에어슈터)으로 각 병동에 약을 발송하며 각 병동 간호사들의 응급약 청구 콜을 받아 처리하려니 정신없이 바쁘다. 돋보기를 쓰고 주머니 속의 핸드폰속을 꺼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시간을 절약하려 문득 전화기를 보니 문자판에 시간이 보인다. 매 1분마다 하나씩 보내려니 이렇게 바쁜게 사는 것인데 싶다.

 11:30부터 시작인 점심시간을 직원들을 먼저 보내고 1시에 넘어 가던 것을 오늘은 토요일이어 조금 일찍 일이 끝나고 12:30에 혼자서 간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무엇이든지 맛있게 먹는 성미이지만 사실 메뉴가 S의료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곳 C의료원에 와서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 여 보조원들이 하나같이 거구인 점이었다. 노조가 있어 근심할 것이 없고 년수만 채우면 년봉은 천정부지로 오르니 마음이 편해서 그리 고급이 아닌 밥을 먹었어도 그리 살들이 찐 것일까? 뚱뚱하지 않은 여인들은 파견직으로 바뀐 10년전 이 후에 들어온 졸병들 인것을 쉽게 판별할 수 있다.

 김치볶은밥을 먹으며 둘러보니 저 앞켠에 우리회사 알바 직원 젊은 청년 둘이 앉아 식사 중이다.
유니폼을 입고 온 것을 보면 근무시간 중이고 저리 여유있게 앉아 있는 것을 보면 근무시간이 끝난것인지 모르겠다. 아닌것 같은데. 훈련소처럼 부지런히 뱃속에 쓸어넣고 달려가거나 식사를 중단하고 콜 받은것은 다시가서 처리하고 또 와서 식사를 마치는 것이 우리 모습이었는데.

 젊은 청년들이니 정규직을 원하지도 않을테고 식사는 여유있게 해야 당연하다는 당연한 생각이겠지. 내 담당 이었으면 입사 14일 후의 평가시점에서 입사 부적격 판정을 내렸겠다.

 응급실로 가서 오후부터 바빠지기 시작하는 업무를 돕는다. 남자 간호사들은 도와주러 오셨나보죠 라며 예의를 차리는 척 하면서도 자신들의 바쁜일을 서로 부탁한다.
사흘을 기다리다가 이제 입원하는 거에요. 라는 여자분을 병동으로 안내하며 보호자나 가족들이 안 와계시네요 라고 묻는다. 어버이날인데 외로우시겠어요. 녜 부모님들이 걱정 할 까봐 말씀도 못 드렸어요. 41세의 여자 분은 입원을 하게되어 다행이라 기뻐한다. 입원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니 언제 어떻게 고쳐질 지도 아직을 알 수 없는 것일텐데.

 여인들이 홀로 와 치료를 받고 입원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
남자들은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에 오지 않아서 일까?
교회 목사님의 전화를 받으니 장로께서 00암2기 판정을 받으셨다며 수술 안내를 부탁하신다.
글쎄 남의 일 만 같지는 않다. 월요일에 연락을 드리겠다 말씀드린다.

 혼자서 외롭게 응급실 병상에서 입원을 기다리던 또 다른 여인은 입원장이 떨어졌다 하자 반색이다. 폴대에 수액을 걸어 한 팔에 라인을 연결했는데 짐을 혼자 싸는 것이 안쓰럽다. 걸어 가겠다며 한 손은 폴대를 잡고 한 손은 요구르트 두 개 먹다 남은 것을 들고 일어선다. 아무래도 안전하게 휠체어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권하니 반가이 앉는다. 병실에 도착하여 그녀는 내 주머니에 요구르트를 넣어준다. 건강을 위해서 잡수시려던 것인데 드셔야죠. 아니에요 드세요. 거절하며 더 민망해 하실까 싶어 모른척 감사하다며 나온다.

 응급실에 최근 들어 온 신입직원은 오늘 바쁜데 정신없이 혼나는데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같이 담배를 한 대 핀다. 사실 자신의 어머니도 간호사 였단다. 응급실에 근무하게 되었다니 바쁠것을 아시더란다.
진작에 예기 했으면 더 편한데로 보내줬지.
아뇨 저는 여기가 제일 좋아요.
197 CM이라는 그는 겸손하게 정직한 모습으로 이야기한다.
소장이 신기해 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지. 용병술일지 우연일지 자신이 보기엔 문제가 많아도 나와 일하는 이들은 즐겁다며 열심히 하는 것이 그는 이해가 항상 안 되시는가 보다.
이 친구도 면접때 소장에게 허리가 아픈 적이 있었엇다고 예기 했었단다.
그는 채용을 안 할 심산이었었나 보다.
좌우지간 열심해 해 보시고 힘들면 말씀하세요. 이번 달 말에 약제 인원 보충도 있으니.
아뇨 전 응급실에서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토요일 이젠 미국처럼 주말 2일을 쉬는 5일 근무제여서 토요일에 근무하는 것이 무슨 큰 일이라도 하는듯 싶은 풍토가 되었지만 역시 토요일은 일을 해야 제 맛이지.

 뒷 베란다에서 맥주 한 통을 마시는 맛이 시원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