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棋行3, happy ending

이청 작가, 그대그시절 작가, 박민식 시인, 용마 님, 태평역 님, 당근돼지 님, 선비만석 님, 선비무도 님 내외, 도리 님 내외, 팔공선달, 소라네 내외. 14명의 공주모임은 강원도 고성, 경북 대구, 전북 전주, 전남 광주, 경기 용인, 경기 일산, 경기 성남, 서울 등 경향 각지에서 이곳 국토의 중간지점인 충청 공주에 모였다 각지로 헤어진다.

2박3일의 바쁜 현대에선 길게 시간을 쉬 내기가 쉽지 않지만 흔연히 모였다 헤어지는 이들.

첫날 저녁식사에 모두 모였다가 셋째 날은 먼 길들을 감안해 아침식사 후 헤어진다.

둘째 날 하루의 꽉 찬 일정일까?

공주박물관 관람 후 공주인근 면암 최익현 선생의 유품이 전시된 모덕사 생가 터를 거쳐 충청 제일 사찰이라는 마곡사 관람까지 가을과 人情, 세월을 만끽한다. 특히 이청 작가께서 11세에 한학을 배우셨다는 모덕사에서 작가의 발자취를 그리며 세월의 무상함과 한편 한 어린이의 교육이 세상에 펼쳐지는 유익과 업적이 얼마나 클 수 있는 것인지도 실감한다.

한국 바둑계에 이청 선생의 저서 한국바둑사 외 한국기원 월간바둑 지에 정기기고, 수다한 저술 발굴 업적 등은 독보적으로 영원할 것이다. 나도작가 외 오로 바둑 글벗들의 소임과 역할도 지금의 기대이상으로 혹 창대할 수도 있겠지 생각해보며 그 길잡이 역까지 맡아주시는 이 작가의 헌신적 노력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수원까지 집으로 가는 길에 천안을 거쳐 평택까지 이 작가를 동승하여 모셔다 드린다.

첫 번 대구 팔공산모임에서 돌아올 때 대구에서 대전까지 같이 동승하여 이야기를 듣던 즐거움이 기억되어, 기대감으로 또 한 번 미안함이나 안전은 무릅쓴 채 처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뒷좌석에서 이작가의 말씀에 귀 기울인다.

그분의 사상과 소신 업적 저술 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게 되었지만 이제 개인사정까지 막역히 이야기해 주시는 소탈한 성품에 아련한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작가로서 학자로서 연구자로서의 길을 걸으려도 처자식과 생계를 외면 할 수는 없는 현실에 스스로 각종 매체에 연재하던 소설류도 전부 그만 쓰시기로 하곤 가장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중 이시란다.

당연한 노력이기는 하겠어도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작가가 글을 쓸 수 있게 학자가 연구를 할 수 있게 해 주지 못하는 현실의 풍토가 재정적인 어려움이 아쉽다.

오로에 연재하던 청룡도 소설의 출간준비도 끝났지만 출간을 하여도 얼마나 팔릴지 작금의 경제난과 출판계의 현실이 두려워 출간시기만 저울질을 하시나보다. 전에 모처럼 많이 팔렸던 저술은 영세한 출판사가 아직도 인세조차 못 드리고 있나보다.

바둑계 작가들이 마음껏 글을 쓰고 연구 할 수 있는 기금 후원단체를 백일몽처럼 마음속에 그려본다.

박 시인, 팔공선달, 그대그시절 세 분과 매 판 어려웠던 대국을 억지로 간신히 통과하여 4회전 결승에 올라 오로 5단 용마님과 판을 마주한다.

용마님은 미국 바둑대회에 연2회 참가하시고 주간바둑에 기고하시는 바둑사랑은, 지내온 인생의 경륜은 모두의 공감속에 향후 글벗모임의 리더 로 추대되셨다.
큰 산을 마주한 느낌이다. 그 높이와 깊이는 이미 지난번 팔공산에서 혹독히 맛보았다.

조용한 옆방의 소파에서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캔 맥주와 소주 코냑까지 조금씩 맛 본 것이 호승심은 더 일으켜도 판세에는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기원에서 내기를 둘 때는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오죽하면 나는 술을 안 먹는 줄 알고 가끔 술자리로 향할 때 청하지도 않는다. 오래전 방내기를 많이 하던 시절 소주 한잔이라도 반주로 입에 대면 기분엔 전혀 이상 없이 똑 같은 것 같아도 반상에선 반 치수는 줄어든 운석이 되던 경험의 결과다.

불리하던 판을 간신히 뒤집는다. 초반 과수가 없었으면 더 길게 편하게 갔을 것을 마치 어린 시절 공부안하고 방탕한 것을 나이 들어 후회하며 더 몸 고생을 해야 하는 인생의 이치 같은 것일까? 강호고수들 사이에서 별명이 끈끈이 지만 이제야 그다지 자랑스러운 별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소싯적부터 문교부장관 배, 철강협회 배, 보사부장관 배 등 수많은 대회에 나가보았지만 우승은 처음이어도 글벗들의 대회여서 내게는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겠지.

한 판 바둑에 항시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스스로 자문도 많이 해 보았지만 쉽지 않은 화두인데 저니의 글에서 답을 찾는다.

돌파력의 영바모, 선달아우의 멋진 댓글과 진심어린 충고,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한 박 시인, 비슷한 연배의 선비무도 내외, 도리님 내외, 든든한 선배들, 그대그시절님, 용마님, 태평역님, 당근돼지님, 선비만석님.

아래위로 배움과 즐거움이 크다.

나작 게시판에 매달리는 이유와 팔공산, 고성, 태백, 그리고 이곳 공주까지 온 이유가 바로 이 분들과 같이 나작의 물결 속에 나 자신의 숨결과 의미 있음을 느끼고 싶어서이지.

소설이나 영화의 happy ending은 항상 주인공 남녀가 온갖 역경을 물리치고 사랑을 확인하며 결합하는 것이다. 그것은 시작을 위한 준비가 끝난 것뿐이지.

바둑을 좋아하는 글벗들의 해야 할 일을 이제 생각해봐야지. (끝. 공주기행 완)