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90, 그가 선 볼때

 그는 참 잘 생겼다.
그가 전엔 무엇을 했었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내 생각엔 나이트 클럽의 바보 제비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는 항상 바바리 를 입는다. 멋있는 모습에 파마 머리는 여자들이 좋아할 듯 싶다. 게다가 착하고 순하고 나쁜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그 이다. 답답해서 조금 모자란다고 생각 할 수도 있을까? 그 점은 여자들에겐 더욱 바람직 할 수도 있겠지. 너무 착해서 그래 라고.

 그 사람을 왜 안 내보내냐고 소장은 1년동안 꾸준히도 예기했었다.

 취직을 시켜달라며 청탁을 받았다. 내 평생 처음일까? 아니지 취직을 시켜 줬던 사람들은 적지는 않았었지만 내 회사가 아닌 나도 남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에선 처음이었나보다.

 반장님이 추천하시는 분 같으면 면접을 볼 필요도 없고 알아서 채용하세요 하던 소장은 정작 그 친구가 나오자 가지가지를 묻는다. 이미 주의를 주었다. 절대 아프다는 예기는 하면 안되고 물어보지 않는 예기는 먼저 할 필요가 없다고. 그런데도 소장은 내게 예기한다. 내 보내야 되는 사람 아니냐는 이야기 이지만 모르는척 못 들은 척 해 버린다. 소장 자신이 2층 영상의학과 앞에서 그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가 묻더란다. 2층 혈관조영실이 어디냐고? 그 사람 들어온 지 한 달이 넘었을텐데 아직도 그걸 모른다니 그런 사람을 어떻게 쓸 수 있냐는 소장의 말씀이다. 그렇긴 그렇다. 바로 그 전날도 내가 응급실에서 그를 데리고 그 곳에 세 번은 갔었던 것 같은데. 혈관조영실은 영어로 Angio 인데 어제는 영어로 예기해서 그가 몰랐던 것일까?

 직원들 관혼상제에도 5천원 이상은 절대 안 내던 소장이 10만원을 내겠다며 한 달에 한 번씩은 직원들이 모이잔다. 아무도 안 가려하니 총무는 내 단골집으로 회식집을 정했다. 할 수 없이 참가한 그 자리에서는 소장은 다들 막걸리를 먹는데 자신은 맥주를 먹겠다 한다. 홍어집에도 맥주가 있었기는 했나보다. 소장은 우리 자리 옆에 자리를 옮기더니 묻지도 않는데 예기한다. 본사에서 자신을 다른 현장으로 가라고 하지만 자신은 이곳 CMC현장에 계속 있을 것 이라고. 소장도 본사에선 과장 일 뿐이니 시키는 대로 해야할 터인데.

 막걸리를 먹다 화를 낸다. 화를 내면 안 되겠지만 그리 평소 주의를 주는데도 그는 옆의 사람들에게 어디가 아프고 어떻고 불필요한 말 뿐이다. 당신이 아프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럴거야. 김반장이 몸도 못쓰는 병신을 데려다가 특혜를 주고 있다고.

 바바리 강이 본인이 원해 다른 회사로 전직을 한다며 스스로 그만 두었다. 소장은 예기한다. 임00은 강00 스타일 이신것 같아요. 아닙니다. 강 보다는 몇 배 일은 잘 하죠. 지난 1년 내내 왜 안 내 보내느냐고 묻던 강을  감싸던 내가 못 마땅했는지 임00은 왜 안 내보냐는 눈치이다.

 그는 내게 예기 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고 몸은 100Kg이어서 인지 수많은 이력서를 냈었지만 거들떠도 안 보더라고.
착하고 인내심이 있어 보이고 시키는 데로 할 것 같은 그가 내게는 훌륭해 보였는데.
그는 인쇄소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기계가 자동화 되 그만 두었단다. 군대에선 탄약중대에서 매일 무거운 포탄을 날랐었단다. 말없이 참아내는 그 같은 이들이 이 사회의 버팀목 들일텐데.

 소장은 또 눈치를 준다. 정말 집요하다. 한 번 찍은 사람은 일년내내 같은 예기를 한다.
나도 예기한다.
쓰러지거나 주저앉은 이에게도 손을 내미는 사람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니겠냐고.
그는 아무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다.

 그는 예기한다. 이제 40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취직을 했다고 좋아하시던 부모님이 주선 해 중신이 들어와 이번 주말엔 선을 보러 가야 한다고.
그런 반가운 소식도 그는 남의 이야기 마냥 무심히 전한다.
내가 평생 걸으려 노력하던 장부의 길을  그는  혼사마저 무심히 예기하는 그의 모습이 바로 내가 추구하던 장부의 모습을 실천하는 것 아닐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